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웹진강릉 인사이드 · 2026-09-02 · 읽는 시간 5분

강릉 송담서원,
율곡 이이를 모신 자리가 다시 서기까지

산불도 철폐령도 넘기고 다시 세워진 서원의 이야기

강릉 송담서원, 율곡 이이를 모신 자리가 다시 서기까지
강릉 현지 사진

강릉 여행을 준비하며 자료를 찾아보다가 송담서원이라는 이름을 만났어요. 서원이라고 하면 어딘가 정적이고 딱딱한 공간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이 서원이 걸어온 길을 하나씩 따라가보니 산불로 무너지고 나라의 명령으로 철거되고, 그럼에도 다시 세워지길 반복한 곳이더라고요. 강동면 송담서원길에 자리한 이 서원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강릉시청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해봤어요.

율곡 이이를 모시는 서원, 원래 이름은 석천서원이었어요

강릉 송담서원
강릉 송담서원

송담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유학자인 문성공(文成公) 율곡 이이를 제향하는 서원이에요. 율곡 이이는 신사임당의 아들로, 강릉 오죽헌에서 태어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죠. 강릉 곳곳에 이이와 관련된 유적이 남아 있는데, 송담서원도 그중 하나예요.

다만 처음부터 이 자리, 이 이름이었던 건 아니었다고 해요.

창건 당시에는 지금의 강동면이 아니라 구정면 학산리 왕고개에 자리했고, 서원의 이름도 송담서원이 아니라 석천서원(石川書院)이었다고 해요. 인조 2년인 1624년, 강원감사 윤안성과 강릉부사 강주, 그리고 지방민이었던 김몽호·이상필 등이 주동이 되어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요. 이런 식으로 지역 인사들이 뜻을 모아 서원을 창건하는 방식은 조선시대 서원 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학산리에서 강동면으로, 자리를 옮긴 사연

강릉 송담서원
강릉 송담서원

석천서원은 창건된 지 30년가량 지난 효종 3년, 1652년에 지금의 자리인 강동면으로 옮겨졌다고 해요. 당시 강원감사 김익희와 강릉부사 이만영 등이 협의해 이전을 결정했다고 전해지죠. 이때 지어진 건물 규모가 상당했는데, 사당 6칸, 월랑 7칸, 동재와 서재 각 3칸, 강당 10칸, 광제루 3칸, 서고 2칸으로 구성됐다고 하니 한창때는 꽤 큰 규모의 교육·제향 공간이었을 것으로 짐작돼요.

그리고 8년 뒤인 현종 1년, 1660년에 왕으로부터 '송담서원'이라는 이름을 받는 사액을 받았다고 해요. 사액이라는 건 임금이 서원의 이름을 지어 현판을 내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국가가 그 서원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어요. 이때부터 석천서원이 아니라 송담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거예요.

1726년에는 서원의 내력을 새긴 묘정비가 세워졌는데, 영의정을 지낸 정호가 글을 짓고 우의정 민진원이 글씨를 썼다고 하니, 당대 최고위급 인사들이 관여했던 셈이에요.

1660년석천서원에서 '송담서원'이라는 이름을 받은 해

산불로 무너지고, 철폐령으로 사라지고

탄탄하게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던 송담서원은 순조 4년인 1804년, 큰 산불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는 시련을 겪었다고 해요. 이후 지방 유림들이 힘을 모아 일부 건물을 다시 지었지만, 이번엔 나라의 정책이 발목을 잡았어요. 고종 8년인 1871년, 흥선대원군이 시행한 서원 철폐령에 따라 송담서원도 철거되고 말았거든요.

전국의 많은 서원이 이때 함께 정리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서원 철폐령으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고종 42년, 1905년에야 지방 유림들이 모금을 통해 사당을 다시 지을 수 있었다고 해요. 나라에서 정리한 자리를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되살렸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지금도 매년 음력 2월 중정일에 제례를 올리고 있다고 하니, 형태는 여러 번 바뀌었어도 이곳에서 이이를 기리는 마음만큼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셈이에요.

무너져도 다시 세워지는 자리 - 송담서원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예요.

지금 남아있는 건물들

1971년에는 송담사 6칸이 다시 건립됐고, 이후로도 동재와 서재, 삼문 등이 차례로 복원됐다고 해요. 지금 서원에 가면 '송담사(松潭祠)'라는 현판이 걸린 사당을 중심으로 대문과 중문, 재실, 그리고 묘정비를 만날 수 있어요. 재실에 걸려 있는 '송담재(松潭齋)'라는 현판 글씨는 해사 김성근이라는 인물이 쓴 것으로 전해지고요.

일반적으로 서원은 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과, 유생들이 공부하던 강당, 그리고 유림들이 머물던 재실이 한 공간에 어우러진 구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송담서원도 이런 전형적인 배치를 따르고 있어서, 조선시대 서원 건축의 특징을 함께 살펴보기에도 좋은 곳이에요. 다만 여러 번 무너지고 다시 지어진 만큼, 지금 남아 있는 건물들이 모두 같은 시대에 지어진 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흥미로워요.

방문 전 확인해두면 좋은 것들

송담서원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송담서원길 27-7에 자리하고 있어요. 다만 이용 시간이나 입장료, 휴무일 같은 세부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 방문 전에 강릉시 문화재 담당 부서나 지도 앱을 통해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제향 공간인 만큼 평소에는 조용히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을 수 있으니, 내부까지 둘러보고 싶으시다면 방문 전 확인해보시는 게 안전해요. 근처에 단경골 휴양지 같은 계곡도 있어서, 여름철이라면 서원 답사와 계곡 나들이를 함께 묶어 다녀오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도시전설 팁
이용시간·입장료·휴무일 정보가 따로 공개돼 있지 않은 곳이라, 방문 전 강릉시 문화재 관련 부서나 지도 앱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가시는 걸 추천해요.
산불도, 철폐령도 넘기고 다시 선 자리예요. 강동면을 지나신다면 잠시 들러 그 긴 시간을 느껴보세요 🌲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2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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