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둔마리 벽화 고분,
불교와 도교가 만난 고대의 미술관
1,500년 전 고분의 벽에 그려진 악기 연주자들의 모습
금귀봉의 동남쪽으로 뻗어있는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거창 둔마리 벽화 고분은 얼핏 보면 그저 산 위의 또 다른 무덤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고분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1,500년 전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답니다. 돌덧널 벽면에 회칠을 하고 그린 벽화들은 고대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생생한 예술 작품이거든요.
석장골 또는 재궁골이라고 불렸던 이 일대에서 만나는 고분은, 거창의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는 중요한 증거물이에요.
방형호석으로 지어진 고분의 구조
둔마리 고분의 외형은 능선 상의 좁은 평지 위에 방형으로 지대석을 설치하고 그 위에 호석을 올려놓고 봉토를 쌓은 방형호석 형태예요. 고분 석축의 동쪽과 서쪽에는 2구의 석인이 있는데, 동쪽 석인은 두관을 착용한 문인석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형상이랍니다. 서쪽의 석인은 가슴 윗부분이 절단되고 하반신만 남아 있지만, 동편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요.
근처에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일반인들의 무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요.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발견 당시에는 파괴가 심했지만, 지금은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되어 있어서 당시의 건축 방식과 예술 수준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어요.
벽화에 담긴 불교와 도교의 만남
이 고분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무엇보다도 내부의 벽화예요. 고분의 무덤 내부 구조는 상자형 쌍돌덧널로 되어 있어요. 먼저 땅을 판 후 판석으로 벽을 두르고 그 안에 덧널을 설치한 굴식돌방무덤이라는 건데, 서쪽에 있던 덧널에는 나무로 만든 널이 1개 들어 있었으며 동쪽 돌덧널은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양쪽 돌덧널 모두 벽면에 회칠을 하고 흑·녹·갈색으로 인물을 그렸어요. 동쪽 돌덧널의 동쪽 벽에는 선녀 6명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북쪽 벽에 글자가 희미하게 나타나 있다고 하네요. 서쪽 돌덧널의 서쪽 벽에는 여자 두 명, 남자 한 명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벽화의 내용은 악기 연주 그림으로, 붓의 움직임이 자유롭고 생기가 있으며, 불교의 사상이 중심이 되면서 도교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고대 미술사를 다시 쓰는 발견
이 고분의 벽화는 단순한 묘실 장식이 아니라, 고대 미술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어요. 고분 내부에 그려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사람들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내세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시각 자료거든요. 불교와 도교가 섞여 있는 표현 방식은 당시 사상의 복합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거창뿐 아니라 한반도 고대 미술의 판도를 새롭게 정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고대의 손으로 그려진 예술을 직접 만나보세요. 거창 둔마리 벽화 고분은 1,500년의 시간을 건너는 문 같은 존재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