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바위 위에 세워진 순창 구암정 이야기
강가 바위 위에서 세월을 지켜온 정자, 구암 양배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섬진강과 국도 21호선이 나란히 지나가는 자리에 구암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어요. 구미마을과 내월교 사이, 섬진강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 정자는 돈암 또는 배암이라 불리는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데, 조선 전기 학자 구암 양배가 동생 양돈과 함께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자리라고 전해져요. 섬진강 풍경과 옛이야기를 함께 만나고 싶다면 순창 여행 코스에 구암정을 넣어보시길 추천해요.
구미마을과 섬진강 사이, 정자가 선 자리
구암정이 자리한 곳은 순창 구미마을과 내월교 사이예요. 이 구간은 섬진강이 흐르고 국도 21호선이 지나가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섬진강자전거길이 함께 놓여 있는 지점이기도 해요. 자동차로 국도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강가에 자리한 정자를 눈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고, 자전거길을 이용한다면 페달을 밟다가 잠시 내려 정자를 둘러보는 것도 가능해요.
강과 도로, 자전거길이 한자리에 모이는 구간이라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든 정자를 찾기가 어렵지 않은 편이에요.
정자가 올라앉은 바위는 돈암 혹은 배암이라 불려요. 이 바위는 인근 남원 출신의 조선 전기 학자인 구암 양배가 그의 동생 양돈과 함께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강 위로 솟아오른 바위와 그 위에 얹힌 정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섬진강변을 지나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끄는 요소예요.
바위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서 바라보면 그냥 지나칠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정자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강가의 바위 하나가 한 사람의 삶터가 되고, 훗날 정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섬진강자전거길을 이용해 순창 구간을 지나는 여행자라면 구암정을 중간 쉼터 삼아 들르기 좋아요. 국도 21호선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구미리 방향 이정표를 살펴보면서 속도를 줄이고 정자가 보이는 지점을 찾아보세요. 처음 방문한다면 정확한 진입로를 미리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헤매지 않는 방법이고, 강변 길이다 보니 시간대에 따라 빛이 다르게 들어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해요.
구암 양배, 두 번의 사화를 뒤로하고 강가로
구암정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낚시를 하며 지냈던 구암 양배에서 따온 것이에요. 양배는 남원 출신으로 조선 전기를 살았던 학자로, 세상을 떠난 해는 1500년으로 전해져요. 그는 일찍부터 학문을 닦아 지식이 높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고, 그런 그가 굳이 강가 바위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이 정자의 이야기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양배가 살던 시기는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라는 두 번의 큰 사화가 잇달아 일어난 때였어요. 이 두 사화를 거치며 어진 사람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모습을 지켜본 양배는 결국 조정을 등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는 동생 양돈과 함께 이곳으로 내려와 자연 속에 묻혀 세상을 잊고 살아가는 길을 택했다고 전해지는데, 벼슬길 대신 강가의 삶을 선택한 결정이었던 셈이에요.
형제가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바위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고, 훗날 사람들은 양배의 삶과 뜻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정자를 세우기로 했어요. 조정에서 물러나 자연을 벗 삼았던 한 학자의 이야기가 지금의 구암정이라는 이름과 공간으로 이어진 셈이라, 정자 앞에 서면 그 시절의 사연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돼요.
정면 3칸 팔작지붕, 문화유산자료로 남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구암정은 1901년에 세워진 건물이에요. 양배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지어졌고, 지붕은 팔작지붕 형태의 기와지붕으로 마감되었어요. 강가 바위 위에 자리한 정자답게 규모는 크지 않아도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는 짜임새를 갖추고 있어서, 멀리서 보아도 강줄기와 잘 어울리는 실루엣을 만들어내요.
이렇게 세워진 구암정은 시간이 흐른 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0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어요. 낚시터였던 자연 바위와 그 위에 후손들이 세운 정자, 그리고 그 정자에 담긴 한 학자의 이야기까지 함께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오래된 건물 하나가 문화유산자료로 남기까지 지역 사람들의 관심도 함께 이어졌을 거예요.
정자 하나를 두고도 자연 지형과 인물의 사연, 후대의 보존 노력까지 여러 겹의 이야기가 쌓여 있다는 걸 알면 구암정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 거예요. 정자 앞에 서서 강을 내려다보면서 그 위에 앉아 있었을 옛 사람의 시간을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구암정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에요.
구미마을과 용궐산자연휴양림, 함께 둘러보기
구암정 인근에 자리한 구미마을은 남원 양씨의 집성촌이에요. 이 마을에는 남원 양씨 종가를 비롯한 관련 건물들이 남아 있어서, 구암정을 둘러본 뒤 마을 안쪽까지 걸어보면 양씨 집안의 흔적을 더 살펴볼 수 있어요. 정자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마을 안까지 이어지는 셈이라, 시간을 넉넉히 잡고 함께 돌아보시길 추천해요.
구암정 주변에는 용궐산자연휴양림도 자리하고 있어서 연계해서 관광하기 좋은 동네예요. 섬진강변의 정자와 인근의 자연휴양림을 함께 묶어 하루 코스를 짜보는 것도 순창 여행을 알차게 채우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강변의 역사 이야기와 산속의 자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동선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구미마을과 용궐산자연휴양림을 오가는 동선은 섬진강자전거길과도 이어져 있는 구간이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돌아보는 방식도 잘 어울려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구암정에서 시작해 마을과 휴양림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미리 계획해보시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강변 풍경도 함께 눈에 담아보세요.
섬진강 바위 위에서 세월을 지켜온 구암정, 이번 순창 여행길에 한 번 들러보시는 거 어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