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웹진서울 인사이드 · 2026-09-02 · 읽는 시간 5분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400년 뒤 후손에게 보내는 편지

1994년에 묻은 600점의 기록, 2394년에 열립니다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400년 뒤 후손에게 보내는 편지
서울 현지 사진

서울 한복판, 남산 자락에는 아무도 열어볼 수 없는 상자 하나가 지금도 잠들어 있어요. 바로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에 묻힌 타임캡슐인데요, 1994년의 서울 시민들이 자신들의 하루하루를 후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담아둔 곳이에요. 제가 찾아보니 이 캡슐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들어있더라고요.

오늘은 그 사연을 하나씩 풀어볼게요.

600년을 기념하며 1,000년을 기약한 캡슐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이 타임캡슐은 서울이 조선의 도읍으로 정해진 지 6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만들어졌어요. 서울시는 1994년 11월 29일, 보신각 종 모양을 본뜬 특수 캡슐을 제작해 이 자리에 묻었다고 해요. 지름 1.

3m, 높이 1. 7m, 무게는 2. 5t에 이르는 크기였다고 하니, 웬만한 조형물 못지않은 규모였던 셈이에요.

이 캡슐은 지금부터 400년이 지난 서울 정도 1,000년, 그러니까 2394년에 열릴 예정이라고 해요. 저도 계산해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는데, 지금 이 글을 읽는 우리도, 우리 자녀도, 그 자녀의 자녀도 만나지 못할 먼 미래에 열리는 캡슐인 셈이에요.

타임캡슐이 묻힌 광장은 1,500평 규모로, 운석이 떨어져 생긴 분화구 모양을 본떠 분지 형태로 조성했다고 해요. 42m 크기로 둥글게 파인 자리 한가운데 캡슐이 묻혀 있고요. 광장 둘레에는 시간의 순환성을 상징하는 12개의 기둥이 세워져 있고, 세계 각국 시장들의 경축 메시지를 각국 언어로 새긴 대리석도 함께 놓여 있다고 해요.

그 옆에는 당시 서울특별시장이었던 최병렬 시장의 글귀가 새겨진 대리석도 있고,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은행나무로 주변을 조경했다고 하니, 광장 전체가 하나의 큰 시간의 상징물처럼 꾸며진 셈이에요.

2394년타임캡슐이 열릴 것으로 예정된 해

시민 공모로 고른 600점, 무엇을 묻었을까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남산골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캡슐 안에 무엇을 넣을지는 두 차례의 시민 공모를 거쳐 엄격하게 선정했다고 해요. 그렇게 모인 문물이 600여 점에 이르는데, 형태별로 보면 실물이 30%, 축소모형과 설계도가 5%, CD롬이나 마이크로필름이 25%, 영상기록이 40%를 차지했다고 하니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성한 흔적이 느껴져요. 실물로 들어간 물건 목록을 보면 그 시절 서울살이가 그대로 그려지는데요, 기저귀와 담배, 팬티스타킹, 남녀 수영복, 신용카드, 부동산 매매 계약서, 자동차 면허증, 무선전화기, 화투, 각종 복권, 인공심장, 공무원 급여명세서까지 다양하게 들어갔다고 해요.

벼와 보리 등 주요 작물의 씨앗, 서울시 항공사진필름 2,000장, 우황청심환, 초중고 교과서, 숟가락, 버스 토큰, 1회용 라이터도 함께 묻혔고요. 특히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1면에 실린 신문을 마이크로필름으로 남겨둔 것도 있다고 하니, 당시의 아픈 기억까지 솔직하게 담아둔 셈이에요.

체크리스트
우리별 1호 (축소모형)
94년도 시판 승용차 (축소모형)
전동차 (축소모형)
퍼스널컴퓨터 (축소모형)
굴착기 (축소모형)

영상과 문서로 남긴 1994년의 서울

CD롬과 마이크로필름에는 당시 서울시민의 식탁 메뉴, 김치를 담그는 방법, 에이즈 실태, 시험관 아기, 낙찰계, 금융실명제, 증권 깡통계좌, 지하철 TBM 공법, 건축물 관리 대장, 세관 적발 목록, 토지매각 제도, 입시부정의 실체, 난지도 실태, 94년도 베스트셀러 목록, 신도시 개발과 서울 2000년 도시계획까지 기록해 담았다고 해요. 사회 문제부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1994년 서울을 통째로 압축해 넣은 느낌이에요.

영상기록에는 남녀 아동복과 한복, 각종 가정의례, 프로야구, 증권회사 객장, 용산 전자상가, 남대문시장, 백화점, 24시간 편의점, 동네 구멍가게, TV 공익광고, 복덕방, 대통령의 하루 일정, 오렌지족, 노래방, 씨름 같은 장면들이 담겼다고 해요. 지금은 사라졌거나 낯설어진 풍경도 있고, 여전히 익숙한 모습도 섞여 있어서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 시절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평범한 일상이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소중한 기록이 된다는 게, 타임캡슐이라는 형식이 가진 진짜 매력인 것 같아요.

남산골한옥마을 안, 가장 높은 자리에서

이 타임캡슐 광장은 따로 떨어진 곳이 아니라, 남산골한옥마을 전통정원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옥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광장까지 이어지는 동선으로 걸어볼 수 있어요. 전통 한옥과 정원을 둘러본 다음, 언덕을 조금 더 올라 이 광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400년 뒤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코스가 될 것 같아요.

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4길 28, 필동2가에 자리하고 있어요. 남산과 명동, 충무로가 가까운 위치라 서울 도심 관광 코스에 함께 넣기도 좋은 곳이에요.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캡슐 하나에 담긴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며 걷다 보면 다른 어떤 명소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어요.

도시전설 팁
이용시간은 하절기(4월~10월) 09:00~21:00, 동절기(11월~3월) 09:00~20:00이고 이용료는 무료예요.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니 방문 전에 요일을 한 번 확인하고 가시는 게 좋아요.
지금 우리가 남긴 흔적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록이 될 거예요. 400년 뒤 이 캡슐이 열리는 날을 함께 상상하며 걸어보세요 🧭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2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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