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부민관 폭탄 의거지,
해방 한 달 전 청년들의 거사
박춘금 일당의 친일 대회장을 겨눈 대한애국청년당의 마지막 항일투쟁을 되짚어봤어요
서울시의회 건물 앞을 지나다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표지석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경성 부민관 폭탄 의거지예요. 해방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20대 청년들이 친일파가 주도하는 대회장에 폭탄을 터뜨린 자리라고 하는데, 그 사연을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정리해봤어요.
시립극장이었던 경성부민관
경성부민관은 1935년 12월 태평동 60번지에 세워진 경성부의 부립극장으로, 오늘날로 치면 시립극장에 해당하는 공간이었다고 해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대강당과 중강당, 소강당, 담화실까지 갖춘 다목적 회관이었고, 당시로는 드물게 냉난방 시설과 조명·음향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하니 그 시절 기준으로는 상당히 앞선 문화시설이었던 셈이에요.
이런 시설을 갖춘 만큼 각종 극단의 공연이 열리는 무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전시 총동원 체제 아래에서 각종 관변 집회의 장소로도 널리 이용됐다고 해요. 문화공간이자 동시에 체제 선전의 무대이기도 했던 셈인데, 바로 그 성격 때문에 이곳이 항일 청년들의 거사 대상이 되었어요.
관수동에서 결성된 대한애국청년당
경성부민관 폭탄의거를 주도한 조문기, 유만수, 우동학, 강윤국은 당시 20세 안팎의 청년들이었다고 해요. 이들은 1945년 5월 서울 종로구 관수동 13번지 유만수의 집에 모여 대한애국청년당을 결성하고, 항일투쟁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전해져요. 나라를 되찾겠다는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은밀히 모여 조직을 꾸렸다는 것 자체가, 해방을 코앞에 둔 그 시기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던 중 1945년 7월 24일 저녁 경성부민관에서 친일파 거두인 대의당의 박춘금 일당이 주최하는 아세아민족분격대회가 열린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해요. 이 소식을 접한 조문기 등은 비밀회합을 갖고 대회장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대회 소식이 알려진 순간부터 거사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셈이에요.
1945년 무렵에는 이미 일제의 패망이 멀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그런 시기에도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항일 단체는 흔치 않았다고 해요. 대한애국청년당처럼 젊은 세대가 스스로 조직을 꾸려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국내 항일운동사에서도 특별하게 기록되고 있어요.
다이너마이트로 만든 사제폭탄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유만수는 수색변전소 공사장의 발파 인부로 침투해 다이너마이트를 빼냈고, 이를 이용해 사제폭탄 두 개를 만들었다고 해요. 완성된 폭탄은 대회 전날 밤 대회장 뒤편 화장실 쪽에 설치됐고요. 폭탄 재료를 구하는 과정부터 설치까지, 발각될 위험을 무릅쓴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는 걸 짐작하게 해요.
대회 당일인 7월 24일 밤 9시경, 박춘금이 시국 강연을 위해 등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탄이 터졌다고 해요. 그 순간 대회는 중단되고 말았고요. 친일파가 주도하던 행사가 청년들의 손으로 멈춰선 셈인데, 이 사건이 해방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와요.
해방을 한 달 앞두고 청년들이 던진 다이너마이트, 그 의지는 지금도 표지석 하나로 남아 있어요.
지금은 표지석으로 남은 자리
경성부민관 폭탄의거는 꺾일 줄 모르는 민족의 독립 의지를 국내외에 떨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요. 목숨을 건 거사였던 만큼, 이 사건을 주도한 청년들의 행동은 해방 직전까지 항일투쟁이 멈추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어요.
현재 경성부민관 건물이 있던 자리는 서울시의회 부지로 쓰이고 있고, 그 앞에는 폭탄의거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고 해요. 화려한 기념물은 아니지만, 태평로를 오가는 길에 잠시 눈여겨보시면 그날의 사연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거사가 있고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마침내 해방을 맞이했어요.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걸 생각하면, 경성부민관 폭탄의거는 항일 투쟁의 마지막 불꽃 같은 순간으로 다가와요.
방문 전 참고할 점
경성 부민관 폭탄 의거지는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5, 태평로1가의 서울시의회 부지에 자리하고 있어요. 별도의 입장료나 운영시간은 없는 야외 표지석이라, 정확한 위치는 방문 전 지도 앱으로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서울시의회 건물을 오가는 길목에 있어서, 인근을 지나는 김에 잠시 들러 표지석에 새겨진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세종대로 일대는 서울시청과 덕수궁이 가까이 있는 도심 중심가라, 다른 근현대사 유적과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 묶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해방을 향한 마지막 몸부림이 남아 있는 자리예요. 태평로를 지나신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표지석을 살펴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