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웹진›박혁거세 금자 전설이 잠든 금척리 고분군
Spot Light경주 웹진 · 경주 인사이드 · 2026-10-24 · 읽는 시간 5분

박혁거세 금자 전설이 잠든 금척리 고분군

건천읍 평지에 흩어진 신라 무덤 30여 기, 전설과 역사를 함께 품고 있어요

박혁거세 금자 전설이 잠든 금척리 고분군
경주 현지 사진

경주시 건천읍 금척리의 넓은 평지에 가면 크고 작은 무덤 30여 기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바로 경주 금척리 고분군인데, 경주 시내의 고분들이 대부분 시가지 안쪽에 모여 있는 것과 달리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이 무덤들은 건천읍의 트인 평지 위에 넓게 흩어져 있어요. 이름에 붙은 '금척'이라는 두 글자에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관련된 전설이 담겨 있어서, 무덤을 둘러보기 전에 그 이야기부터 짚어보면 봉분 하나하나가 훨씬 흥미롭게 다가와요.

건천읍 평지에 자리한 고분군

경주 금척리 고분군
경주 금척리 고분군

금척리 고분군은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금척리 192-1에 있어요. 경주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건천읍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위치라, 시내 한복판에 몰려 있는 다른 고분들과는 찾아가는 느낌이 조금 달라요. 건천읍은 경주 시내에서 보면 외곽에 속하는 지역인데, 이런 외곽 지역에도 신라 시대 유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신라 왕경이 지금의 경주 시내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넓은 평지에 봉분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라,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멀리서부터 크고 작은 무덤들이 눈에 들어와요. 30여 기가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하나씩 차례로 둘러보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어서, 여유 있게 일정을 잡고 움직이는 게 좋아요. 경주는 봄가을에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를 보이는 때가 많은데, 이런 계절에 방문하면 그늘이 적은 넓은 평지를 걸어 다니기에도 한결 편하게 돌아볼 수 있어요.

다만 이곳은 주차가 불가능한 곳으로 안내되어 있어요. 차로 이동하신다면 미리 주변에 세워둘 만한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좋고, 상시 개방이라 연중무휴로 언제든 들러볼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에요.

박혁거세와 금자 전설

경주 금척리 고분군
경주 금척리 고분군

박혁거세는 신라를 세운 시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경주 곳곳에는 박혁거세와 관련된 전설이 남아 있는 장소가 여럿 있어요. 금척리라는 이름과 이곳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바로 이 박혁거세로 거슬러 올라가요. 전설에 따르면 박혁거세가 하늘에서 금으로 만든 자, 즉 금자를 받았다고 해요.

박혁거세는 이 귀한 금자를 지키기 위해 진짜 무덤 외에 가짜 무덤을 40여 개나 만들어서 함께 묻어 숨겼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어요. 전설은 지금도 이 무덤들 어딘가에 금자가 묻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요. 어느 무덤이 진짜이고 어느 무덤이 전설 속 가짜 무덤인지는 구분할 방법이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걷다 보면 평범하게 보이던 봉분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런 전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만큼, 금척리에는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무덤이 많이 모여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전설 속 숫자와 실제로 남아 있는 무덤의 개수가 겹쳐지면서, 이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한층 더해져요.

금자는 아직 이 흙 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요.

1952년 조사로 밝혀진 사실

금척리 고분군은 아직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다만 1952년에 파괴된 무덤 2기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때 무덤 내부 구조가 드러났어요. 직사각형으로 구덩이를 파고 나무로 덧널을 설치한 형태로, 신라 무덤에서 자주 나타나는 돌무지덧널무덤, 즉 적석목곽분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어요.

이런 구조는 나무로 짠 덧널 위에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드는 방식으로, 경주의 여러 고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식이에요. 1952년 조사에서는 이와 함께 금귀고리와 굽은 옥 같은 유물도 수습되었어요. 화려한 금관 같은 대형 유물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신라 사람들이 이곳에 묻힌 이들에게 금귀고리와 옥 장신구를 함께 묻어줄 정도로 예우했다는 흔적을 보여줘요.

본격적인 발굴이 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금척리 고분군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1952년의 짧은 조사로 확인된 내용이 지금까지 알려진 전부라서, 눈으로 보는 봉분의 겉모습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사이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1952년파괴된 무덤 2기를 조사한 해

규모로 짐작하는 무덤의 주인

금척리 고분군에 모여 있는 무덤들은 경주 시내 평지에 있는 무덤들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 이곳에 묻힌 이들은 왕이나 왕족보다는 신라의 낮은 귀족층이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어요.

크고 작은 무덤 30여 기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역이 신라 시대에 꾸준히 무덤 터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시내의 화려한 고분들과 비교하면서 둘러보면, 신라 사회 안에서도 신분에 따라 무덤의 규모가 어떻게 달랐는지 가늠해볼 수 있어요.

이곳에 묻힌 이들이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더 조사가 이루어져야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크고 작은 무덤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신라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짐작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은 분명해요.

Cityzine 팁
주차가 불가능한 곳이라 차로 이동한다면 주변 공간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아요. 상시 개방이라 연중무휴로 언제든 들러볼 수 있고, 궁금한 점은 경주시청 문화유산과(054-779-6110)로 문의하면 돼요.
평지에 가만히 모여 있는 무덤들을 보며 금자 전설 한 자락 떠올려보는 것도 경주 여행의 소소한 재미예요 🙂
#경주 금척리 고분군#건천읍#관광지#신라 고분#적석목곽분
글 · Cityzine 편집부 · 2026-10-24 발행링크 복사공유하기

함께 읽으면 좋은 이야기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