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웹진›김정희 현판이 남은 정자, 포항 분옥정
Spot Light포항 웹진 · 포항 인사이드 · 2026-09-25 · 읽는 시간 6분

김정희 현판이 남은 정자,
포항 분옥정

용계천 곁에서 丁자형 평면과 옛 기록을 품은 곳이에요

김정희 현판이 남은 정자, 포항 분옥정
포항 현지 사진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용계천 계곡을 끼고 자리 잡은 정자 한 채가 있어요. 바로 포항 분옥정인데요, 조선 후기 인물인 돈옹(遯翁) 김계영의 덕업을 기리기 위해 1820년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丁자형으로 짜인 평면과 세심하게 맞춘 지붕선, 그리고 김정희를 비롯한 명필들이 남긴 현판까지, 정자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가며 소개해볼게요.

돈옹 김계영을 기리며 세운 정자

포항 분옥정
포항 분옥정

분옥정은 조선 후기 인물인 돈옹(遯翁) 김계영(金啓榮, 1660~1729)의 덕업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정자예요. 건립 시기는 1820년, 조선 순조 20년으로 기록되어 있어요. 김계영이 세상을 떠난 해가 1729년이니, 그가 세상을 떠난 지 90여 년이 지난 뒤에 이 정자가 세워진 셈이에요.

한 사람의 덕업을 기리기 위한 건물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세워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그의 이름이 지역에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정자라고 하면 흔히 경치 좋은 곳에 세워 쉬어가는 건물 정도로 떠올리기 쉬운데, 분옥정은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한 목적을 지니고 있어요. 특정 인물의 덕업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건물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기념의 성격을 함께 지닌 장소인 셈이에요. 이런 배경을 알고 나서 정자를 둘러보면, 지붕 하나 기둥 하나에도 조금 더 눈길이 가게 돼요.

건립 연도와 목적이 이렇게 명확하게 전하는 정자는 흔치 않아요. 대부분의 오래된 건축물은 언제, 누구를 위해 지어졌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분옥정은 1820년이라는 구체적인 연도와 함께 그 목적까지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 이 점이 분옥정을 단순한 경관 건축을 넘어 역사적 자료로서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부분이에요.

1820년분옥정이 세워진 해(조선 순조 20년)

丁자형 평면과 지붕에 담긴 세심한 배치

포항 분옥정
포항 분옥정

분옥정은 정면 3칸의 누마루와 배면으로 직교한 온돌방 2칸이 丁자 모양을 이루는 평면 구조를 갖고 있어요. 丁자형 정자는 보통 丁자의 아랫부분에 넓은 마루를 두고 그 위쪽에 방을 배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정자 하나를 짓는 데도 이렇게 정해진 구성 방식이 있었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그런데 분옥정은 이 일반적인 배치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어요. 계류를 조망하는 데 유리하도록 丁자의 위쪽에 누마루를, 아래쪽에 온돌방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고 해요. 지붕 역시 진입부의 위계를 고려해 온돌방에는 팔작지붕을, 누마루에는 맞배지붕을 얹었고, 두 지붕의 용마루와 처마 높이를 같게 맞췄다고 해요.

겉보기에는 자연스러워 보여도, 실제로는 계류를 바라보는 방향까지 세심하게 계산된 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게 주변 경관을 살피며 평면과 지붕을 조율한 방식은 다른 정자에서는 보기 어려운 분옥정만의 건축적 특징으로 꼽힌다고 해요. 정자 하나를 짓는 데도 계류가 보이는 방향, 진입하는 순서, 지붕이 만드는 선까지 두루 고려했다는 점에서, 옛 건축가들의 안목이 얼마나 세밀했는지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방문할 때 누마루와 온돌방을 각각 살펴보면서 지붕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따라가 보는 것도 분옥정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에요.

체크리스트
丁자형 평면 속 누마루와 온돌방 배치
온돌방의 팔작지붕과 누마루의 맞배지붕
높이를 맞춘 용마루와 처마선
김정희·김노경이 남긴 현판과 편액

명필들이 남긴 현판과 기록

포항 분옥정
포항 분옥정

정자의 이름인 '분옥정' 세 글자는 추사 김정희가 남긴 현판에도 등장해요. 김정희는 이곳에 '분옥정(噴玉亭)'이라는 현판과 함께 '청류헌(聽流軒)'이라는 편액도 남겼다고 전해지는데요, 당대를 대표하는 명필이 이 작은 정자를 위해 직접 글씨를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옥정이 지역에서 지녔던 위상을 짐작해볼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김노경은 '화수정(花樹亭)'과 '용계정사(龍溪精舍)'라는 현판을 남겼고, 이름난 여러 문인들이 남긴 시판도 함께 전하고 있어요. '화수정기(花樹亭記)'와 '돈옹정기(遯翁亭記)' 같은 옛 문헌에서도 분옥정과 관련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여러 명사들이 각자의 글씨와 글로 이 정자를 기록해 두었다는 점이, 분옥정이 단순히 한 가문의 건물을 넘어 지역 문인들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장소로 여겨졌다는 걸 보여줘요.

이렇게 건립 시기와 목적이 분명하고 관련 기록이 두루 남아 있다는 점에서, 분옥정은 학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어요. 현판과 편액, 시판, 문헌 기록까지 겹겹이 쌓여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만큼, 건물을 둘러볼 때 기둥과 처마 아래 걸린 현판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분옥정을 알아가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 거예요.

용계천 계곡과 찾아가는 길

분옥정 정면으로는 용계천 계곡과 오래된 노거수가 자리하고 있고, 주변으로는 산천을 함께 굽어볼 수 있는 경승지가 펼쳐져 있어요. 정자에 앉아 계류와 산세를 함께 내다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이, 앞서 살펴본 丁자형 평면과 지붕 배치가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해요. 경치를 먼저 눈에 담고 나서 건물을 다시 살펴보면, 배치의 의도가 한결 뚜렷하게 다가와요.

분옥정은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46에 자리하고 있어요. 포항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기계면 소재지 부근에 위치한 곳이라, 차로 이동하며 주변 풍경을 함께 즐기는 코스로 계획해두면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어요. 용계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목이니, 계곡과 정자, 노거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정자는 상시 개방되어 있고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소유주의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관람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요. 방문 전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잡으면, 혹시 모를 아쉬움 없이 다녀올 수 있을 거예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미리 문의해보고 움직이는 편을 추천해요.

Cityzine 팁
분옥정은 상시 개방, 연중무휴로 운영돼요. 다만 소유주 사정으로 관람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포항시청 문화예술과(054-270-2275)로 한 번 확인해보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어요.
용계천 물소리 들으며 지붕선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고 오시길 바라요 🍃
#포항 분옥정#포항 기계면#정자#용계천#김정희 현판
글 · Cityzine 편집부 · 2026-09-25 발행링크 복사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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