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편제의 시작,
비전마을의 국악 성지
판소리의 한 맥을 일군 가왕 송흥록의 고향

남원시 운봉읍 비전마을은 한국 음악사에서 매우 특별한 장소예요. 이곳은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가왕" 송흥록 선생이 태어난 곳이자, 여류 명창 박초월의 소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옥보고가 거문고를 크게 발전시킨 곳(운상원)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운봉 지역이 음악과 예술의 맥이 흐르는 곳이었던 거죠.
송흥록이 만들어낸 극적 판소리
조선 순조 때 화수리 비전마을에서 태어난 송흥록 선생은 판소리의 표현 영역을 완전히 바꿔놓은 인물입니다. 그 이전의 판소리는 일정한 스타일로 제한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송흥록 선생은 민속음악 가운데 가장 느린 "진양조"를 판소리에 응용하는 혁신을 이루어냅니다.
이로써 판소리는 더욱 다양한 음악 기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극적이면서도 예술적인 표현이 가능해진 거죠.
그의 창작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춘향가"의 "옥중가" 중 "귀곡성(귀신 울음소리)"입니다. 이 부분은 송흥록 선생이 창작한 독창적인 판소리 창법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그의 고(高)승 같은 음악적 감각과 기교는 판소리를 단순한 민속 예술에서 벗어나 높은 예술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동편제는 송흥록 선생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형의 고수로 지내다가 뒤에 형에 버금가는 명창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아우 송광록과, 그의 손자 송만갑이 대를 이어오면서 동편제는 계층과 지역을 초월한 광범위한 애호를 받는 예술로 부상하게 되었어요. 현재까지 판소리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유파 중 하나가 바로 동편제인 것은 이런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이 돌아가신 후 무덤에서는 '내 소리를 받아 가라'는 귀곡성이 그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전설도 그의 음악적 영향력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2000년부터 비전마을에 국악 성지가 조성되면서 송흥록 선생의 생가와 박초월 명창의 고택이 복원되었어요. 이제 방문객들은 비전마을을 걸으며 동편제 판소리의 발원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판소리의 한 맥을 일군 가왕 송흥록. 그의 음악이 탄생한 비전마을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쉬는 예술의 정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