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화산면,
그림이 사는 가래실문화마을
산골 마을 담벼락마다 색이 입혀진 곳, 별별미술마을
이번에 나침반을 돌려 멈춘 곳은 경상북도 영천시 화산면이다.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시인데도 화산면 쪽으로 들어서면 풍경이 확 달라진다. 아파트와 상가 대신 낮은 산자락과 논밭이 이어지고, 큰길에서 살짝 벗어난 골짜기 안쪽에 오늘 소개할 가래실문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걸어 들어가는 길목부터 여느 산골 마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마을은 '가래실문화마을'이라는 정식 이름 말고도 '별별미술마을'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가래실'은 이 골짜기를 오래전부터 불러온 정겨운 지명으로 전해지고, '별별미술마을'이라는 이름은 마을 곳곳에 미술적인 요소가 더해졌다는 인상을 준다. 조용한 산골 동네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이름에서 짐작해보는 별별미술마을
'별별미술마을'이라는 명칭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진행돼 온 마을 단위 미술 조성 사업들에서 종종 쓰인 이름과 결이 닮아 있다. 정확히 어떤 시기에 어떤 작가들이 참여해 무엇을 만들었는지까지 단정해서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이런 이름이 붙은 마을은 대체로 담벼락이나 마을 시설물에 그림이나 조형물 같은 손길이 더해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다녀간 이들이 남긴 사진을 보면 이 마을 풍경도 여느 시골 마을과는 사뭇 다른 색채감을 띠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산골 마을에 예술이 스며든 모습은 그 자체로 특별한 볼거리가 된다. 거창한 미술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마을 안에, 생활 공간 속에 그림과 조형이 놓여 있다는 점이 이런 유형의 마을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매력이다. 가래실문화마을도 그런 결의 공간으로 짐작해볼 수 있고, 방문객 입장에서는 정해진 동선 없이 골목골목을 자유롭게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산면, 영천이 품은 조용한 산골
영천은 경상북도 중부에 자리한 도시로, 보현산 자락과 넓은 과수원 지대를 함께 품고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과와 포도 같은 과수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예로부터 한약재를 취급해 온 전통 시장이 있는 것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산이 많은 지형 덕분에 크고 작은 골짜기 마을이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화산면 역시 그런 산간 지역 가운데 하나로 도심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한 동네다.
이런 조용한 마을에 미술 작품이 놓인 풍경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여백을 준다. 입장 절차나 정해진 관람 코스 없이,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그림이나 조형물을 마주치는 식의 산책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화마을이 갖는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마을 주민이 실제로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기도 한 만큼, 조용히 예의를 지키며 천천히 둘러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을 미술이 지역에 스며드는 방식
이런 마을 단위 미술 프로젝트는 대체로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산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빈집이 늘어가는 마을에 예술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해,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외부 방문객의 발길을 끄는 방식이다. 가래실문화마을 역시 이런 취지 속에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마을로 짐작해볼 수 있고, 실제로 그렇다면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일군 결과물로 바라보는 편이 더 의미 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
이런 마을을 여행할 때는 사진 몇 장 남기는 것에 그치기보다, 벽화나 조형물 하나하나에 담겼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가 그렸을지, 어떤 마음으로 이 골목에 색을 입혔을지 헤아려보면 같은 그림도 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정확한 제작 배경이나 참여 작가에 대한 정보는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니, 궁금하다면 현지 안내판이나 영천시 관광 자료를 통해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산면 근처에서 함께 눈에 담을 계절 풍경
영천은 사과와 포도 산지로 널리 알려진 만큼, 화산면 인근에서도 계절에 따라 과수원이 보여주는 풍경이 다채로운 것으로 짐작된다. 봄이면 하얀 사과꽃이 산자락을 물들이고, 가을이면 붉게 익은 사과가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래실문화마을을 둘러본 뒤, 인근 과수원 길을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계절의 색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이 지역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다만 과수원은 대부분 개인이 경작하는 사유지인 경우가 많으므로, 길가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선에서 즐기고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예의다. 이런 점을 유념하면서 화산면과 그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본다면, 그림 마을 하나만 보고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풍성한 하루 여행이 될 수 있다.
찾아가는 길에 곁들이면 좋은 이야기
화산면까지 가는 길에는 영천의 다른 얼굴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영천은 육군3사관학교가 자리한 도시로 '호국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고, 6·25 전쟁 당시 치열했던 격전지로도 이름이 전해지는 곳이다. 또 임고서원처럼 고려 말 학자를 기리는 유서 깊은 서원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래실문화마을 한 곳만 콕 집어 다녀오기보다, 영천이라는 도시 전체의 결을 함께 느끼며 이동하면 여정이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산과 과수원, 그리고 마을 담벼락의 그림까지 — 화산면은 짧은 시간에 여러 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동네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골목을 걸어보는 걸 추천한다. 계절에 따라 마을을 둘러싼 산의 색이 달라지니, 같은 곳이라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미술마을을 걷는 사진 예절
그림이나 조형물이 있는 마을을 여행할 때는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마련이다. 다만 이런 작품 대부분이 개인 주택의 담벼락이나 마당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민의 사생활 공간까지 렌즈에 담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창문이나 마당 안쪽을 무심코 촬영하기보다, 공용 골목과 벽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서로에게 예의 있는 여행이 된다.
특히 가족 단위로 여행할 때는 아이들이 담벼락 작품을 만지거나 훼손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오래도록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을로 남으려면, 다녀가는 이들 각자의 작은 배려가 쌓여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싶다.
그림 마을에서 얻어가는 것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 가래실문화마을처럼 작은 산골 마을에 예술이 스며든 공간은, 유명세보다는 그 자체의 분위기로 방문객에게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큰 기대 없이 들렀다가 뜻밖의 만족감을 얻고 돌아가는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런 곳일수록 서두르지 않고 다녀오길 권한다. 유명 관광지처럼 정해진 코스를 빠르게 도는 여행이 아니라, 골목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걷는 여행이 이 마을과 더 잘 어울린다. 화산면에 갈 일이 있다면,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고 찾아가 보길 바란다.
이런 조용한 마을이 좋아. 요란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색을 가진 곳들 말이야. 화산면에 갈 일이 있다면 잠깐 들러서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길 추천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