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웹진서산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4분

고려 장인의 손길이 남은 석불,
서산여미리석불입상

용장천 정비사업 중 발견된 풍상의 흔적을 품은 불상

고려 장인의 손길이 남은 석불, 서산여미리석불입상
서산 현지 사진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석불 하나가 있어요. 서산여미리석불입상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불상은 지금의 위치에서 1km 떨어진 용장천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에요. 1970년대 용장천 정비사업이 한창이던 시절, 준설 과정 중에 나타난 이 석불이 지금의 여미리 언덕으로 옮겨져 오늘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불상이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부터 들어보면 어떨까요?

불상이 흘러내린 길, 용장천의 전승

석불입상의 상부 세부 모습
석불입상의 상부 세부 모습

흥미로운 점은, 현재 불상이 발견된 곳에서 상류로 5km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에 2구의 불상이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이 중 하나가 세월의 흐름과 물살 속에서 떠내려 오다가 용장천 정비사업 때 발견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이 있습니다. 다만 이건 지역에 내려오는 전승일 뿐, 정확하게 증명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요.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이 불상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거쳐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같아요. 아마도 고려 시대부터 시작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화강암 위에 새겨진 수난의 기록

고려 장인의 기법이 남아 있는 불상의 가로 모습
고려 장인의 기법이 남아 있는 불상의 가로 모습

불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90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화강암으로 만든 이 불상의 얼굴과 손등은 조각으로 마무리되었고, 목 부분은 옛날 어느 시점에 부러졌다가 나중에 다시 접착되었습니다. 그리고 옆과 뒷면에는 거친 못 자국들이 남아 있어요.

이런 자국들은 누군가 이 불상을 강제로 옮기거나 다루면서 생겨난 흔적이겠죠.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의 신앙 속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겪은 일들을 몸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불상의 상부에 눈길이 가는데, 사다리꼴의 얼굴을 하고 관을 쓴 형태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관 위에는 작은 부처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다만 세월이 많이 지나서인지 이 부분은 심하게 닳아 있어요.

불상의 의복은 왼쪽 어깨에서 걸쳐 내려오는 형식적인 반원 모양을 그리고 있으며, 양손의 모양도 비대칭적입니다. 왼손은 위로 치켜들고 오른손은 아래를 받치고 있는데, 이렇게 세세한 요소들이 이 석불을 풍경 속 장식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신앙을 담은 존재로 만들어주고 있어요.

고려 장인들의 손이 닿은 것으로 추정

미술사 관점에서 보면 이 석불은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전체적인 기법이 형식적이고, 공간감이나 입체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 말이에요. 이런 특징은 이 불상이 고려 시대에 서산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당시 지방의 장인들이 중앙의 정교한 기법을 완벽히 따라하지는 못했지만, 그들만의 신앙심과 기술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석불을 보면 공식적인 미술 교과서에 실리는 걸작과는 다르지만, 어떤 따뜻함이 느껴져요.

아라메길 천년미소길과 함께하는 여정

서산여미리석불입상은 혼자만의 명소가 아니에요. 이곳은 아라메길 천년미소길의 경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년미소길을 따라 걸으며 이 석불을 만난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만나는 경험이 될 거예요.

그리고 주변에는 또 다른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유기방가옥은 전통 한옥의 멋을 보여주고, 여미리 비자나무는 수령 많은 고목으로서 이 지역의 시간을 함께 견뎌온 존재들이에요. 달빛미술관도 인근에 있어서, 이곳들을 연계해서 투어 코스로 짜면 서산의 역사와 문화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전설 팁
서산여미리석불입상의 정확한 개방 시간이나 방문 시 유의사항 등은 방문 전 서산시 문화관광 공식 안내나 최신 자료로 확인해보세요. 아라메길 천년미소길과의 연계 경로, 주변 시설 정보도 미리 조회하고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1970년대 용장천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불상, 900년 세월 속에서 손상되고 접착되고 닳아가면서도 여기까지 왔어요. 고려 장인의 손길이 남은 이곳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껴봅니다. 서산의 시간, 계속 따라가 볼게요.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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