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웹진서산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4분

1984년 간척지가 되어 세계의 철새들을 맞이하다,
천수만

서해 중심에 모여드는 200여 종의 겨울철새, 그리고 그들을 위한 우연한 최적 조건

1984년 간척지가 되어 세계의 철새들을 맞이하다, 천수만
서산 현지 사진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서해 중심에 자리한 천수만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이곳은 시베리아와 만주를 거쳐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철새들의 거대한 통로이자, 겨울이 되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온 철새들이 한데 모이는 장소입니다. 200여 종에 가까운 철새를 한 장소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천수만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42년 전의 한 가지 큰 변화 때문이었어요.

갯벌의 변신, 1984년 간척사업

간월호를 중심으로 모여든 철새 떼
간월호를 중심으로 모여든 철새 떼

1984년, 천수만을 둘러싼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해에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과거 갯벌이던 이곳이 인공 담수호인 간월호와 부남호, 그리고 무려 6,400헥타르에 달하는 대단위 농경지로 탈바꿈한 것이에요. 이 사업이 완성된 후 생겨난 새로운 환경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철새들의 천국이 되어갔습니다.

천수만은 충청남도 육지부와 안면도 사이에 위치한 만입 지형이에요. 이 지리적 위치가 가진 특수성도 주목할 만한데, 서해의 영향으로 인해 이곳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비슷한 위도의 내륙 지역보다 무려 1℃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온난한 기후는 철새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줍니다.

우연이 만든 최적 조건

부남호의 수면 위를 날아드는 기러기 군단
부남호의 수면 위를 날아드는 기러기 군단

간척사업으로 새로워진 천수만이 철새도래지로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후속 상황에서 나타났어요. 간월호와 부남호를 중심으로 벼를 재배하는 광대한 농경지가 들어섰는데, 매년 겨울이 되면 추수를 마친 이 들판에는 곡식이 남겨져요. 이 남겨진 곡식들이 수천 수만의 철새들에게 먹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이 만든 환경이, 우연하게도 이동 철새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식량 공급처가 된 셈이에요.

지리와 기후, 그리고 이렇게 우연하게 생긴 먹이 조건이 겹치면서, 천수만은 전 세계 철새 이동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시베리아나 만주에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에 정확히 위치한 데다, 쉬어 갈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까지 갖춘 곳이 되었던 것이에요.

200여 종의 철새, 그리고 멸종위기의 손님들

천수만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철새는 정말 다양해요. 200여 종에 가까운 새들이 이곳을 거쳐 간다는 것도 놀랍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오리류와 기러기류가 대규모로 찾아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창오리는 세계적인 수준의 집중도를 보이는데, 전 지구적으로 생존하는 가창오리 개체수의 90% 이상이 천수만에 모여든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통계만 해도 이곳이 철새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장소인지를 보여줍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천수만이 멸종위기종들의 피난처라는 것입니다.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혹고니, 재두루미 같은 보호 대상 조류들도 이곳에서 발견돼요. 이들은 국제적으로도 보호받는 생물인데, 천수만의 안정적인 환경이 이런 멸종위기 철새들의 생존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천수만에서의 관찰 활동은 단순한 조류 관찰을 넘어, 이들 철새 개체군의 국제적인 보호에 동참하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도시전설 팁
천수만에서 철새를 관찰할 때는 새벽이나 저녁이 가장 좋은 시간대예요. 새들은 주로 이 시간에 먹이를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대규모 철새 떼를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찰 시 중요한 예절로는 새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데,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망원경이나 쌍안경 같은 관측 장비를 갖춰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세요. 복장도 중요한데, 빨강·노랑·흰색 같은 원색 옷을 피하고, 큰 소리나 고성방가를 자제해주세요. 정말 좋은 관찰 방법은 자동차 안에서 내리지 않고 바라보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새들에게 방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연의 간척사업이 만들어낸 세계적 철새도래지, 천수만. 겨울이 되면 이곳으로 모여드는 수십만의 새들 속에서, 우리가 보호해야 할 생명들의 소중함을 느껴봅니다.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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