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웹진부산 인사이드 · 2026-09-02 · 읽는 시간 5분

부산 수리조선소길,
'깡깡이'라는 이름에 담긴 조선산업의 역사

다나카 조선소부터 깡깡이 예술마을까지, 영도 대평동을 걸어봤어요

부산 수리조선소길, '깡깡이'라는 이름에 담긴 조선산업의 역사
부산 현지 사진

부산 영도구 대평동을 걷다 보면 '수리조선소길'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도로표지판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면 이 길이 한국 조선 산업의 부흥을 이끈 시발점이라고 해요.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대교와 남항대교가 맞닿은 자리에 있는 이 길을 두고 사람들은 '깡깡이길'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부른다고 해서, 제가 그 이름의 유래부터 하나씩 찾아봤어요.

한국 조선 산업 부흥의 시발점이자 그 부흥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곳이라는 설명을 보고 나니, 이름도 낯설고 뒷골목처럼 보이는 이 길이 실은 우리나라 산업사에서 꽤 무게감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망치질 소리에서 시작된 이름, 깡깡이길

수리조선소길
수리조선소길

수리조선소길이 깡깡이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건 배를 수리하는 작업 방식 때문이라고 해요. 배를 고치려면 먼저 부식된 페인트를 벗겨내야 하는데, 이때 망치로 선체를 두들겨 낡은 페인트를 떼어내는 작업을 '깡깡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망치가 철판에 부딪히며 나는 '깡깡' 소리가 그대로 작업의 이름이 되고, 그 작업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던 길의 별명이 된 셈이에요.

이 수리조선소길에 자리한 깡깡이 예술마을은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대교와 남항대교가 맞닿는 자리에 있다고 해요. 마을의 생김새가 버선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버선 형상의 마을로 불리기도 하고요. 예로부터 이 일대는 조선소 마을로 알려져 왔다고 하니, 마을 전체가 배와 함께 살아온 동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

수리조선소길
수리조선소길

이 동네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조선소 마을이어서가 아니라, 한국 근대 조선산업이 실제로 시작된 자리이기 때문이에요. 19세기 후반, 우리나라 최초로 발동기를 장착한 배를 만든 '다나카 조선소'가 바로 이곳에 세워졌다고 해요. 발동기, 그러니까 엔진을 단 배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냈다는 건 그 자체로 조선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었을 거예요.

지금도 마을 안에는 이 다나카 조선소가 있던 옛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하니, 수리조선소길을 걷는다는 건 곧 한국 조선산업의 첫 페이지를 걷는 일이기도 한 셈이에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설이 한 동네 안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골목이 단순한 옛 동네가 아니라 산업사의 한 장면을 그대로 간직한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된 골목을 걷다가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되면, 평범해 보이던 풍경도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니까요.

19세기 후반국내 최초 발동기 선박을 만든 다나카 조선소가 들어선 시기

원양어업 붐과 수리조선업의 전성기

다나카 조선소로 시작된 이 동네의 역사는 1970~80년대에 한 번 더 크게 도약했다고 해요. 당시 원양어업 붐을 타고 수리조선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는 거예요. 먼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돌아와 몸을 고치는 곳이 바로 이 수리조선소길이었던 셈이니, 한창때는 하루에도 여러 척의 배가 이 골목을 드나들며 활기를 띠었을 모습이 그려져요.

다만 이후 선박 수리업이 전반적으로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예전만큼의 활기는 아니라고 해요. 그래도 지금까지 명맥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라서, 여전히 이 동네를 채우고 있는 조선소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어요.

지금도 이어지는 수리조선소길, 깡깡이 예술마을

현재도 수리조선소길에는 10여 곳의 수리조선소와 200여 개에 달하는 공업사, 선박 부품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전성기에 비하면 줄어든 숫자겠지만, 여전히 200개가 넘는 업체가 이 좁은 골목 안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동네가 얼마나 조선업과 밀착된 곳인지 짐작할 수 있어요.

마을 안에는 옛 다나카 조선소 자리 외에도 선박 체험관, 마을 박물관, 마을 공작소 같은 공간들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배를 고치던 공업사들 사이사이에 이렇게 마을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들이 섞여 있어서, 걷다 보면 산업 현장과 전시 공간을 번갈아 만나는 독특한 산책이 될 것 같아요.

'예술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배를 고치던 공업사들 틈에 마을 박물관과 마을 공작소, 선박 체험관 같은 공간이 함께 들어서면서, 산업 현장이었던 동네가 지금은 그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까지 품게 된 셈이니까요. 낡은 조선소와 새로 생긴 전시 공간이 한 골목 안에 나란히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동네가 지나온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체크리스트
옛 다나카 조선소 자리에서 근대 조선산업의 흔적 찾아보기
선박 체험관에서 배 수리 과정 들여다보기
마을 박물관에서 대평동의 역사 살펴보기
마을 공작소에서 동네 분위기 느껴보기

수리조선소길을 찾아가신다면

수리조선소길은 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로 42, 대평동2가 일대에 자리하고 있어요.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대교와 남항대교가 만나는 지점 가까이 있어서 원도심 관광지와 함께 묶어 둘러보기 좋은 위치예요.

지금도 실제로 배를 고치는 작업장들이 모여 있는 동네이다 보니, 골목을 걸을 때는 작업 중인 공업사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둘러보시는 게 좋아요.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조선산업의 시간이 지금도 이 동네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될 거예요.

도시전설 팁
수리조선소길은 지금도 실제 조선소가 운영되는 작업 공간이라, 방문 시 작업 중인 공업사 주변에서는 조심히 둘러보시는 게 좋아요. 이용시간이나 요금 같은 세부 정보는 시설별로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해요.
망치 소리가 만든 이름, 깡깡이길. 영도 대평동을 지나신다면 100년 넘은 조선산업의 흔적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2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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