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각사,
도심 한복판에 남은 근현대사의 흔적
개항기부터 이어진 사찰 터의 사연을 따라가봤어요
부산 중구 번화가를 걷다가 대각사라는 사찰을 마주하면, 도심 한복판에 이런 큰 규모의 절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게 되는데요.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이 자리에는 개항기부터 이어져 온 조금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더라고요.
개항기 일본 사찰로 시작된 자리
대각사는 개항기 일본 정토진종의 동원본사 부산별원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동원본사 부산별원은 개항기 일본 불교가 조선에 포교를 시작한 효시로 꼽히는 곳으로, 당시 부산에서 신도 수가 가장 많았던 일본인 사찰이었다고 해요.
부산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이었던 만큼, 다른 지역보다 이른 시기부터 일본인들의 왕래와 정착이 활발했던 도시예요. 정토진종은 일본 불교의 여러 종파 가운데 하나인데, 이런 개항기의 흐름을 타고 부산에 자리를 잡았던 셈이죠. 지금은 한국 사찰로 자리 잡았지만, 그 터에는 개항기 부산의 복잡한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에요.
해방 이후, 한국 사찰로 다시 태어나다
해방 후 동본원사 부산별원은 한국 정부에 귀속됐다고 해요. 해방 이후 일본인 소유였던 재산을 한국 정부가 넘겨받아 관리한 것을 흔히 귀속재산이라고 부르는데, 이 사찰 역시 그런 절차를 거친 셈이에요. 정부 관제국에서 귀속재산을 처분할 때 이 사찰의 땅과 건물을 경매로 받아 경남불교종무원이 발족했고, 이후 창건주에 의해 새로이 한국 사찰로 창건한 것이 지금의 대각사라고 해요.
여기서 말하는 종무원은 불교 종단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해방 직후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일본인 사찰의 재산을 넘겨받아 종단의 행정 조직부터 새로 꾸려야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 시기 불교계가 여러 절차를 거치며 새로운 체제를 정비해 나갔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해요.
일본인 사찰이 해방을 거치며 한국 사찰로 새롭게 태어난 과정을 그대로 품고 있는 곳인 셈이라, 대각사 자체가 근현대 부산의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창건 이전 유물은 범종과 석등뿐
창건 이전부터 남아있는 유물은 범종과 석등 두 가지뿐이라고 해요. 지금 우리가 보는 대웅전이나 진신사리탑은 그 이후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니, 오랜 역사를 지닌 터이지만 건물 자체는 한국 사찰로 새로 창건된 이후에 갖춰진 셈이에요. 진신사리는 부처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가리키는 불교 용어인데, 이를 모신 탑을 진신사리탑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중간 기둥 없는 특수 구조의 대웅전
현재의 대웅전은 중간기둥이 없는 특수한 건축공법으로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구조라고 해요. 기둥 없이 넓은 공간을 확보한 덕분에 약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건물이 될 수 있었다고 하니, 규모만으로도 도심 사찰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에요.
보통 전통 목조 사찰 건축에서는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기둥을 여러 개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활용하면 이런 기둥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고 해요. 도심 한가운데 넓은 법당 공간을 확보해야 했던 대각사의 사정과, 근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특징이 맞물려 이런 독특한 구조로 이어진 셈이에요.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사찰은 산속 사찰과 달리 접근성이 좋아서, 수행 공간이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공간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각사 역시 광복동이라는 번화가 한복판에서 이런 도심 사찰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에요.
찾아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대각사는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중앙로 19에 자리하고 있어요. 정확한 이용시간이나 입장료, 휴무일 같은 세부 정보는 따로 확인되지 않으니, 방문 전에 지도 앱이나 사찰 안내판을 통해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시는 게 좋아요.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의 번화가와도 가까운 편이라, 시내 나들이 코스에 대각사를 함께 넣어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사찰인 만큼, 번잡한 거리를 걷다가 잠시 들러 마음을 가다듬는 공간으로 삼기에도 좋아요. 사찰을 둘러볼 때는 정숙한 태도를 지키고, 법당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문 예절이에요.
도심 사찰 특성상 평일 낮 시간대가 상대적으로 한적한 편이라,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으시다면 그 시간을 노려보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개항기부터 이어진 사연을 품은 도심 속 사찰이에요. 광복동을 지나신다면 잠시 들러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