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쿠샤,
'기쁜 마음'이라는 이름의 붉은 벽돌집
66년 만에 다시 세상에 알려진 앨버트 테일러의 집

종로구 행촌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식 저택 한 채가 눈에 들어와요. '기쁜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집, 딜쿠샤예요. 이름부터 이국적인 이 집에는 한 외국인 가족의 삶과, 그 집이 66년 만에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까지의 드라마 같은 사연이 담겨 있어요.
제가 찾아본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해봤어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 테일러 부부의 집
딜쿠샤(DILKUSHA)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앨버트 W. 테일러와 메리 L.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의 이름인데요, 부부는 1923년에 공사를 시작해 1924년에 집을 완공했다고 해요. 그런데 1926년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고, 1930년에야 다시 지어졌다고 하니 완공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은 시간을 보낸 집이에요.
하지만 이 집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1942년, 일제가 테일러 부부를 강제로 추방하면서 딜쿠샤는 주인을 잃게 됐어요. 이후 앨버트의 동생인 윌리엄 W.
테일러가 잠시 집을 관리했지만, 1959년에는 자유당 소속 조경규 의원이 딜쿠샤를 매입했고, 1963년에는 조경규 의원의 재산이 국가로 넘어가면서 딜쿠샤도 자연스럽게 국가 소유가 됐다고 해요.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사이, 정작 이 집을 처음 지은 가족의 이야기는 점점 잊혀갔던 셈이에요.
오랜 방치 끝에, 66년 만의 재회
국가 소유가 된 이후 딜쿠샤는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본모습을 잃어갔다고 해요. 그러다 2005년, 서일대학교 김익상 교수가 앨버트의 아들인 브루스 T. 테일러의 의뢰를 받아 딜쿠샤를 다시 찾아냈다고 해요.
아버지가 살았던 집을 찾아달라는 아들의 부탁이 없었다면, 이 집은 그냥 낡은 건물로 잊혔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66년 만에 돌아온 딜쿠샤 - 브루스 테일러는 2006년, 어린 시절 살던 그 집 앞에 다시 섰습니다.
2006년, 브루스는 마침내 66년 만에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딜쿠샤를 방문했다고 해요. 이 방문을 계기로 딜쿠샤는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안고 낯선 나라의 낡은 집 앞에 다시 선 순간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뭉클해지는 이야기예요.
3년에 걸친 원형 복원, 2021년의 개관
서울시는 딜쿠샤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2016년 관계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이듬해인 2017년 8월에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으로 지정됐다고 해요. 2017년부터는 복원을 위한 학술용역과 설계용역을 진행했고, 그 무렵 딜쿠샤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과도 원만히 협의해 2018년 7월에 이주를 완료했다고 해요.
2018년 11월부터는 건물의 원형을 되살리는 복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20년 12월에 복원을 마쳤다고 해요. 이렇게 복원된 딜쿠샤의 내부 거실은 테일러 부부가 살던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했고, 거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테일러 부부의 한국 생활과 앨버트 W. 테일러의 언론활동을 주제로 한 전시실로 꾸며서 2021년 3월 1일에 개관했다고 해요.
언론인 테일러와 근대문화유산 이야기
앨버트 W. 테일러는 외신 통신사의 특파원으로 일하며 국내 소식을 해외에 알리는 언론 활동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부부가 이 집에서 지낸 시기가 일제강점기와 겹치는 만큼, 딜쿠샤 자체가 그 시대를 살아낸 외국인 가족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셈이에요.
복원된 전시실에서 이런 언론활동 관련 자료를 함께 살펴보면, 예쁜 서양식 저택을 구경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국가등록문화유산은 지어진 지 오래돼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근현대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등록해 관리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어요. 딜쿠샤처럼 파란만장한 사연을 가진 건물이 이런 제도를 통해 다시 세상에 알려지고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도, 이 집을 둘러보며 함께 떠올려볼 만한 이야기예요.
행촌동 언덕에서 만나는 근대의 기억
딜쿠샤가 자리한 행촌동은 종로구 서쪽, 인왕산 자락에 있는 조용한 동네예요. 서대문독립공원이나 사직단과도 가까운 거리라, 근현대 역사를 주제로 한 산책 코스에 함께 넣기 좋은 위치예요. 골목 사이 언덕길을 오르는 재미도 있어서, 딜쿠샤를 찾아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산책이 될 수 있어요.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행촌동이에요. 관람료는 무료이고,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은 오후 5시 30분까지 가능하다고 해요.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지만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개관한다고 하니, 공휴일과 겹치는 월요일이라면 방문해도 괜찮아요.
1월 1일도 휴관일에 포함된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어요.
66년 만에 다시 세상에 알려진 집이라니,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 같지 않나요. 행촌동 언덕을 오르며 그 사연을 함께 떠올려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