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웹진오산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4분

분단이 막은 고향 해주,
경기 오산에서 다시 세운 영정각

20만 후손이 이어간 고려 문신 최충의 제례

분단이 막은 고향 해주, 경기 오산에서 다시 세운 영정각
오산 현지 사진

경기도 오산시 수청로에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공간이 있어요. 문헌서원과 그 일대의 문헌공원입니다. 이 자리는 고려시대의 문신 최충(984~1068년)과 그의 아들인 최유선, 최유길 선생을 모시는 곳인데, 이 세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서원이 이렇게 내삼미동에 있게 된 사연은 결코 단순하지 않아요.

북쪽 산산이에 있던 원래 서원이 분단의 벽에 막히면서, 남한의 20만 후손들이 손을 맞잡고 다시 세운 거룩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고려 천년을 지켜온 최충 가문의 영정

문헌서원을 둘러싼 문헌공원의 전경
문헌서원을 둘러싼 문헌공원의 전경

문헌서원이 모신 최충은 고려시대 개경의 유명한 교육자이자 문신이었어요. 그리고 그의 아들 최유선과 최유길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학문과 덕행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사액서원(왕이 윤허한 서원)이 황해도 해주에 세워졌고, 그 사액은 조선시대 명종임금이 1550년에 내렸어요.

이후 약 400년 동안 서원은 해주의 땅에서 제례를 지키는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해주 문헌서원은 단순한 제사터를 넘어, 최씨 가문과 그 후손들의 정신적 중심이 되어갔어요. 해주 일대의 최씨 가문은 매해 제례를 지내며 선조를 추모했고, 세대를 거치면서 그 맥이 이어져 왔습니다. 900년 가까이 이어진 영정과 제례의 위상은 가볍지 않았어요.

분단, 그리고 갈 수 없는 고향

최충 선생을 모신 영정각의 내부
최충 선생을 모신 영정각의 내부

1945년 해방과 함께 한반도의 운명이 갈라졌어요. 지도 위에 그어진 경계선은, 해주의 땅에 있던 문헌서원을 남한의 사람들로부터 영원히 막아버렸습니다. 최씨 가문의 남한 후손들은 이제 아버지의 무덤을 참배하듯 선조의 영정을 뵐 수 없게 되었어요.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신앙의 대상이자 정체성의 뿌리가 손길 닿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죠.

남한에 남겨진 20만의 최씨 후손들은 한 가지 물음을 안고 세월을 견디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선조의 영정을 다시 모실 수 있을까?' 그 답은 1991년, 분단 46년을 견딘 끝에 찾아옵니다.

후손들이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 753-2번지에 새로운 영정각과 서원을 건립하기로 결정한 것이에요. 해주로는 못 가지만, 남한의 땅에서라도 선조의 제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결정이었습니다.

오산에 세워진 문헌서원은 최충과 그의 두 아들의 영정을 모시게 됩니다. 처음에는 영정각과 서원 건물이 함께 자리했어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오산시의 도시계획에 따라 서원의 부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게 된 것이죠. 지금의 문헌공원이 그것입니다. 서원의 건물들은 대부분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지만, 영정각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최충 선생과 그의 아들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헌서원이 품고 있던 제례의 맥은 끊기지 않았어요. 최씨 대종회의 후손들은 지금도 매년 4월 제4토요일이면 오산을 찾습니다. 분단의 벽을 건넌 900년의 영정 앞에서, 그들은 선조를 추모하는 제례를 지내갑니다.

바뀐 건 땅과 건물뿐입니다. 제례를 지키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이어가려는 후손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어요.

도시전설 팁
문헌서원은 매년 4월 제4토요일 제례 시즌에 방문하시면 최씨 후손들의 추도식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평소 개방 여부와 방문 가능 시간은 미리 확인하고 가시는 것이 좋아요. 또한 오산시청이나 관광 안내소에 연락해 현재 운영 정보를 확인하시길 권장합니다.
분단을 건넌 900년의 제례, 그리고 땅을 바꿔 이어간 후손들의 손길이 문헌서원에 담겨 있어요. 오산 여행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한 쪽 면을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헌서원#최충#오산관광지#분단의역사#서원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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