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웹진부산 인사이드 · 2026-09-02 · 읽는 시간 5분

부산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던 자리

낙동강과 금정산 사이, 전국에서 유일한 산지형 유적을 찾아가봤어요

부산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던 자리
부산 현지 사진

부산을 다니다 보면 절이나 해변만큼이나 눈길이 가는 곳이 선사시대 유적이에요.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도 그런 곳 중 하나인데, 이름부터 낯선 '바위그늘'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져서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하나씩 정리해봤어요.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는 데다,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의 유적이라고 하니 그 사연을 함께 따라가볼게요.

금정산 서쪽 능선에 남은 자연 쉼터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김해평야와 마주 보는 금정산 서쪽 능선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어요. 유적 뒤편에는 높이 6m 내외의 암벽이 병풍처럼 길게 둘러싸고 있는데, 이 바위가 마치 지붕처럼 비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여요. '바위그늘'이라는 이름도 이렇게 바위 아래 그늘진 공간을 주거지로 활용했던 선사시대 유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요.

이 유적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특별한 훼손 없이 당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해요.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암벽과 그 아래 공간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점이, 이곳을 둘러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에요.

1970년대 발굴로 드러난 생활의 흔적

이 유적은 1972년 12월부터 1973년 1월 사이에 부산대학교박물관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요. 그 결과 바위그늘 내부에서 3개의 야외노지, 그러니까 야외에서 불을 피우던 자리의 흔적을 확인했고, 바위그늘 바깥쪽에서도 돌을 쌓아 만든 적석유구 1기를 찾아냈어요. 불을 피운 자리가 여러 곳 확인됐다는 건, 이곳에서 사람들이 꽤 오래 머무르며 생활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바위그늘 아래쪽으로는 원래 빗살무늬토기 등이 포함된 패총, 즉 조개더미가 형성돼 있었다고 해요. 다만 발굴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이 조사되면서 지금은 바위그늘유적만 남아 있는 상태예요. 조개더미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곳 사람들이 인근 강과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를 꾸준히 채취해 먹었다는 걸 짐작하게 해줘요.

패총은 흔히 조개더미 유적이라고도 부르는데, 옛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와 생활 쓰레기가 오랜 세월 쌓이면서 만들어진 유적을 가리켜요. 조개껍데기 성분이 유기물의 부식을 늦춰주는 덕분에, 같은 시기의 다른 유적보다 뼈나 토기 조각 같은 유물이 비교적 잘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1972~1973년부산대학교박물관이 이 유적을 발굴 조사한 시기

출토 유물이 알려주는 생활 방식

바위그늘 내부와 패총에서는 신석기시대 후기부터 말기 단계의 빗살무늬토기류와 함께 마제석부(간돌도끼), 지석(숫돌), 석착(돌끌), 마제석촉(간돌화살촉) 등이 함께 출토됐다고 해요. 도끼와 화살촉, 숫돌 같은 도구가 고루 나왔다는 건 이곳 사람들이 사냥과 채집, 도구 손질까지 일상적으로 해냈다는 걸 보여주는 단서예요.

이런 출토 유물로 볼 때 이 자리는 신석기시대 후기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주 공간으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한 시기에만 잠깐 쓰이고 버려진 게 아니라, 시대를 건너가며 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던 자리라는 이야기죠.

신석기시대는 흔히 농경과 정착 생활이 시작된 시기로 설명되지만, 강이나 바다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여전히 물고기와 조개 같은 수산자원을 채집하는 생활이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고 해요.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에서 나온 유물들도 이런 채집 생활의 흔적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어요.

살림터였을지 의례의 자리였을지, 금곡동 율리 바위그늘유적은 아직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품고 있어요.

임시 거처였을지, 특별한 공간이었을지

규모나 입지, 출토된 유물들로 볼 때 이 유적은 굴 같은 어패류를 얻기 위한 임시 거주지로 추정된다고 해요. 강과 바다를 오가며 먹거리를 구하던 사람들이 잠시 머물던 자리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자리만의 특수한 입지나, 자안패형 토제품·타원형 토제품처럼 일상용품과는 성격이 다른 유물이 함께 나온 걸 보면 의례공간, 즉 제사나 의식을 치르던 자리로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살림을 위한 자리였는지 제사를 지내던 자리였는지,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살펴봐야 하는 흥미로운 유적인 셈이에요.

전국에서 하나뿐인 산지형 유적

부산은 강과 해안을 함께 끼고 있어서 패총유적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곳처럼 산지의 바위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적은 전국적으로도 이 율리 바위그늘유적이 유일하다고 하니, 그만큼 희소성이 큰 유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유적은 신석기시대 말기를 대표하는 유적이자,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문화 양상과 당시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어요. 주소는 부산광역시 북구 금곡동 산24이고, 별도의 이용시간이나 요금, 휴무일 정보는 확인되지 않아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해요.

이런 야외 유적은 별도의 관리사무소나 안내소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방문 전에 위치와 접근로를 지도 앱으로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아요. 산자락에 자리한 만큼 걷기 편한 신발을 준비해서 천천히 둘러보시는 걸 추천해요.

도시전설 팁
이용시간·요금·휴무일 정보가 따로 공개돼 있지 않은 곳이라, 방문 전 관할 구청이나 지도 앱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산과 강 사이, 신석기 사람들의 자리를 조용히 둘러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2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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