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임금을 섬기지 않은 선비,
동명서원
벼슬 대신 의리를 택한 조인벽을 기리는 양양의 옛 서원이에요

강원 양양군 양양읍 조산리, 서원길에 자리한 동명서원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이에요. 양렬공 조인벽이라는 인물의 충절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뜻을 모아 세운 곳으로, 1628년 충현사를 설립해 위패를 모시면서 동명서원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양양읍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자리라, 양양을 둘러보는 길에 가볍게 함께 들러보기 좋은 곳이에요.
불사이군을 지킨 양렬공 조인벽
동명서원이 기리는 인물은 양렬공 조인벽이에요. 설명에 따르면 그는 태조 이성계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 이른바 불사이군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인물이라고 해요.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뀌는 큰 변화 앞에서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에요.
서원이 그를 기려 세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선택이 후대에 얼마나 크게 기억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조인벽은 이성계의 요청을 뒤로하고 양양으로 내려와 은거하며 유생들을 교육하는 삶을 택했다고 전해져요. 벼슬길 대신 후학을 기르는 길을 선택한 것인데, 이 선택이 훗날 지방 유림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기억되었고, 결국 그의 뜻을 기리는 서원이 세워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서원의 이름인 '동명'도 이런 배경 속에서 지어진 것으로 보여요.
벼슬보다 가르침을 택한 삶이 지역 교육의 한 뿌리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벼슬보다 의리를 택한 자리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조인벽처럼 새 왕조에 협력하지 않고 은거를 택한 유학자들의 이야기가 여러 지역에 전해지고 있어요. 불사이군이라는 말 자체가 이 시기 선비들의 처신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해요. 동명서원은 그 중에서도 양양 지역에 뿌리내린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어요.
비슷한 시기의 다른 지역 이야기와 비교해보면서 둘러봐도 흥미로울 거예요.
전소와 이건, 다시 돌아오기까지
동명서원은 선현을 배향하고 지방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오다가 전란을 겪으며 불에 타 없어지는 아픔을 겪었어요. 이후 1787년에는 터를 아예 옮겨 경상북도 봉화에서 복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요. 양양에서 시작된 서원이 멀리 봉화까지 옮겨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이에 겪었을 곡절을 짐작해볼 수 있어요.
한 서원이 지역을 넘나들며 명맥을 이어왔다는 점이 동명서원 역사의 큰 특징이에요.
봉화로 옮긴 뒤에도 동명서원의 역사는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설명에 따르면 그 후로도 철폐와 복원을 반복했다고 하는데, 조선 후기에는 전국 곳곳의 서원들이 이와 비슷한 부침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지역 유림의 힘만으로 서원을 온전히 지켜내기가 쉽지 않았던 시대였던 셈이에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도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게 느껴져요.
지금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1974년부터 서원 복원 추진 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고, 1982년에 이르러서야 공사가 마무리되었다고 해요. 원래 자리였던 양양 조산리로 다시 돌아와 지금의 동명서원이 자리를 잡게 된 거예요.
여러 세대에 걸친 노력이 쌓여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서원을 보는 느낌이 조금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경내에서 만나는 건물들
동명서원 경내에는 3칸 규모의 충현사를 비롯해 6칸의 재실, 신문, 동·서 협문 등이 자리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 사우인 충현사에는 조인벽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어서, 서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건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서원이 갖춰야 할 구성은 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에요.
천천히 둘러보면 건물마다 역할이 다르다는 걸 하나씩 확인해볼 수 있어요.
재실은 평소에도 여러 역할을 하는 공간이에요. 원내에서 열리는 행사나 유림의 회합 장소로 쓰이고, 제향이 있을 때는 제관들이 머무는 숙소로도 사용된다고 해요. 서원이 단순히 옛 건물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도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옛 서원의 쓰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동명서원에서는 매년 춘향제를 올리며 조인벽을 기리는 제향을 이어가고 있어요. 서원 입구 쪽으로 가면 붉은색의 홍살문과 함께 양렬공 조인벽의 신도비도 볼 수 있다고 하니, 경내를 둘러볼 때 함께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신도비는 그의 생애와 공덕을 기록해둔 비석이니, 서원 안쪽 설명과 함께 읽어보면 이해가 더 깊어질 거예요.
찾아가는 길과 방문 전 확인할 것
동명서원은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양양읍 서원길 44-9, 조산리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요. 양양읍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위치라 다른 일정과 함께 묶어 다니기에도 부담이 적은 편이에요. 문의처가 낙산관광안내소로 안내되어 있는 걸 보면, 양양군에서 낙산사 권역과 가까운 곳으로 함께 소개하고 있는 자리로 짐작해볼 수 있어요.
양양 여행 동선을 짤 때 참고해보면 좋을 거예요.
다만 방문 전에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이용정보에는 '행사 개최시 개방'이라고 되어 있고, 휴무일도 '행사 외 휴무'로 안내되어 있거든요.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니, 서원 안쪽까지 둘러볼 계획이라면 미리 연락해 개방 여부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안전해요.
모처럼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 있으면 아쉬우니, 이 부분은 꼭 챙겨보세요.
주차는 가능하다고 안내되어 있어서 차로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문이 닫혀 있는 날이라도 입구의 홍살문과 신도비 정도는 바깥에서 둘러볼 수 있을 테니, 일정이 맞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한번 들러볼 만해요. 춘향제가 열리는 시기를 맞춰 방문한다면 서원의 모습을 더 온전히 볼 수 있을 거예요.
양양 여행 코스에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일정에 넣어보세요.
벼슬 대신 의리를 택한 선비의 이야기, 양양 여행길에 한 번 만나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