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내려앉았다는 전설을 품은 통영 용호도
이름의 유래부터 6.25전쟁의 흔적까지, 이야기를 따라 걸어봐요

통영시 한산면에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섬이 하나 있어요. 용이 모래밭에 내려앉았다는 전설을 품은 용호도인데요, 이 섬 안에는 전설과 행정구역의 변천사, 전쟁의 아픈 기억, 그리고 뜻밖의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요. 이름의 유래부터 최근의 변화까지, 이번엔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따라가 볼게요.
이름에 담긴 사연도 재미있어요
용호도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예로부터 이 섬은 용이 모래밭에 내려앉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었고, 나무보다는 풀이 많다고 해서 한동안 용초도라 불렸다고 해요. 이런 전설은 통영 지역 여러 섬에 전해오는 이야기들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통영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이 무척 많은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전설이 담긴 이름을 가진 섬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섬 하나에 전설이 깃든 이름이 먼저 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야기를 찾아 듣고 싶어지는 곳이에요.
그러다 지금의 용호도라는 이름으로 바뀐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어요. 섬 안에 자리한 두 마을, 그러니까 용초마을과 호두마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와 지금의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용초마을의 '용'자와 호두마을의 '호'자가 만나 새 이름이 된 셈이니, 이름 하나에도 섬 안 두 마을의 사정이 함께 담겨 있는 거예요.
이렇게 두 마을의 이름을 하나로 합쳐 새 이름을 지은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인데, 그만큼 두 마을 모두가 이 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용이 내려앉았다던 그 자리에, 지금은 두 마을의 이름이 나란히 살아 있어요
이렇게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면 용호도를 찾아가는 길이 한층 더 흥미롭게 느껴질 거예요. 참고로 용호도는 통영시 한산면의 면 소재지인 한산도와는 떨어져 있는 별도의 섬이에요. 한산면이라고 해서 한산도와 같은 섬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면 헷갈릴 수 있으니, 미리 위치를 확인해두고 움직이는 걸 추천해요.
가는 길에 참고할 정보는 아래 팁에서 조금 더 짚어볼게요.
거제 땅이었다가 통영 땅이 된 사연
지금은 통영시 한산면에 속한 용호도지만, 처음부터 통영 땅이었던 건 아니에요. 본래 거제군 둔덕면에 속해 있던 섬이었는데, 1914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통영군 한산면으로 편입됐다고 해요. 섬의 최고봉은 수동산인데,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섬의 지형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이 봉우리는 섬 안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되어주기도 해요.
이 시기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지던 때이기도 해요. 작은 섬 하나가 소속된 군과 면이 바뀌는 일은 흔치 않은 변화였을 텐데, 용호도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지금의 통영 땅이 된 셈이에요.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용호도가 거제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돼요.
이런 변화는 비단 용호도만의 일이 아니라, 근대 이후 우리나라 해안과 섬 지역 곳곳에서 함께 일어난 흐름이기도 해요.
용호도에는 이보다 더 아픈 역사도 남아 있어요. 6. 25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용호마을에는 포로수용소가 설치되었다고 해요.
인근 거제도에 대규모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가까운 위치에 있던 용호도 역시 전쟁의 상흔에서 비껴가지 못했던 셈이에요. 이 이야기는 용호도가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섬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해요. 지금 섬을 둘러볼 때는 이런 역사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폐교가 고양이들의 보금자리로
용호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용호분교예요. 원래는 마을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였지만, 여러 섬마을의 작은 학교들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며 폐교가 되었고,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섬을 지키고 있어요. 작은 섬의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용호도만의 일은 아니고, 우리나라 여러 섬마을이 함께 겪어온 변화이기도 해요.
폐교된 용호분교는 길고양이를 포획해 집단으로 보호하는 통영시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로 탈바꿈했다고 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교실이 이제는 고양이들의 쉼터가 되어 있는 거예요.
학교라는 공간이 시간이 흐르며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된 모습은 용호도를 둘러볼 때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에요. 섬을 찾을 계획이라면 이 공공형 보호 분양센터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방문이나 참여가 가능한지는 통영시 쪽에 미리 확인해보는 게 좋아요. 이런 폐교 활용 사례는 섬마을이 변화에 적응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을이면 강태공들이 찾아오는 바다
용호도는 통영의 여러 섬 중에서도 내만권에 속해 있는 섬이에요. 통영 앞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다도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용호도는 그중 육지에 가까운 내만 쪽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에요. 계절에 따라 바다가 보여주는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용호도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해요.
특히 통영은 예로부터 좋은 어장을 낀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을이 되면 용호도 앞바다가 특히 주목을 받는다고 해요. 이 섬은 가을 감성돔의 출몰지로 유명해서, 초가을부터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라고 해요. 감성돔은 가을철 낚시인들에게 인기 있는 어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시기에 맞춰 용호도를 찾는 강태공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이어진다고 해요.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겠어요.
전설과 행정구역의 변천사, 전쟁의 아픈 기억, 그리고 고양이들의 보금자리까지, 용호도는 겹겹이 쌓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섬이에요. 이런 사연들을 미리 알고 찾아가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한층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낚시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섬이 가진 사연을 하나씩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걸음이 될 거예요.
전설과 역사, 그리고 가을 바다까지 품은 용호도, 이야기를 알고 가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거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