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오류동에 남은 부자 2대 공신,
류순정·류홍 묘역
서울에 하나뿐인 부자 공신묘역, 그 안에 새겨진 이야기를 따라가봤어요
구로구 오류동 산자락을 걷다 보면 조선 전기 인물의 이름이 붙은 묘역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류순정·류홍 부자 묘역이에요.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이곳은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공신으로 이름을 남긴,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해요. 두 사람의 묘역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서울에 하나뿐인 부자 2대 공신묘역
이 묘역은 조선 전기의 문신 류순정(1459~1512)과 그의 아들이자 무신인 류홍(1483~1551)의 묘라고 해요. 두 사람 모두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공신이 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 더 눈길이 가요. 이 묘역은 16세기에 조성되었다고 하며, 오늘날 서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부자 2대 공신묘역이라고 하니, 그 자체로 희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에요.
공신이란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임금으로부터 특별한 예우를 받은 신하를 가리키는 말인데, 조선시대에는 공신으로 책봉되면 그에 걸맞은 격식을 갖춰 묘역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류순정·류홍 부자의 묘역 역시 이런 조선시대 공신 묘제의 관습과 제도를 잘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어요. 묘 앞에 세운 석물들의 양식과 묘역이 조성된 형태를 통해 당시의 묘제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고 하니, 역사 자료로서도 의미가 큰 곳이에요.
류순정과 류홍은 각각 문신과 무신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전해지는데, 아버지는 조정에서 문신으로, 아들은 무신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이 집안이 문무를 두루 갖춘 가문이었다는 걸 짐작해볼 수 있어요. 한 집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나란히 공신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묘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남긴 흔적 - 류순정·류홍 부자 묘역은 조선 공신 묘제의 특징을 오늘까지 전하고 있어요.
부부가 함께 잠든 상하 합장묘
류순정의 묘는 부인과 함께 상하로 합장된 형태라고 해요. 위쪽이 류순정의 묘이고, 아래쪽이 부인인 안동 권씨의 묘라고 하니, 같은 묘역 안에서도 위아래로 자리가 나뉘어 있는 독특한 구조인 셈이에요. 이런 상하 합장 방식은 조선시대 묘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형태 가운데 하나로, 부부가 한 자리에 함께 모셔졌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해요.
1567년에 세운 신도비, 그 안에 담긴 이름들
류순정 부부의 묘역 왼쪽에는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도비가 있어요. 신도비란 생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의 무덤 근처에 세워, 그 업적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만든 비석을 말하는데, 류순정의 신도비는 1567년, 그러니까 명종 22년에 세워졌다고 해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반백 년도 더 지난 시점에 세워진 비석이라, 그만큼 후대에도 그의 공적이 잊히지 않고 기려졌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이 신도비의 비문은 당시 한성부 판윤을 지낸 강혼이 짓고, 글씨는 이름난 서예가였던 송인이 썼다고 해요. 비문을 짓는 사람과 글씨를 쓰는 사람 모두 당대에 이름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류순정이라는 인물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어요. 돌 위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에 당대 최고 문장가와 서예가의 손길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단순한 비석 이상의 의미로 다가와요.
묘 앞에 세워진 석물들은 상석이나 향로석처럼 제례를 위해 놓은 것과, 문인석처럼 예를 갖추기 위해 세운 조각상 등으로 나뉜다고 해요. 왕릉에 견줄 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공신의 격에 맞춰 조성된 석물 하나하나에 조선시대 사대부 묘제의 격식이 담겨 있는 셈이에요. 이런 세부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살펴보면, 그냥 지나칠 뻔한 돌 조각 하나에도 당시의 예법이 녹아 있다는 걸 발견하게 돼요.
아들 류홍의 묘역까지 이어지는 길
류순정의 묘에서 서남쪽으로 약 150m 떨어진 언덕에는 아들 류홍을 비롯한 후손들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요. 아버지와 아들의 묘가 가까운 거리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일대 전체가 한 집안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게 돼요. 두 부자의 묘역을 함께 둘러보면, 조선 전기 한 무인 가문이 대를 이어 나라에 공을 세운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볼 수 있어요.
구로구에 남은 조선 전기의 흔적
구로구는 지금은 주택가와 산업단지가 어우러진 서울의 서남권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조선 전기 사대부의 묘역이 조용히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에요. 도심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지역일수록 이런 옛 유적이 온전히 남아 있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류순정·류홍 부자 묘역은 그런 가운데서도 원형을 지키며 자리를 지켜온 셈이라 더 의미가 깊게 다가와요.
다만 이곳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크지만, 별도의 편의시설이나 안내 체계가 갖춰진 관광지는 아니라고 해요. 이용시간이나 입장료, 휴무일 같은 정보도 따로 확인되지 않으니,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사전에 위치와 접근 방법을 지도 앱 등으로 미리 확인해두시는 게 좋아요.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남긴 흔적이에요. 오류동을 지나신다면 조용히 걸음을 옮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