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웹진전주 인사이드 · 2026-09-02 · 읽는 시간 4분

전주 화산서원비,
서원은 사라졌어도 비석 하나로 남은 이야기

완산구 중화산동,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원의 흔적을 찾아가봤어요

전주 화산서원비, 서원은 사라졌어도 비석 하나로 남은 이야기
전주 현지 사진

전주를 다니다 보면 조선시대의 흔적이 지명이나 비석 하나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돼요. 완산구 중화산동에 있는 화산서원비도 그런 곳 중 하나예요. 이름은 '서원비'인데 정작 서원 건물은 남아있지 않고 비석 하나만 그 터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어떤 사연인지 하나씩 정리해봤어요.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원, 화산서원

화산서원비
화산서원비

화산서원은 전라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서원으로 알려져 있어요. 조선 선조 11년인 1578년에 전주 지역 사림들이 뜻을 모아 건립했다고 해요. 지금으로부터 440년도 더 된 서원이라니, 그 역사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이 서원에서는 중종 때 전주부윤과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이언적, 송인수 등을 봉사했다고 전해져요. 봉사란 학덕이 높은 인물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걸 말하는데, 서원이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존경받는 인물을 기리는 자리이기도 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대원군의 서원 철폐, 자리에는 비석만

화산서원비
화산서원비

화산서원은 전북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서원이었지만, 지금 그 자리에는 건물 대신 비석 하나만 남아있어요. 대원군이 전국의 많은 서원을 철폐하고 정비하면서 이곳도 그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고 해요.

흥선대원군은 1871년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 난립해 있던 서원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지방 유생들의 세력 기반이자 면세 특권을 가진 서원이 너무 많아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있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전해지죠. 전국에 수백 곳에 달했던 서원 가운데 극히 일부만 남기고 정리했다고 하니, 화산서원도 그 큰 흐름 안에 있었던 셈이에요.

그렇게 서원 건물은 사라졌지만, 후세 사람들이 이 자리에 서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비를 세워두었다고 해요. 그게 바로 지금의 화산서원비예요. 건물은 없어졌어도 자리와 이름, 그리고 사연은 비석 하나에 오롯이 담겨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셈이죠.

1578년화산서원이 처음 세워진 해

비석 자체에 담긴 정교한 조각

화산서원비는 규모 1기로, 1984년 4월 1일 전라북도 지방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고 해요. 비의 생김새를 보면 거북 모양 받침돌 위에 비몸을 세우고 그 위에 머릿돌을 얹은, 전형적인 비석의 구성을 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건 거북 받침돌이 납작하게 표현돼 있는데, 독특하게도 몸통이 옆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보통 정면을 바라보는 거북 모양과는 다른 구성이라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죠. 머릿돌에는 구름 속을 노니는 용의 무늬가 아름답게 장식돼 있고요.

비몸에 새긴 비문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 송시열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하니, 비석 하나에도 당대 최고 학자의 글이 새겨져 있는 셈이에요.

전주향교가 있던 자리이기도 해요

화산서원비가 서 있는 이 자리에는 원래 전주향교가 139년 동안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향교가 교동으로 옮겨가면서, 이 자리에는 서원의 흔적을 알리는 비석만 남게 된 거죠. 향교와 서원이 시간차를 두고 한 자리를 거쳐 갔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와요.

향교와 서원은 둘 다 조선시대 교육·제향 기능을 담당했던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향교는 국가가 세운 관학이고 서원은 사림이 세운 사학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인재를 기르고 학덕 높은 인물을 기리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닮은 구석이 많죠. 그런 두 공간이 시대를 달리해 같은 자리를 거쳐갔다는 게, 이 터가 전주에서 얼마나 중요한 교육의 자리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도시전설 팁
화산서원비는 별도의 이용시간이나 입장료가 정해진 시설이 아니라 야외에 세워진 비석이에요. 다만 정확한 관람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으니, 방문 전 지도 앱 등으로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가시는 걸 추천해요.
건물은 사라졌어도 비석 하나가 440년 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중화산동을 지나신다면 잠시 들러 그 사연을 떠올려보세요 🧭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2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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