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물,
마소 물 먹이던 구유 닮았덴 마씸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에 자리한 전통 용천수로, 마을 사람들의 삶과 오래 이어져 온 물줄기로 알려져 있어요

제주에서 물 이야기를 하면 바다나 계곡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제주 사람들의 삶과 가장 오래 붙어 있던 물은 따로 있다고 해요. 바로 용천수, 땅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샘물이에요. 제주는 화산섬이라 빗물이 현무암 지반으로 금세 스며들어 강이나 하천이 발달하기 어려웠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예로부터 마을마다 솟아나는 용천수를 찾아 삶터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제주 사람들은 이렇게 솟아나는 물 하나에도 이름을 붙이고, 그 자리를 중심으로 마을을 가꿔왔다고 전해지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지금도 마을 곳곳에 조용히 남아 있다고 해요. 지난번엔 애월 카페거리 옆에서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한담해안산책로를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예요. 바로 같은 애월읍, 조금 안쪽 마을인 상귀리에 자리한 용천수, 구시물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이름은 낯설어도 그 안에 담긴 물 이야기는 제주 어디서나 통하는 이야기라, 천천히 풀어드릴게요.
용천수란, 제주에서만 통하는 물 이야기예요
용천수는 땅속 지하수가 지표면이나 해안가 바위틈으로 자연스럽게 솟아 나오는 샘물을 말한다고 해요. 제주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라 토양 대부분이 현무암과 화산송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다공질 지반이 빗물을 빠르게 흡수해버려서 지표수가 오래 고이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육지처럼 큰 강을 끼고 마을이 들어서는 대신, 제주에서는 땅속을 흐르던 물이 다시 솟아오르는 용천수 자리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지고요.
해안가를 따라 솟는 용천수가 있는가 하면, 마을 안쪽 지대에서 솟는 용천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형태와 규모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해요. 물이 솟는 자리 하나를 두고도 웃물은 마시는 물로, 그 아래쪽은 채소나 그릇을 씻는 물로, 더 아래쪽은 빨래하는 물로 나눠 쓰던 지혜가 마을마다 전해진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옛 제주 사람들에게 용천수는 단순한 식수원을 넘어서, 물허벅을 지고 와 물을 길어 나르고, 빨래를 하고, 몸을 씻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던 생활의 중심이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요.
그래서 지금도 제주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물 긷던 시절 이야기가 종종 오간다고 해요. 지금은 상수도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예전만큼 용천수에 기대어 살진 않지만, 마을마다 남아 있는 용천수 자리는 그 시절의 흔적을 여전히 품고 있다고 전해져요.
물 한 방울 귀한 섬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물줄기를 만난다는 건 그 자체로 마을 하나를 세울 이유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애월 상귀리 구시물, 마을과 함께 흘러온 물줄기예요
귤이가 오늘 소개하는 구시물은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에 자리한 용천수로 알려져 있어요. 상귀리는 애월읍의 중산간과 해안 사이 자락에 자리한 마을로, 오랜 세월 농사와 생활 터전으로 이어져 온 곳이라고 전해지는데요, 그런 마을 한편에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물줄기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시물이 이 마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해왔을지 짐작이 가요. 다만 구시물이 정확히 언제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쓰였는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해지는 기록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귤이도 여기서는 조심스럽게, 상귀리에 자리한 전통 용천수라는 사실만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름에 담긴 '구시'라는 말은 제주 방언에서 나무나 돌을 파서 만든 통, 흔히 말이나 소에게 먹이나 물을 주던 구유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구시물이라는 이름 역시 물을 담아내던 옛 모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이 부분을 정확한 유래로 못박아 말씀드리긴 조심스럽고, 이름에서 짐작해볼 수 있는 이야기 정도로 편하게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구시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신 분이라면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제주에서는 이렇게 정겨운 이름을 가진 용천수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제주에는 구시물 말고도 이름 뒤에 '물'이 붙는 크고 작은 용천수가 곳곳에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상귀리의 구시물도 그런 이름들 중 하나로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왔을 걸로 짐작돼요.
오늘날 용천수를 마주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에요
구시물처럼 마을 안에 자리한 용천수는 대부분 대단한 관광시설이 아니라, 지금도 마을 생활과 이어져 있는 생활 공간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구시물을 비롯한 제주의 크고 작은 용천수를 찾아가실 때는,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마음보다는 마을의 오래된 우물가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다가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안내판이나 주차 시설이 따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고 전해지니, 차량 진입이나 주차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겠어요.
또 용천수 자리는 여전히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거나 실제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물가에 쓰레기를 남기거나 시설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는 이야기가 많아요. 정확한 위치나 접근로, 현재 관리 상태처럼 방문에 꼭 필요한 정보는 계속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니, 직접 찾아가시기 전에 제주시나 애월읍사무소, 또는 마을 소식지를 통해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귤이도 이 글을 준비하며 구시물 하나만으로도 제주 마을이 물과 맺어온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꼈는데,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고 가시기보다는 그 시간을 잠깐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다녀오시면 더 마음에 남는 걸음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다녀오신 뒤에 다음에 또 다른 용천수 이야기를 만나면, 이번 구시물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실지도 몰라요.
애월 상귀리 지나가는 길 있으민, 구시물 닮은 용천수 자리 한번 들여다봅서. 화려허진 안해도, 제주 마을이 물이영 살아온 시간이 그 안에 조용히 담겨 있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