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웹진부산 인사이드 · 2026-09-02 · 읽는 시간 5분

부산 초량동 남선창고터,
붉은 벽돌에 남은 근대 물류의 흔적

명태고방에서 일반창고까지, 100년 넘게 이어진 창고의 사연을 따라가봤어요

부산 초량동 남선창고터, 붉은 벽돌에 남은 근대 물류의 흔적
부산 현지 사진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을 걷다 보면 붉은 벽돌 담장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 자리가 바로 남선창고터예요. 지금은 담장만 남아 있지만, 100년도 더 전에는 부산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근대적 물류창고가 있던 자리라고 해서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사연을 정리해봤어요. 이름이 왜 두 번이나 바뀌었는지, 냉동고도 없던 시절 어떻게 물건을 보관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담장만 남았는지까지 하나씩 따라가보려고 해요.

북선창고에서 남선창고로, 이름이 바뀐 사연

남선창고터
남선창고터

남선창고는 1900년에 함경도에서 배로 물건을 싣고 와 보관하던 최초의 물류 창고로 지어졌다고 해요. 처음에는 북선창고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경부선을 통해 서울까지 물류를 운반하기 전에 이곳에서 잠시 물건을 보관해두는 역할을 했다고 해요. 함경도에서 부산까지 배로 실어온 물건이,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 잠시 머물던 자리였던 셈이에요.

그러다 이후 경원선이 새로 놓이면서 윗지방, 그러니까 북쪽 지역에 따로 북선창고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해요. 이름이 겹치게 되자 부산의 이 창고는 이름을 남선창고로 바꾸게 됐고요. 철도 노선이 새로 생기면서 창고의 이름까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이 창고가 당시 물류망의 변화와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요.

부산 최초의 근대적 물류창고, 초량객주가 세우다

남선창고터
남선창고터

부산 최초의 근대적 물류창고인 남선창고는 1900년 초량객주였던 정치국이라는 인물이 초량동에 세운 것이라고 전해져요. 객주는 예로부터 상인들의 물건을 맡아 보관하고 거래를 중개하던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런 객주가 직접 근대적인 창고를 세웠다는 점에서 당시 초량동이 얼마나 활발한 물류 거점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요.

냉동고가 없던 시절이었던 만큼, 물건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게 큰 과제였을 텐데요. 남선창고는 바닥에 수로를 만들어 물기를 제거하고 창고 안을 서늘하게 유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해요. 전기로 냉기를 만드는 대신, 물의 흐름을 이용해 습도와 온도를 조절했다는 이 방식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지혜로운 해법이었을 것 같아요.

1900년초량객주 정치국이 남선창고를 세운 해

명태고방으로 불리던 시절

해방 전까지 남선창고는 주로 명태를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됐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태고방'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고 하고요. 함경도에서 배로 들여온 물건 중에서도 명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걸 짐작하게 해주는 이름이에요.

지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부산 사람들에게는 명태고방이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했을지도 몰라요.

해방 이후에는 부산 산업경제의 변화 흐름을 타고 창고의 쓰임새도 계속 바뀌어갔어요. 화공약품, 합판, 신발은 물론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의 짐, 가전제품 등을 위탁 보관하는 일반창고 역할을 오랫동안 이어왔다고 하니, 시대마다 부산을 거쳐 간 물건들의 흐름을 이 창고 하나가 고스란히 품고 있었던 셈이에요.

냉동고 없이도 수로로 서늘함을 지켜낸 창고, 지금은 붉은 벽돌 담장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지금은 붉은 벽돌 담장만 남은 자리

바로 옆에 자리했던 옛 백제병원 건물은 지금도 남아 있지만, 남선창고 본 건물은 2009년에 철거되면서 지금은 붉은 벽돌로 쌓은 담장만 남아 있다고 해요. 100년 넘는 세월 동안 물건을 실어 나르고 보관하던 창고가 사라지고 담장만 남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도 그 담장이 남아 있어, 이 자리가 어떤 역사를 품고 있었는지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전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초량동 일대는 산복도로로도 잘 알려진 동네예요.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 살며 형성된 산비탈 마을길로, 좁은 골목과 계단을 따라 옛 부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남선창고터도 이런 산복도로 골목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근대 물류 유적과 근현대 서민 주거의 흔적이 한 동네 안에 겹쳐 있는 셈이에요.

초량동에는 산복도로를 따라 걷는 도보 관광 코스인 '이바구길'도 조성되어 있어요. 계단과 골목을 따라 옛 부산 사람들의 생활 흔적을 짚어보는 코스로 잘 알려져 있는데, 남선창고터를 둘러본 뒤 이 길을 따라 산복도로 풍경을 마저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남선창고터는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로13번길 53, 초량동에 자리하고 있어요. 정확한 개방 시간이나 입장료 같은 세부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으니, 방문 전 관련 안내를 한 번 더 살펴보고 가시는 게 좋아요. 초량동 산복도로 일대를 걷는 코스에 함께 넣어 둘러보시면, 붉은 벽돌 담장 하나에서도 부산 근대 물류의 흔적을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도시전설 팁
남선창고터는 초량동 산복도로 일대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자리예요. 지금은 담장만 남아 있으니 근처 산복도로 골목 산책과 함께 계획해보시길 추천해요.
명태고방에서 일반창고까지, 100년 넘는 물류의 역사를 품은 담장이에요. 초량동을 지나신다면 잠시 눈길을 줘보세요 🧭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2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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