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8현을 기리는 나주의 오래된 서당,
보산정사
조선 중종~선조 때 문과 급제자 8인을 추모한 사당과 강당이 함께 있어요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자리한 보산정사는 조선 중종 때부터 선조 때까지 이 마을에서 태어나 문과에 급제한 여덟 분의 선비, 이른바 초동팔현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에요. 사당과 함께 이들이 학문을 닦고 후학을 길러낸 강당인 보산정사, 그리고 동재와 서재, 고직사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요. 역사 속 선비들의 발자취를 천천히 따라가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에요.
초동마을과 여덟 선비, 초동팔현 이야기
나주 다시면의 초동마을은 조선 중종 대부터 선조 대 사이, 문과에 급제한 선비를 잇따라 배출한 마을로 알려져 있어요. 한 마을에서 여러 명이 연이어 문과에 오른다는 건 당시로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을 테고, 그만큼 이 마을이 학문에 힘을 쏟았다는 걸 짐작하게 해요. 초동팔현이라는 이름도 이렇게 초동마을에서 나온 여덟 분의 문과 급제자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조선시대에 문과 급제는 한 집안, 한 마을의 큰 경사로 여겨졌으니 초동마을 사람들에게도 각별한 자부심이었을 거예요.
보산정사 사당에는 이 초동팔현 여덟 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요. 죽담 이유근, 야우 장이길, 창주 정상, 한천 유주, 삼주 최희열, 금애 이언상, 남호 류은, 사촌 최사물이 바로 그 여덟 분의 이름이에요. 각자 호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 한 분 한 분이 당대에 이름을 알린 학자였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여덟 개의 서로 다른 호를 하나씩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분들이 걸어온 학문의 길이 짐작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한 마을에서 여덟 명의 문과 급제자가 나온 일을 후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사당을 세우고, 그 곁에 학문을 잇는 공간까지 함께 마련한 거죠. 보산정사라는 이름 자체가 이 추모와 교육의 역할을 함께 품고 있는 셈이에요.
이름 하나에 담긴 뜻을 알고 나면 건물을 둘러보는 시선도 한층 달라질 거예요.
사당보다 크고 오래된 강당, 보산정사의 특별한 구조
보통 서원이나 사당을 이루는 건물 가운데 가장 격식 있고 큰 건물은 위패를 모신 사당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보산정사는 조금 다른데, 사당보다 오히려 강당 역할을 하는 보산정사 건물이 더 크고 오래된 누각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고 해요. 이런 구성은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고 하니, 건물을 둘러볼 때 이 점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크기와 형태를 비교해보는 것도 보산정사를 보는 재미있는 방법이에요.
보산정사는 초동팔문관, 다시 말해 초동팔현으로 불리는 여덟 분의 선비가 학문을 연마하고 후학을 가르친 자리였어요. 사당이 추모의 공간이라면 보산정사는 가르치고 배우는 실제 생활의 공간이었던 셈이에요. 그 옆으로 동재와 서재가 자리해 공부하는 이들이 머물던 공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어요.
공부하는 공간과 머무는 공간이 나란히 있었다는 건, 이곳이 단순히 글 읽는 자리를 넘어 생활 전체가 이루어진 곳이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여기에 고직사까지 더해지면서 보산정사 일원은 제사와 교육, 생활이 한데 어우러진 작은 마을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어요. 사당, 강당, 동재, 서재, 고직사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으면서도 하나의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묶여 있는 모습을 둘러보는 것도 보산정사를 찾는 재미 중 하나예요. 건물 하나하나의 쓰임을 짚어가며 걷다 보면 당시 이곳에서의 하루가 어땠을지 그려볼 수 있을 거예요.
천천히 둘러보면서 각 건물의 자리와 쓰임을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사당보다 큰 강당이라는 구성 하나가, 이곳이 걸어온 길을 말해주고 있어요.
지금도 이어지는 대동계와 향약 전통
초동마을에서는 예로부터 남전향약을 본떠 향약을 실시했다고 전해져요. 향약은 마을 사람들이 서로 지켜야 할 규약을 정해 함께 따르던 전통적인 자치 규범인데, 이를 통해 마을의 질서와 공동체 의식을 다져왔던 것으로 보여요. 초동마을이 학문뿐 아니라 마을 운영에도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남전향약은 중국에서 시작돼 조선의 여러 마을에서 본보기로 삼았던 규범으로 알려져 있으니, 초동마을도 그 흐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시작된 전통은 지금까지도 대동계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해요. 조선시대에 세워진 향약의 정신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을 공동체 안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오래된 건물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그 건물이 품었던 정신까지 함께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이런 전통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흔히 볼 수 없는 일이에요.
보산정사를 찾는다면 건물의 외형뿐 아니라 이런 배경까지 함께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선비들이 글을 읽고 가르치던 자리, 마을 사람들이 규약을 정해 함께 살아가던 전통이 한곳에 쌓여 있는 거니까요. 눈에 보이는 기와와 기둥 너머에 있는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이곳을 제대로 둘러보는 방법일 거예요.
아는 만큼 더 깊이 보이는 곳이니, 미리 이런 이야기를 알고 가면 훨씬 알차게 둘러볼 수 있을 거예요.
나주 다시면에서 보산정사 찾아가는 길
보산정사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무숙로에 자리하고 있어요. 나주는 영산강을 따라 자리한 전라남도의 오랜 역사 도시라, 다시면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 이렇게 조선시대 선비들의 흔적을 품은 공간이 곳곳에 남아 있어요. 보산정사를 둘러본 뒤 근처의 다른 역사 공간까지 함께 챙겨보면 나주 여행이 한층 풍성해질 거예요.
나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다시면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만큼, 반나절 정도 시간을 넉넉히 잡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초행길이라면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찾아가는 방법이 가장 간단해요. 보산정사처럼 마을 안쪽에 자리한 유적지는 표지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소를 미리 정확히 확인해두고 출발하는 게 안전해요. 차로 이동한다면 주차가 가능하다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는 경우라면 면 단위 지역이라 배차 간격이 넓을 수 있으니,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두는 걸 추천해요.
방문 전에 관람 가능 여부나 둘러볼 수 있는 범위를 미리 확인해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어요. 사당 내부처럼 제한된 공간이 있을 수 있으니, 궁금한 점은 미리 문의해보고 가는 걸 추천해요. 그렇게 한 번 다녀오면 초동팔현의 이야기를 몸으로 느껴볼 수 있을 거예요.
날이 좋은 날을 골라 다시면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일정으로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초동팔현의 자리를 거닐며 선비들의 발걸음을 한번 따라가 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