순천만 화포포구,
갯벌이 지켜온 한적한 어촌
세발낙지와 철새, 일출일몰을 함께 품은 봉화산 아랫마을

순천만이라고 하면 순천만습지 갈대밭이나 국가정원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순천만은 훨씬 넓은 갯벌을 품고 있는 바다예요. 그 서쪽 자락, 별량면 학산리에 자리한 화포포구는 그 갯벌이 가장 고즈넉하게 남아 있는 곳 중 하나라고 해요.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이름의 유래부터 어족자원, 철새, 일출일몰까지 이야기할 거리가 꽤 많더라고요.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쇠리에서 화포로, 이름에 담긴 봄 풍경
포구는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항구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화포포구처럼 어촌 마을과 함께 붙어 있는 포구는 대개 규모가 크지 않은 대신, 그만큼 사람 손을 덜 타서 고유의 정취를 오래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화포는 옛날 지명이 쇠리였다고 해요. 지금의 이름은 봄철 풍경에서 비롯됐는데, 봄이면 진달래와 개나리를 비롯한 봄꽃들이 마을 뒷동산의 소나무와 대나무 사이를 촘촘하게 메운다고 해서 이 동산을 '화등'이라 불렀고, 그 아래 자리한 포구라고 해서 '화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져요.
이름의 유래만 놓고 봐도 이 마을이 얼마나 꽃과 가까운 풍경을 갖고 있는지 짐작이 가요. 시골스러움과 한적한 포구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순천만의 갯벌이 오롯이 보존된 곳이라는 점도 화포포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예요.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물권보전지역, 그리고 걷기 좋은 길
화포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해요. 건너편 와온해변에서 시작하는 남도 삼백 리 길 가운데 두 번째 코스이자, 남파랑길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고 하니 걷기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해요.
남파랑길은 부산에서 해남까지 남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걷기 여행길로 알려져 있는데, 화포포구는 그 노선 안에서 순천만의 갯벌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갯벌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에서는 느끼기 힘든 여유가 찾아올 것 같아요.
세발낙지와 갯벌이 키운 어족자원
예로부터 화포는 꼬막과 낙지, 짱뚱어 등 중요한 어족자원들이 풍부한 어촌마을로 알려져 왔어요. 특히 이곳의 뻘이 깨끗한 편이라, 여기서 잡히는 낙지는 대표적인 세발낙지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요. 갯벌이 잘 보존된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런 수산자원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에요.
짱뚱어는 갯벌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물고기로, 순천만 일대의 대표적인 별미 재료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화포처럼 갯벌이 잘 보존된 곳이라야 이런 짱뚱어를 비롯한 갯벌 생물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해요.
또한 순천만으로 날아드는 철새는 황새, 흑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70여 종에 달한다고 하니, 화포 일대를 생태 박물관으로 손꼽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계절에 따라 이곳을 찾는 철새의 종류가 달라지니,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봉화산에서 만나는 일출과 일몰
화포마을 뒤편에는 해발 235. 9m의 봉화산이 있어요. 이 산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상에 오르면 순천만의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고 해요.
바다와 갯벌, 마을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재미가 특별할 것 같아요.
정상에는 고흥 마복산에서 타오른 봉화를 순천으로 전하던 봉화터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요. 옛사람들이 위급한 소식을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전하던 통신 수단이 봉화였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바다 너머로 보이는 땅은 동쪽이 여수반도, 서쪽이 고흥반도라고 해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치는 흔치 않은 만큼, 하루 중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두 번에 걸쳐 봉화산을 오르는 여행자들도 있다고 해요.
봄꽃이 동산을 메워 화등이라 불리던 자리, 그 아래 자리 잡은 포구가 화포예요.
화포포구를 즐기는 방법
화포포구는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에 자리하고 있어요. 갯벌 산책과 봉화산 등반을 함께 즐기실 수 있는 만큼, 반나절 정도 여유를 두고 방문하시는 걸 추천해요. 갯벌 특성상 물때에 따라 풍경이 크게 달라지니, 방문 전 물때를 확인해보시면 더 좋은 풍경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정확한 이용요금이나 편의시설 운영시간 같은 세부 정보는 이번 조사로 확인되지 않았으니, 방문 전 순천시 관광 안내나 현지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세발낙지를 맛볼 수 있는 인근 식당들도 함께 둘러보시면 여행이 더 풍성해질 거예요.
봄에는 화등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꽃 풍경을, 가을과 겨울에는 철새가 날아드는 순천만의 생태를 함께 볼 수 있으니 계절을 달리해서 여러 번 찾아도 좋은 곳이에요.
세발낙지 한 접시와 노을 진 갯벌, 화포포구에서 만나는 소박한 행복이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