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웹진물 좋은 스팟 · 2026-06-15 · 읽는 시간 5분

느그 부모님 모시고 오동도 가냐? 다리는 열차한테 맡기랑께

걸어 들어가고 타고 나오면, 아이도 어르신도 힘 하나 안 들여요

느그 부모님 모시고 오동도 가냐? 다리는 열차한테 맡기랑께
여수 현지 사진

오동도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사진부터 검색합니다. 방파제 너머로 보이는 동백숲, 등대 앞에서 찍은 인생샷. 그런데 정작 가보면 다들 놓치는 게 하나 있어요.

오동도가 걸어서 도는 섬 치고는 은근히 발품이 드는 곳이라는 겁니다. 방파제 건너 입구부터 섬 안쪽 산책로까지, 어른 걸음으로도 꽤 걸립니다. 아이 손 잡고 걷는 부모님이나, 무릎 약한 어르신 모시고 온 자식 입장에서는 이게 은근히 부담이에요.

저는 여수 앞바다에서 오십 년을 살아온 수달인데, 오동도 갈 때마다 느그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딱 하나 있습니다. 다리 아까우면 열차부터 알아보고 가라는 거예요. 별거 아닌 순서 하나 바꾸는 걸로 나들이 전체가 편해집니다.

들어갈 땐 두 다리로, 나올 땐 열차로

오동도 유람선터미널
오동도 유람선터미널

오동도에는 섬을 도는 작은 열차가 다닙니다. 방파제 입구부터 섬 안쪽까지 태워다 주는 열차인데, 시간표에 맞춰 정해진 정류장을 오갑니다. 여기서 요령이 하나 있어요.

갈 때는 걸어서 들어가고, 올 때 열차를 타는 겁니다. 반대로 하면 안 되냐고요? 되긴 됩니다만, 그러면 제일 좋은 걸 놓쳐요.

방파제를 걸어 들어가면서 왼쪽으로는 여수 시내와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섬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파도 소리 들으며 걷는 그 짧은 시간이, 사실 오동도 나들이에서 제일 좋은 구간이기도 합니다. 동백나무 숲도 걸어야 제대로 보입니다.

나무 사이로 난 좁은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야 겨울부터 봄까지 피고 지는 동백꽃이 눈에 들어오지, 열차 타고 휙 지나가면 숲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칩니다. 그렇게 섬 끝 전망대까지 걸어서 구경을 다 하고 나면, 다리는 이미 지쳐 있어요. 그때 열차를 타는 겁니다.

방파제를 되짚어 걸어 나올 필요 없이, 앉아서 편하게 입구까지 돌아오면 됩니다. 걷는 맛과 쉬는 맛을 순서만 바꿔서 다 챙기는 셈이에요.

들어갈 땐 두 다리로 구경하고, 나올 땐 열차한테 다리를 맡기쇼.

부모님 모시고, 아이 손 잡고 가면 다릅니다

혼자 여행이면 아무렇게나 걸어도 그만입니다. 근데 오동도는 가족 단위로 많이들 옵니다. 유모차 끄는 젊은 부모, 손주 손 잡고 오신 어르신들, 무릎 수술하신 부모님 모시고 온 자식들까지.

이런 분들일수록 들어갈 때 무리해서 걷고 나올 때 또 걸으면 탈이 납니다. 산책로 자체는 힘든 코스가 아니에요. 평지에 가깝고 그늘도 있어서 걷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왕복입니다.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 같은 거리를 두 번 걷는 게 생각보다 다리에 쌓입니다. 특히 여름 볕 아래서는 아이도 어른도 금방 지쳐요.

그래서 가족 나들이라면 저는 늘 이렇게 권합니다. 들어갈 때는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동백숲도 구경하고, 대신 나올 때는 무조건 열차를 탈 것. 아이는 열차 타는 재미에 신나 하고, 부모님은 앉아서 쉬어가니 무릎에 부담이 없습니다.

한 번 걷고 한 번 타면 왕복이 아니라 편도 나들이가 되는 셈이에요. 별거 아닌 순서 하나 바꾸는 건데, 돌아오는 발걸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손주 재롱 보러 오신 어르신들일수록, 또 유모차 끌고 온 젊은 부모일수록 이 순서를 꼭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동선
1. 방파제 입구도보로 출발
2. 동백숲 산책로걸으며 구경
3. 섬 안쪽 전망대동백숲 끝까지 도보
4. 동백열차 정류장여기서 탑승
5. 방파제 입구앉아서 복귀

동백열차, 언제 어떻게 타면 좋냐면

동백열차는 정해진 시간표대로 섬 안을 오가는 열차입니다. 정류장이 따로 있어서, 산책을 마치고 그 앞에서 기다리면 됩니다. 걸어서 왕복하면 꽤 걸리는 거리를, 앉은 채로 편하게 돌아 나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짐이 많을 때도 열차가 편합니다. 아이 짐, 돗자리, 간식 챙겨 나온 가족이라면 양손 가득 든 채로 방파제를 되짚어 걷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에요. 물품보관함이 입구 쪽에 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니, 짐이 많다면 미리 맡겨두고 몸만 가볍게 도는 것도 방법입니다.

시간표는 계절이나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도착해서 입구 안내판이나 매표소에서 그날 운행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오동도는 겨울부터 봄까지 동백꽃이 피고 지는 걸 보러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꽃이 절정일 때는 산책로 곳곳이 붉게 물드니, 걸어 들어가는 재미가 배가 됩니다. 딱 그 계절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사철 푸른 동백나무 숲과 바다 전망대는 언제 가도 그 자체로 좋은 산책 코스입니다. 다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산책로도 열차 정류장도 사람이 몰리니, 가능하면 평일이나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걸 권합니다. 사람 적을 때 걸어야 동백숲도 제대로 눈에 담기고, 열차도 기다림 없이 편하게 탈 수 있습니다.

나들이를 마치고 나면 오동도 근처에는 서대회무침이나 갈치구이 같은 여수 음식을 내는 오래된 식당도 여럿 있으니, 걸은 만큼 든든하게 채우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도시전설 팁
열차 시간표는 계절과 사정에 따라 바뀌니, 입구 매표소나 안내판에서 그날 운행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산책을 시작하세요.
별거 아닌 순서 하나여. 걷고, 타고. 그거면 느그 부모님 무릎도, 아이 다리도 다 지켜져.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6-15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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