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
서로 다른 얼굴의 쌍탑
같은 자리에 섰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지어진 특별한 두 탑 이야기

경주 남산동에는 나란히 마주 선 두 탑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서로 생김새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처럼 형식이 다른 쌍탑이 동·서로 나란히 세워진 흔치 않은 사례라고 해서, 제가 두 탑의 차이를 하나씩 살펴봤어요. 같은 자리, 같은 시대에 세워졌을 두 탑이 어쩌다 이렇게 다른 모습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져서, 동탑과 서탑을 각각 따로 뜯어보기로 했어요.
동탑은 벽돌 모양, 서탑은 전형적인 삼층탑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은 이름처럼 동쪽과 서쪽에 각각 하나씩 탑이 서 있는 구조예요. 동탑은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 올린 모전석탑 양식을 하고 있고, 서탑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삼층석탑 양식이라고 해요. 모전석탑은 원래 흙으로 구운 벽돌을 쌓아 만들던 전탑을, 돌을 벽돌처럼 잘게 다듬어 흉내 낸 탑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재료는 돌이지만 겉모습은 벽돌탑을 닮았다는 점이 특징이죠.
우리나라 삼층석탑은 대체로 탑을 떠받치는 기단부, 몸체를 이루는 탑신부, 꼭대기를 장식하는 상륜부로 이뤄져 있다고 해요. 남산동의 두 탑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기단부와 탑신부를 쌓아 올리는 방식에서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같은 자리에 세워진 쌍탑인데도 두 탑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이 이 탑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혀요. 통일신라시대 쌍탑은 대체로 같은 양식으로 짝을 맞춰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이렇게 서로 다른 양식으로 마주 세운 사례는 흔치 않다고 해요.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형식은 다르지만 함께 짝을 이루는 것처럼, 이 남산동의 두 탑도 그와 비슷한 발상으로 세워졌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어요.
동탑, 벽돌을 흉내 낸 정교한 쌓기
동탑은 바닥돌을 넓게 2중으로 깔고, 그 위에 잘 다듬은 돌 여덟 개를 한 단처럼 짜 맞춰 기단부를 만들었다고 해요. 기단부는 탑을 받치는 바닥 구조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렇게 여러 장의 돌을 짜 맞춰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정교한 손길이 필요했다는 뜻이에요. 탑신부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돌 하나로 만들어졌고요.
특히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과 낙수면이 모전석탑답게 각각 5단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고 해요. 낙수면은 지붕돌에서 빗물이 흘러내리는 경사면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부분까지 5단으로 촘촘하게 다듬었다는 건 벽돌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한 흔적으로 볼 수 있어요. 돌을 벽돌처럼 잘게 다듬어 층층이 쌓아 올린 정교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서탑, 팔부신중이 새겨진 기단
서탑은 위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세운 모습으로, 전형적인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형태를 보여준다고 해요. 2단으로 된 기단은 한 면을 둘로 나눠 팔부신중을 새겨 넣었는데, 이 팔부신중은 신라 중대 이후에 등장하는 조각이라고 해요. 팔부신중은 불법을 지키는 여덟 무리의 신을 가리키는 말로, 통일신라 시대 탑에서 종종 등장하는 조각 소재라고 해요.
팔부신중은 흔히 천·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의 여덟 신으로 구성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서탑 기단에는 이 가운데 일부가 나뉘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하나 눈으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탑을 부처님의 세계인 수미산으로 표현하려는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수미산은 불교에서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산을 가리키는 말인데, 탑 자체를 그 성스러운 산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당시 사람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돌 하나로 이뤄져 있고, 각 층 모서리에는 기둥 모양을 새겨 넣었어요. 이 모서리기둥은 목조 건축의 기둥 모양을 돌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장식으로, 통일신라 석탑에서 자주 쓰인 표현 방식이라고 해요.
지붕돌 밑면의 받침은 5단으로 돼 있고요.
같은 자리, 다른 얼굴 - 두 탑은 서로 다르게 지어졌지만 마주 서서 하나의 풍경을 이뤄요.
다르게 지어졌지만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쌍탑은 보통 동일한 양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 동·서 두 탑은 각각 다른 양식으로 표현돼 있어 흔치 않은 사례로 꼽혀요. 벽돌을 닮은 모전석탑과 전형적인 삼층석탑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같은 시대 안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석탑 양식이 함께 시도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그런데도 두 탑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서로 마주 서 있다고 해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같은 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지켜온 두 탑을 보고 있으면, 서로 다른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아요. 동탑의 정교한 벽돌 무늬와 서탑의 단정한 조각을 번갈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두 가지 석탑 양식을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셈이에요.
남산 자락, 함께 걸어볼 만한 이유
경주 남산은 곳곳에 불상과 탑, 절터가 흩어져 있어 '노천 박물관'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고 해요.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은 그 남산 자락에서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는 편이라, 남산을 처음 둘러보시는 분들이 시작점으로 삼기에도 괜찮은 곳이에요. 서로 다른 양식의 두 탑을 먼저 살펴본 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주변의 다른 유적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을 찾아갈 때
이 탑들은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동 227-3에 자리하고 있어요. 정확한 개방 시간이나 입장료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으니, 방문 전 지도 앱이나 경주시 문화관광 안내로 최신 정보를 확인해보시는 게 좋아요.
경주 남산 일대에는 이 탑 말고도 여러 불교 유적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남산 자락을 걸으며 유적을 하나씩 찾아보는 코스로 일정을 짜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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