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사,
청암사에서 시작해 700년을 이어온 사찰
이름이 바뀔 때마다 새 시대의 이야기가 더해진 절을 제가 찾아봤어요

서울 성북구 정릉동, 삼각산 자락에는 1325년에 문을 연 경국사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요. 처음엔 청암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지금의 경국사가 되기까지 여러 사연이 얽혀 있다고 해서, 제가 자료를 찾아 정리해봤어요.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이 절이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시대를 거쳐왔다는 뜻이기도 해요.
청봉 아래 세워진 사찰, 청암사에서 시작하다
경국사는 1325년에 자정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삼각산의 청봉 아래에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청암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해요. 창건주인 자정율사는 계율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법화와 유식에서도 조예가 깊었던 분이라, 이 절 역시 계율과 법화경, 관음신앙을 숭상하는 사찰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고려 말이라는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7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절의 명맥이 이어져 온 셈이에요. 처음 지어질 당시의 이름이 산의 지형을 따서 지어졌다는 점도, 이 절이 삼각산이라는 산과 얼마나 밀접하게 자리해왔는지를 보여줘요.
정릉동이라는 동네 이름 자체도 조선 태조의 계비였던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에서 비롯되었다고 널리 알려져 있어요. 이렇게 왕실과 인연이 깊은 동네에 그보다도 앞선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국사의 자취가 남은 곳
1349년에는 태고보우 국사가 중국에 건너가 석옥청공 스님으로부터 법을 전해 받고 귀국했는데, 이때 이곳 경국사에서 공민왕의 청을 받아 금란가사와 주장자를 하사받고 국사가 되었다고 해요. 고려 말 불교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의 자취가 이 작은 절에 남아 있다는 게 인상 깊은 대목이에요.
태고보우 국사는 고려 말 불교계에서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인물이 하필 이 경국사에서 국사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이 절의 역사적 무게를 한층 더해준다고 볼 수 있어요.
문정왕후가 붙인 이름, 경국사
1545년, 명종조 때 왕의 어머니였던 문정왕후가 불사를 하면서 나라의 경사스러움이 끊이지 않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절의 이름을 '경국사'로 바꾸었다고 해요. 청암사라는 원래 이름 대신 국가의 안녕을 비는 뜻이 담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에요.
그 후 1698년에는 연화승성 스님이 절을 중수하면서 독성을 모신 전각인 천태성전을 세웠다고 해요. 이때 기록된 『천태성전상량문』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300년도 더 된 기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에요.
이렇게 절 이름이 바뀐 배경에는 늘 그 시대의 사정이 담겨 있는데, 청암사에서 경국사로 이름이 바뀐 것도 왕실의 발원이 절 하나의 운명을 바꿔놓은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하나의 이름 뒤에 한 시대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절을 둘러볼 때 느낌이 사뭇 달라질 것 같아요.
근현대까지 이어진 이야기
전 대통령 이승만도 경국사에 주석하던 보경스님의 인품에 감화되어, 당시 닉슨 부통령과 함께 이곳을 참배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고 해요. 근현대 정치사의 인물들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더 특별하게 다가와요.
1977년부터 1985년까지는 보경 금어 큰스님의 뒤를 이어 주지 소임을 맡았던 지관 대종사,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경국사를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해요. 그리고 2005년에는 한국불교의 율풍 진작에 헌신했던 자운대율사의 계주원명사리탑도 이곳에 세워졌다고 하니, 근현대 불교사의 여러 흐름이 이 절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셈이에요.
이렇게 여러 인물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경국사는 단순히 오래된 사찰이라는 사실을 넘어 우리 근현대사의 한 장면들까지 함께 품고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청암사에서 경국사로, 이름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시대의 이야기가 더해진 절이에요.
방문 전 참고할 점
경국사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보국문로 113-10, 정릉동에 자리하고 있어요. 이용시간이나 입장료, 휴무일 같은 세부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아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해요.
삼각산 자락에 있는 만큼 정릉 일대의 다른 사찰이나 둘레길과 함께 묶어서 돌아보는 코스로 계획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여러 이름과 사연을 거쳐온 절인 만큼, 천천히 둘러보며 그 흐름을 따라가 보시길 추천해요.
오랜 시간 여러 이름과 사연을 품어온 절인 만큼, 법당이나 전각을 둘러보실 때 안내문이 있다면 함께 읽어보시면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다가올 거예요. 사찰 예절을 지키며 조용히 둘러보시는 것도 잊지 말아 주세요.
청암사에서 경국사로, 7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름도 사연도 켜켜이 쌓인 절이에요. 정릉동을 지나신다면 잠시 들러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