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동 민씨 가옥,
남산골로 옮겨와 이어지는 근대 한옥 이야기
인사동 한복판에 있던 집이 어떻게 남산골까지 오게 됐는지 제가 찾아본 이야기예요
인사동 근처를 걷다 보면 오래된 골목과 한옥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걸 느끼실 텐데, 사실 그 골목에 있던 한옥 한 채가 지금은 남산골로 자리를 옮겨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관훈동 민씨 가옥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원래 있던 자리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부터 사연이 궁금해져서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하나씩 정리해봤어요.
관훈동 30-1번지, 민영휘 일가가 자리 잡았던 곳
이 가옥은 원래 관훈동 30-1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조선 말기 정치인이었던 민영휘 일가가 거주하던 집이라고 해요. 민영휘는 일제강점기에 판서와 한일은행 은행장 등을 지낸 관료로, 당대에 막대한 부를 누렸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다만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인물이라, 이 집의 역사를 들여다볼 때는 그런 배경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민영휘는 1895년 안국동에서 교동으로 이주하면서 관훈동 일대의 토지를 사들여 일가를 거주하게 했다고 전해져요. 그렇게 형성된 터전이 꽤 넓었던 모양인데, 1936년 기준으로 목조와즙 건물 6동과 2층 양옥까지 있었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저택이었던 셈이에요. 지금 흔히 떠올리는 소박한 한옥 한 채가 아니라, 여러 채의 건물이 어우러진 저택 단지였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만큼 당시 민영휘 집안의 재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여기서 목조와즙이라는 표현은 나무로 기둥과 뼈대를 세우고 기와를 얹은 전통 건축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지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한옥의 기본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라, 당시 관훈동 저택도 전형적인 한옥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자손들이 나뉘어 살았던 경운동과 관훈동
흥미로운 건 민영휘 집안 사람들이 한 곳에 다 모여 산 게 아니라, 관계에 따라 사는 곳이 나뉘어 있었다는 점이에요. 민영휘와 본처였던 평산신씨, 그리고 입양한 장남 민형식은 경운동에 거주했고, 첩이었던 안유풍과 그 아들 민대식은 관훈동에 살았다고 해요.
그 자녀들까지 경운동과 관훈동 일대에 한데 모여 살았다고 하니, 이 일대 자체가 민영휘 집안의 생활권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인사동 관광 상권으로 더 익숙한 동네지만, 한 세기 전에는 한 집안의 살림살이가 골목 곳곳에 퍼져 있던 셈이라, 걷다 보면 다른 시선으로 동네를 보게 될 것 같아요.
한 집안의 흥망이 골목 하나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이에요.
멸실과 이전을 거쳐 지금의 남산골까지
관훈동 30번지는 1970년대까지도 민영휘의 자손들이 소유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후 경매와 매매를 거치면서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해요. 그 사이 1976년에는 건물 일부가 멸실되면서, 안채 일부와 문간채 등 목조와즙 건물 2동만 남게 됐다고 전해져요.
한때 6동에 이르렀던 저택이 세월을 거치며 크게 줄어든 셈이니, 그 변화의 폭이 새삼 크게 다가와요. 1986년에는 경인미술관이 이 터의 소유권을 갖게 됐고, 경인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던 1995년부터 1998년 사이에 남아있던 안채 일부와 문간채가 지금의 남산골한옥마을로 이전, 복원됐다고 해요.
그렇게 옮겨진 한옥이 지금 남산골에서 만날 수 있는 관훈동 민씨 가옥인 거죠. 1977년에는 서울시 민속자료로 지정되기도 했으니, 건물 자체의 가치도 일찍이 인정받았던 셈이에요. 원래 자리에서 새 자리로 옮겨진 뒤에도 이렇게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져요.
남산골한옥마을에서 함께 둘러보면 좋은 것
지금 이 가옥은 남산골한옥마을 안에 다른 한옥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서, 관훈동 민씨 가옥 하나만 따로 찾아가기보다는 남산골한옥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코스로 방문하시는 게 좋아요. 원래 있던 자리와 지금 자리가 다르다는 걸 알고 나서 보면, 처마 하나 기둥 하나도 다르게 느껴지실 거예요.
남산골한옥마을은 서울 중구 필동 일대, 남산 자락에 자리한 공간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전통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관훈동에서 남산골까지, 한옥 한 채가 걸어온 거리를 떠올리며 둘러보시면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관훈동 민씨 가옥은 지금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4길 28, 남산골한옥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어요. 정확한 이용시간이나 요금, 휴무일 같은 세부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아서, 방문 전에 남산골한옥마을 안내나 지도 앱으로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시는 게 좋아요.
인사동에서 남산골로, 자리는 옮겼어도 이야기는 그대로 남아있어요.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