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성 동문,
두 석공의 전설이 남은 관문
1807년 한 달 만에 세워진 이야기와 함께 동문을 소개해요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주능선 해발 415m 고개에는 금정산성 동문이 자리하고 있어요. 금정산성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지나게 되는 이 문루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니,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성문답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럿 담겨 있었어요. 어떤 사연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금정산성 네 개 문루 중 으뜸 관문
금정산성에는 모두 네 개의 문루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문은 규모가 가장 크고 전망이 뛰어난 문으로 꼽힌다고 해요. 해발 415m의 고개에 자리한 만큼 주변을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인 셈이에요. 산성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잠시 숨을 고르며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자리로 알려져 있어요.
동문이 금정산성의 으뜸 관문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접근성이에요. 주민들이 가장 근접하기 쉬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네 개 문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고 해요. 규모와 전망, 접근성까지 두루 갖춘 덕분에 금정산성을 대표하는 얼굴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1807년, 한 달 만에 완성된 문루
금정산성 부설비의 기록에 따르면, 동문은 1807년 늦가을에 토목공사를 시작해 한 달 만에 완성됐다고 전해져요. 지금 기준으로 봐도 한 달이라는 시간에 이런 규모의 문루를 세웠다는 건 상당히 빠른 속도인데, 당시 얼마나 많은 인력과 물자가 이 공사에 동원됐을지 짐작하게 해요.
동문은 홍예식문(虹霓式門), 그러니까 무지개 모양의 아치형 통로를 가진 문으로 지어졌어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에 팔작지붕을 얹은 단층 문루로, 성문으로서의 견고함과 지붕의 곡선미를 함께 갖춘 구조라고 해요. 20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것을 보면, 그 짧은 공사 기간에도 꽤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동문과 서문, 두 석공의 전설
동문에는 창건과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동래부사 정현덕이 동문과 서문 재건에 힘쓰던 시절, 이름난 석공을 수소문한 끝에 사제지간인 두 석공을 찾아 스승에게는 동문을, 제자에게는 서문을 맡겼다고 전해져요. 같은 시기, 같은 산성에 두 개의 문을 각각 다른 손으로 짓게 한 셈이니 그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이야기예요.
전설에 따르면 동문을 맡은 스승은 야욕과 욕심이 많아 문을 웅대하게만 지으려 했고, 서문을 맡은 제자는 기술이 앞서 정교한 아름다움을 살려 스승보다 먼저 문을 완성했다고 해요. 제자의 뛰어난 솜씨를 시기한 스승을 두고 당시 사람들은 스승을 미워하고 제자의 기술을 칭송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지금 동문 앞에 서면 이 오래된 경쟁의 이야기가 떠올라 문루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질 것 같아요.
함께 지은 두 사제, 영남루에서 다시 만나다
흥미로운 건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동문과 서문 공사를 마친 두 사제는 이후 힘을 합쳐 밀양 영남루 공사를 함께 진행했다고 전해져요. 경쟁 관계처럼 그려지던 두 사람이 결국 함께 또 다른 큰 공사를 해냈다는 결말은, 이 이야기를 단순한 시기와 질투의 일화가 아니라 결국 실력으로 서로를 인정한 장인들의 이야기로 읽히게 해요.
동문과 서문, 그리고 영남루까지, 두 석공의 손끝을 거쳐간 건축물들을 떠올려보면 금정산성 동문 하나에도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성문을 오르내리며 단순히 지나치기보다는, 이런 사연을 알고 문루의 곡선과 아치를 한 번 더 눈여겨보시면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금정산성과 함께 걷는 등산 코스
금정산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규모 큰 산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성곽을 따라 걷는 둘레길은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등산 코스로 꼽히는데, 동문은 그 코스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관문 중 하나라고 해요.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동문까지만 다녀오는 짧은 코스로 산행을 즐기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찾아가신다면
금정산성 동문은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동 산 2-3에 자리하고 있어요. 산 중턱 고개에 위치한 만큼 등산로를 통해 접근해야 하고, 정확한 개방 시간이나 이용 안내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아 방문 전 산성 관련 안내를 참고하시는 게 좋아요.
금정산성 둘레길이나 금정산 등산 코스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리이니, 성곽을 따라 걷는 코스에 동문을 포함해 동선을 짜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오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문루에 다다랐을 때의 전망과 200년 넘은 이야기가 그 수고를 충분히 채워줄 것 같아요.
두 석공의 전설이 담긴 동문, 금정산성을 오르신다면 이야기를 떠올리며 잠시 쉬어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