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웹진강릉 인사이드 · 2026-09-01 · 읽는 시간 6분

강릉 학산리 굴산사지에서 만나는 천년의 흔적

절은 사라졌어도 이야기는 남아있는 자리

강릉 학산리 굴산사지에서 만나는 천년의 흔적
강릉 현지 사진

강릉 하면 보통 바다와 커피거리를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오늘은 조금 다른 결의 장소로 나침반을 돌려봤어요.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에 자리한 굴산사지예요. 이름 끝에 붙은 '지(址)'는 터, 자리를 뜻하는 한자로, 지금은 건물이 남아있지 않고 옛 절이 있던 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절은 사라졌지만 자리는 남아 있다는 게 이런 '~사지'라는 이름이 붙은 곳들의 공통점이에요. 화려한 전각 대신 넓은 터와 몇몇 유물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기도 해요. 굴산사지도 그런 자리 중 하나로, 오늘은 이 절터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아는 만큼 풀어볼게요.

구산선문과 이어진다고 전해지는 자리

굴산사지는 신라 시대 선종 불교가 크게 퍼지던 시기에 세워진 절 중 하나로, 이른바 '구산선문'이라 불리는 아홉 개의 대표 선종 사찰 계열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절을 세운 인물로는 범일국사라는 스님이 자주 언급되는데, 강릉단오제에서 모시는 대관령국사성황신이 바로 이 범일국사와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지역에 전해지고 있어요.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강릉을 대표하는 전통 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죠. 그 뿌리 중 하나가 이 조용한 절터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지금은 텅 빈 것처럼 보이는 이 공간이 실은 강릉의 문화적 뿌리와 맞닿아 있는 셈이에요. 다만 이런 이야기들은 오랜 세월 구전과 기록을 통해 전해져 온 것인 만큼, 정확한 연대나 세부 사실은 현장 안내판이나 강릉시 문화재 자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사지'라는 표현이 붙은 곳은 전국에 여럿 있는데, 대개 절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논밭이나 벌판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럼에도 이런 절터들이 국가유산으로 보호받는 이유는, 땅에 남은 흔적만으로도 당시의 신앙과 기술 수준, 나아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짐작하게 해주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굴산사지도 그런 가치를 지닌 공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어요.

구산선문은 신라 하대에 중국에서 들어온 선종 불교가 지역별로 자리를 잡으며 형성된 아홉 개의 대표 문파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어요. 각 문파는 저마다 근거지로 삼은 절이 있었고, 굴산사는 그중 하나의 중심 사찰이었다고 전해지죠. 이런 배경 때문에 굴산사지는 단순한 옛터가 아니라, 한국 불교사에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로도 자주 언급되는 편이에요.

지금 남아있는 흔적으로 짐작하는 규모

굴산사지에는 지금도 커다란 당간지주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간지주란 절 앞에 깃발이나 당을 걸던 기둥을 지탱하는 돌기둥인데, 이 규모가 클수록 절이 융성했던 시기의 위세를 짐작하게 해준다고 해요. 지금은 주변이 논밭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벌판이지만, 한때 이곳이 큰 절이 있던 자리였다는 걸 그 돌기둥 하나가 말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에요.

이렇게 옛 절터를 걷는 여행은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고 가기보다, 눈앞의 벌판과 돌기둥을 보며 천년 전 이곳에 서 있었을 전각과 사람들을 상상해보는 재미로 즐기는 편이 훨씬 풍성해요. 이런 곳에 가면 괜히 한참을 서서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을지 그려보곤 해요.

당간지주는 절 입구에 설치해 불교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을 매다는 장대를 세우기 위한 구조물로, 이 돌기둥이 클수록 그 절이 상당한 규모와 위세를 지녔을 것으로 짐작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지금 우리가 절터에서 마주하는 이 돌기둥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옛 전각들의 규모를 가늠하게 해주는 유일한 단서인 셈이에요.

구산선문 중 하나굴산사지가 속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신라 시대 선종 계열

학산리, 강릉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여유

구정면 학산리는 강릉 시내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요. 해안가의 번잡함과는 다른, 논밭이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바다 여행으로 강릉을 찾으셨다면, 하루 정도는 이렇게 내륙 쪽으로 걸음을 옮겨 강릉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절터인 만큼 넓은 공터를 천천히 걷는 코스라, 아이와 함께여도 부담 없이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아요. 다만 별도의 편의시설이 많지 않을 수 있으니 방문 전 화장실이나 식수 등은 미리 챙기시는 게 좋고, 여름철엔 그늘이 마땅치 않을 수 있으니 햇볕 대비도 함께 준비해가시길 권해드려요.

학산리처럼 논밭 사이에 자리한 유적지를 걷다 보면,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돼요. 모내기 철에는 초록빛 논이 절터를 감싸고, 가을이면 황금빛 벼가 물결치는 모습과 오래된 돌기둥이 대비를 이루죠. 유적 답사와 계절 풍경을 함께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방문 시기를 벼농사 절기에 맞춰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강릉 시내에서 학산리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경우에는 배차 간격을 미리 확인해두시는 게 좋아요. 넓은 벌판 지형이라 그늘이 마땅치 않으니 여름철에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처럼 햇볕이 덜한 시간대를 택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릉단오제는 매년 음력 5월에 열리는 축제로, 단오굿이나 관노가면극 같은 전통 행사가 함께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굴산사지와 이어지는 설화를 알고 나서 축제를 본다면,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라 천년을 이어온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강릉 여행 시기를 이 축제와 맞춰보시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옛 절터를 찾아가는 여행은 사전에 배경 이야기를 조금 알고 가면 훨씬 풍성해져요.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벌판만 보고 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산선문이나 범일국사 이야기를 미리 알고 간다면 눈앞의 돌기둥 하나하나가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를 알고 걷는 여행을 좋아해요.

강릉 여행을 계획하실 때는 해안 코스, 내륙 절터 코스, 전통 축제 시기를 각각 다른 계절에 나눠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매번 다른 얼굴의 강릉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도시전설 팁
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유물 정보는 현장 안내판이나 강릉시 문화재 자료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해요. 여름철엔 그늘이 부족할 수 있으니 햇볕 대비를 챙겨가세요.
천년 전 이 자리에 서 있었을 절을 상상하며 걷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에요. 강릉에서 바다만 보고 오지 마시고, 학산리도 한번 들러보세요.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1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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