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악산 정상 부근의 절,
운암사에서 마시는 신기한 물의 이야기
1300년 이상의 세월, 약수산이 지켜온 고찰의 깊이

운암사는 경북 문경시 불정동 재악산 정상 부근에 있는 절이에요. 신라 문무왕 17년(678년)에 의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으로부터 1300년이 넘는 세월을 이 산 위에서 버텨온 고찰입니다. 임진왜란 때는 불에 타 완전히 폐허가 됐지만, 효종 9년(1658년)에 영준 스님이 복원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중창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암사에는 극락전과 산신각, 삼성각, 안양문, 요사채 등의 건물이 있고, 정원당 부도와 정봉당 부도 같은 조선 후기의 석종형 부도들이 유물로 남아있어요.
마을 초입에서 만나는 신성한 물
운암사를 가려면 마을 초입에서 1. 3km를 더 올라가야 해요. 거리가 먼 건 아니지만, 재악산의 가파른 길을 헤쳐나가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어요.
바로 이곳의 물 때문입니다. 재악산은 '약수산'이라고도 불릴 만큼 이곳의 물이 효험 있고 맛있기로 유명한데, 거의 산 정상 가까이에 위치한 운암사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먼저 약수물을 마셔야 한다고 해요. 신체를 정화하는 의식 같은 건데, 이것이 오래된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운암사 초입의 불정(佛井)이라는 마을 이름도 이 물의 역사를 담고 있어요. 불정동에 들어서면 수령 300년 된 느티나무 앞에 마을 지명 유래비가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옛날 이 마을에 살던 거신이라는 사람의 집 근처 암자에서 수도하던 스님이 있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 암자의 우물물이 마르자, 근처를 살펴보다가 맑고 깨끗한 물이 솟아나는 샘을 발견했어요. 그 샘을 들여다보니 돌부처가 한가운데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이 돌부처를 암자로 옮겨 봉안한 뒤로부터, 이 샘을 '부처샘', 즉 불정(佛井)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거죠.
시간을 견딘 건축과 유물
운암사의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에 아미타삼존불이 모셔져 있어요. 1666년(현종 6년)에 해특 스님이 중건했으며, 1785년(정조 9년)에 인월 스님이 중창했고, 1972년부터 4년간에 걸친 대대적인 불사(절의 건설이나 중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 건물은 조선 후기의 건축 기법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건축적 가치를 살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부도들도 마찬가지인데, 높이 81cm의 정월당 부도와 높이 107cm의 정봉당 부도는 모두 석종형으로 조선 후기 작품이에요.
1300년을 견딘 산 위의 절, 운암사. 신기한 물의 전설과 역사가 모두 담겨있는 곳에서 마음이 경건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