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웹진순창 인사이드 · 2026-09-11 · 읽는 시간 2분

순창 어은정,
섬진강에서 낚시하며 견딘 의병의 정자

임진왜란의 장수 양사형이 남긴 누각, 백년마다 중건된 역사

순창 어은정, 섬진강에서 낚시하며 견딘 의병의 정자
순창 현지 사진

순창의 섬진강자전거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어은정을 만나요. 섬진강과 오수천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이 정자의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합니다. '어은(漁隱)'이란 '섬진강에서 낚시를 하며 유유자적한다'는 뜻이거든요.

하지만 이 정자를 지은 사람의 인생은 결코 한가롭지만은 않았어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의병 양사형, 그는 이 땅에서 여러 시대를 함께 버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분가의 나이에 정자를 세운 양사형, 그 후 임진왜란

순창 어은정
순창 어은정

양사형(1547~1599)은 1567년, 명종 22년에 성인이 되어 이곳으로 분가하면서 이 정자를 세웠습니다. 원래 이름은 '영하정'이었다고 해요. 그는 섬진강 언덕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며 지냈을 겁니다.

하지만 21년 후인 1588년, 그는 문과에 급제했어요. 조선의 입신을 택한 것이지요. 그리고 4년이 더 지난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그는 의병으로 나서 임진왜란 평정에 공을 세웠습니다.

한 개인의 인생이 이렇게 여러 번 바뀌었어요. 한가로운 낚시꾼에서 급제자로, 다시 나라를 위한 의병으로. 그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그가 앉던 자리인 이 정자는 더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견디어야 했습니다.

백년마다 중건된 정자, 양사형의 이름으로 불려온 450년

순창 어은정
순창 어은정

어은정은 양사형이 떠난 후 그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어요. 시대를 거치며 여러 차례 중건되었는데, 현재 모습은 1919년에 중건된 것입니다.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정자의 현판은 양사형의 9세손인 양재절이 썼다고 해요.

그것만 봐도 이 집안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정자를 지켜왔는지 알 수 있지요. 1990년에는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섬진강 언덕에 자리 잡은 어은정 주위에는 백일홍이 수십 그루 심어져 경관을 아름답게 해주고 있어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겠지만, 특히 백일홍이 필 무렵이면 정자의 정취가 한층 더해질 것 같습니다. 주변에는 구송정체육공원과 동계시장도 있어서 함께 둘러볼 수 있어요.

한 정자의 역사를 알고 나면, 그 자리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도시전설 팁
이용요금, 개방 시간, 휴무일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야외 문화유산이지만, 방문 전에 현지 상황을 확인하시고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낚시꾼의 정자 이름으로 불려온 450년, 그 정자에 앉으면 시간이 다르게 흐를 거예요.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11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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