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동 그런고로,
향으로 기록한 동네의 기억
재개발로 변해가는 전포동을 향기로 담아낸 사람들 이야기예요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을 걷다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골목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고로는 그런 변화 속에서 동네의 기억을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에요.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작가, 도예가 같은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주민사업체라고 해서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정리해봤어요. 이들이 왜 '향'이라는 매개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향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 함께 따라가보려고 해요.
전포동 토박이들이 모여 만든 주민사업체
그런고로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작가와 도예가 등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든 주민사업체라고 해요. 이들은 모두 부산진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로, 재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전포동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해져요. 각자의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네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향기를 택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워요.
출판과 도예처럼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뜻을 모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전포동의 변화가 여러 사람에게 함께 아쉬움을 남겼다는 걸 짐작하게 해요.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코를 스치는 향기로 동네의 기억을 붙잡아두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와요.
전포동은 최근 몇 년 사이 '전포카페거리'로 불리며 많은 사람이 찾는 감성 골목으로 변모한 동네예요. 오래된 주택과 공장 건물이 카페와 편집숍으로 하나둘 바뀌는 동안,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익숙했던 풍경이 빠르게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했을 텐데, 그런고로는 그런 변화 한가운데서 동네의 원래 얼굴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요.
향으로 완성한 부산취향, 세 가지 시리즈
이들이 만든 향 브랜드의 이름은 '부산취향'이에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과 그 향에 사용된 향료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자신만의 향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해요. 여기에 그런고로는 단순한 향 이상의 것, 바로 '추억'을 더했다고 하고요.
부산취향은 '소독차 쫓던 한여름밤', '리어카 길보드 차트', '전봇대 아래 첫키스'라는 세 가지 시리즈로 구성돼 있어요. 이름만 들어도 예전 동네 골목 풍경이 절로 떠오르는데, 소독차를 따라 뛰어다니던 여름밤의 기억이나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던 유행가, 전봇대 아래서의 풋풋한 추억까지, 세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장면들을 향으로 옮겨 담은 셈이에요.
소독차 쫓던 한여름밤, 리어카 길보드 차트 - 향 하나에 동네의 시간이 통째로 담겨 있어요.
이름에서 느껴지는 개성만큼 독특한 향
각 시리즈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개성만큼이나 독특한 향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고 해요. 같은 향이라도 향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기 마련인데, 세 시리즈 각각이 서로 다른 시절의 감정을 담고 있는 만큼 향의 결도 저마다 다르게 설계됐을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만들어진 향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전포동이라는 동네가 품고 있던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매개가 되는 셈이에요. 향을 맡는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골목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전혀 몰랐던 부산의 옛 풍경을 처음 상상해보게 될 수도 있어요.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향을 알리다
그런고로는 부산취향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해요. 한 자리에 매장을 차리고 손님을 기다리기보다, 여러 행사를 찾아다니며 직접 사람들과 만나 향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여요.
앞으로도 향기 테라피, 시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향기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단순히 향을 파는 것을 넘어 향을 통해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려는 방향성이 느껴져요. 예술가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가 앞으로 어떻게 더 넓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그런고로를 알아가는 재미 중 하나예요.
그런고로를 찾아가신다면
그런고로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전로 40, 전포동에 자리하고 있어요. 정확한 운영시간이나 휴무일 같은 세부 정보는 이번 자료에서 따로 확인되지 않아서, 방문 전에 지도 앱이나 SNS 채널을 통해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전포동은 카페거리로도 잘 알려진 동네인 만큼, 근처를 걷다가 그런고로에 들러 부산취향의 세 가지 향을 직접 맡아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향 하나에 담긴 동네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낯선 골목도 왠지 익숙하게 느껴질지 몰라요.
소독차, 리어카, 전봇대 - 그런고로의 향에는 전포동의 옛 골목이 담겨 있어요. 그 시절 기억이 있으시다면 꼭 맡아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