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사성이 심은 은행나무,
수백 년 지킨 옛집
최영 장군의 집을 물려받은 맹사성, 학문을 가르치던 자리를 둘러봐요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행단길에 가면, 설화산을 서쪽으로 등지고 배방산을 동북쪽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오래된 기와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어요. 바로 맹씨행단, 흔히 맹사성 고택이라 불리는 곳인데요, 수백 년 동안 큰 탈 없이 지금의 모습을 지켜온 우리나라 살림집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옛 모습을 간직한 집으로 알려져 있어요.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공간이기도 해서, 한옥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특히 반가운 장소예요.
최영 장군에서 맹사성에게, 집이 건너간 사연
이 집의 원래 주인은 고려 말의 충신이었던 최영 장군이었다고 해요.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을 그의 손녀사위가 된 맹사성에게 물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에 한 채의 집이 두 시대를 가로질러 이어진 셈이에요. 역사책 속 인물로만 여겨지던 두 사람이 이 집을 매개로 실제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요.
한 채의 옛집이 두 시대의 사람을 이어주고 있었어요.
맹사성에게 집이 넘어온 뒤로도 이 집은 큰 변고 없이 자리를 지켜왔고, 그래서 지금도 수백 년 전 지어졌을 당시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살림집으로 꼽히고 있어요. 오래된 집이 이렇게 온전히 남아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보니, 집 자체를 눈으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책 몇 페이지를 직접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어요.
최영 장군에서 맹사성으로, 다시 맹씨 집안으로 이어진 이 집의 내력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지금도 '맹씨행단'이라는 이름 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집 한 채의 이름에도 여러 대에 걸친 사연이 쌓여 있는 셈이에요.
ㄷ자형 맏배집, 그을린 목재와 숨은 장식들
맹씨행단의 가옥은 'ㄷ'자형으로 지어진 맏배집이에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목재가 마치 광솔처럼 검게 그을려 있다고 해요. 이런 그을림 자체가 이 집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과 시간을 겪어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새로 지은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세월이 직접 남긴 색깔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둥과 도리 사이에는 단청 대신 '봉설', 말 그대로 봉황의 혀를 본뜬 장식이 붙어 있다고 해요. 화려한 색을 입히는 대신 이런 세밀한 조각으로 멋을 낸 점이 이 집만의 개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서 기둥 윗부분을 살펴보시면 이 장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어요.
안채 천장도 눈여겨볼 만한데요, '소라 반자'라는 흔치 않은 나무 반자로 꾸며져 있다고 해요. 일반적인 한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구조라, 집을 둘러보실 때 고개를 들어 천장까지 한 번씩 살펴보시면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맹씨행단이라 불리는 이유, 맹사성이 심은 은행나무
맹씨행단이라는 이름은 '맹씨가 사는, 은행나무 단이 있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요. 고택 한 채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맹고불의 고택과 구괴정, 쌍행수까지를 모두 아울러 맹씨행단이라 부른다고 하니, 이 일대 전체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맹사성이 이곳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손수 심고, 그 아래에서 학문에 정진하며 후학을 가르쳤다고 해요. 그래서 이 은행나무들을 보면서, 오래전 이 자리에서 글공부에 매진했을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고택과 은행나무, 구괴정과 쌍행수까지 한 바퀴 둘러보시면 '맹씨행단'이라는 이름이 단순히 집 한 채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실 거예요.
배방읍 행단길, 찾아가는 길과 둘러보는 순서
맹씨행단은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행단길 25에 자리하고 있어요. 배방읍은 아산시 안에서도 KTX 천안아산역이 있는 동네로 알려져 있어서, 기차로 아산을 찾으신다면 역에서부터 이동 경로를 가늠해보시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고택 전체가 설화산을 등지고 배방산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떠올리며 건물의 좌향을 살펴보시고, 이어서 ㄷ자형 맏배집의 구조와 그을린 목재, 봉설 장식을 차례로 둘러보신 뒤, 안채 천장의 소라 반자까지 확인하시는 순서로 보시면 놓치는 부분 없이 둘러보실 수 있어요.
건물을 다 보신 뒤에는 맹사성이 심었다는 은행나무와 구괴정, 쌍행수까지 함께 살펴보시면 맹씨행단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더 또렷하게 와닿으실 거예요. 사적으로 지정된 공간이니 오래된 목조 건물과 나무들을 조심스럽게 대해주시면 좋겠고, 아산은 배방읍 외에도 온천과 여러 역사 유적이 함께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어서 근처 일정을 느긋하게 짜보셔도 좋아요.
수백 년 묵은 은행나무 아래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