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이집묘역,
고려 후기 선비의 절개가 담긴 묘소
신돈의 비행을 꾸짖고 은거한 문신, 600년이 지난 지금도 성남 중원구에서

성남 중원구 둔촌대로에는 고려 시대 선비의 흔적이 조용히 남아 있어요. 둔촌이집묘역이라는 곳인데,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역사 속 한 선비의 절개와 신념을 담고 있는 공간이에요. 60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특별한데, 시간을 내어 둘러보시면 고려 후기의 역사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요.
신돈의 비행을 꾸짖고 은거한 선비, 이집
이집은 고려 후기 충목왕 때 과거에 급제한 문신이에요. 해박한 지식과 고상한 지절로 이름이 높았던 사람이었는데, 1368년 신돈이라는 인물의 비행을 직언으로 비판했어요. 신돈은 당시 권력을 휘두르던 인물이었는데, 이집은 그 앞에서도 떳떳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거예요.
이 때문에 화를 당할 것을 예견한 이집은 아버지를 업고 영천으로 도망쳐 은거했다고 해요.
이후 신돈이 역모로 주살되고 나서야 이집은 수양산 아래 현화리로 돌아왔어요. 판전교시사라는 벼슬에 임명되었지만 곧 사직하고 독서와 농경으로 세월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는 과욕 없이 절개를 지킨 삶의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벼슬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더 귀하게 여겼던 선비의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는 이야기네요.
석물로 정성을 다한 묘역의 구조
묘역 자체가 고려 시대의 묘제를 잘 보여주는 유적이에요. 봉분의 높이는 1. 8m, 지름은 6.
6m으로 용미와 활개를 갖춘 형태라고 해요. 봉분 중앙에는 혼유석·상돌·사각 향로석·장명등이 배치되어 있고, 상돌 좌우에는 망주석과 문인석 한 쌍이 서 있어요. 차양석 네 개와 2단의 계체석도 갖춰져 있으며, 봉분 좌우측에는 신구 묘표가 각 1기씩 서향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봉분 중앙의 장명등이에요. 화창공과 사모 지붕에 연봉 장식이 있다고 하는데, 이집 당대에 이런 정성 있는 석물들이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존경받는 인물이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60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원형 합장묘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해요.
성남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
둔촌이집묘역은 단순히 한 선비의 무덤이 아니에요. 고려 후기의 정치 상황, 선비의 절개와 신념, 시대를 견딘 석조물의 우아함까지 모두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성남이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라 깊은 역사 위에 자리 잡은 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유적이기도 하네요.
중원구를 지나면서 이런 문화유산들이 남아 있다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성남의 곳곳에는 조용하지만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둔촌이집묘역 방문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돈 앞에서도 절개를 지킨 고려 시대 선비의 묘소. 600년의 세월 속에서도 그 신념과 존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에요. 성남의 역사를 느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