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리 서 오층석탑,
인왕상이 지키는 신라의 걸작
도굴 피해를 딛고 복원된 토함산 동쪽 신라 석탑을 소개해요

경주시 문무대왕면 장항리에 가면 토함산 동쪽 자락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석탑 하나를 만날 수 있어요. 바로 장항리 서 오층석탑인데요,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절은 정확한 이름이 전해지지 않아 지금은 마을 이름을 따서 장항리사지라고 부르고 있어요. 탑 하나에도 이렇게 긴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지실 거예요.
오늘은 이 탑이 어떤 사연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됐는지, 그리고 탑에 새겨진 조각이 왜 특별하게 평가받는지 함께 하나씩 짚어볼게요.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은 절터, 장항리사지 이야기
장항리사지는 경주시 문무대왕면 장항리, 토함산 동쪽에 자리한 옛 절터예요. 절이 언제 세워졌고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은 절의 이름 대신 마을의 이름인 장항리를 따서 장항리사지라고 부르고 있고요, 이 이름이 지금 우리가 보는 석탑의 이름에도 그대로 이어져 있어요.
절터의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마을의 역사가 함께 녹아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와요.
장항리사지에는 원래 금당 터를 중심으로 동탑과 서탑,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탑들은 도굴범에 의해 무너지는 피해를 입고 말았어요. 오랜 시간 신라 사람들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석탑이 도굴이라는 외부의 손길로 흔들렸다는 사실이 참 아쉬운 대목이에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바라보는 문화유산도 이런 수난의 역사를 지나왔다는 걸 떠올리게 되는 지점이에요.
다행히 1932년에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복원이 가능한 상태였던 서탑만을 새로 세워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장항리에서 만나는 석탑은 '서 오층석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거예요. 오랜 세월과 수난을 거치고도 다시 제자리에 서게 된 탑이라고 생각하면,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탑 앞에 서서 이 모든 과정을 떠올려보시는 것도 이곳을 더 깊이 느끼는 방법이 될 거예요.
9m 높이, 신라 석탑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규모
장항리 서 오층석탑은 높이가 9m에 이르는 5층 석탑이에요. 신라시대 석탑 양식의 전형적인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석탑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멀리서 보아도 안정적이면서 당당한 인상을 주는 비례를 갖고 있다고 하니, 가까이 다가가서 전체적인 균형감을 천천히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5층이라는 층수와 9m라는 높이가 만들어내는 균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시길 추천해요.
이 탑은 이중 기단, 즉 기단을 두 겹으로 쌓은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하층 기단은 비교적 넓게 만들어져 있어서 탑 전체에 안정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요. 기단이 넓고 튼튼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그 위에 올라간 5층의 탑신이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탑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시선을 천천히 옮기면서 기단과 탑신의 비례를 함께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탑의 가장 윗부분, 즉 상륜부에는 지금은 노반만 남아 있는 상태예요. 상륜부는 탑의 꼭대기를 장식하는 부분인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분이 사라지고 노반만 남게 된 것으로 보여요. 이런 모습도 탑이 거쳐온 시간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둘러보시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어요.
도깨비 쇠고리와 인왕상, 섬세한 조각의 매력
장항리 서 오층석탑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1층 몸돌에 새겨진 조각이에요. 1층 몸돌의 네 면에는 각각 문짝이 조각돼 있는데, 이 문에는 도깨비 형태의 쇠고리가 장식된 두 짝의 문이 표현돼 있어요. 실제로 열리는 문은 아니지만, 마치 탑 안에 공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섬세한 조각이에요.
네 면을 하나씩 돌아보면서 쇠고리 장식이 어떻게 표현돼 있는지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어요.
문 조각과 함께 각 면에는 한 쌍의 인왕상도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요. 인왕상은 불교에서 수호의 역할을 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탑의 네 면 모두에 인왕상을 새긴 수법은 흔하지 않은 희귀한 방식이라고 해요. 탑을 한 바퀴 돌면서 네 면의 인왕상 표현을 하나씩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조각 수법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이 탑을 8세기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신라 석탑 가운데서도 조각이 이렇게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표현된 사례는 흔치 않다고 하니, 눈을 가까이 두고 조각의 디테일을 천천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 실제로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 꽤 다를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두고 천천히 둘러보시길 추천해요.
신라 석탑 연구의 귀중한 자료, 장항리 서 오층석탑의 가치
장항리 서 오층석탑은 전체적인 비례가 아름답고 조각 수법도 우수해서, 8세기 전반 석탑의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는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단순히 오래된 탑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신라 석탑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꼽히고 있는 거예요. 이런 평가를 알고 나서 탑을 다시 바라보면 처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그래서 이 탑은 신라 석탑을 연구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고 해요. 토함산 동쪽에 자리한 이 탑과 서쪽의 불국사, 석굴암이 같은 산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도 함께 떠올려보면, 토함산 일대가 신라 불교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어요.
장항리는 문무대왕면에 속한 동네이고, 문무대왕면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경주 동해안과 가까운 지역이에요. 경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방문 전에 경로와 이동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움직이시는 걸 추천해요. 동해안 쪽 다른 장소들과 함께 하루 일정을 짜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무너졌던 탑도, 복원되고 나면 다시 그 자리에서 천년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천년을 돌아 다시 선 탑 앞에서, 신라의 손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