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뒤 세운 정자,
탐진강 노거수 숲의 부춘정원림
탐진강을 끼고 선 노거수 숲 사이, 부춘정원림에서 만나는 옛 선비의 자취

전남 장흥군 부산면에 자리한 부춘정원림은 정유재란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온 한 선비가 세운 정자예요. 처음에는 청영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가, 훗날 다른 집안이 정자를 고쳐 지으며 지금의 부춘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해요. 정자 서쪽으로는 탐진강이 흐르고 강가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역사와 자연을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에요.
정유재란 뒤 고향으로 돌아온 선비의 정자
부춘정원림을 처음 지은 사람은 남평문씨 집안의 희개라는 인물이에요. 호가 청영이었던 그는 1550년에 태어나 1610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정유재란이 끝난 뒤 고향인 장흥으로 돌아와 정자를 세웠다고 전해져요. 정자를 처음 지을 당시에는 자신의 호를 따서 청영정이라고 이름 붙였고요.
희개는 그냥 낙향한 선비가 아니라 전쟁터를 직접 겪은 인물이기도 해요. 임진왜란이 벌어졌을 때는 의병으로 참전해 싸웠고, 정유재란 때는 고창현감을 맡아 성을 지켜내는 데 공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 이력을 알고 나면 부춘정원림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지실 거예요.
정유재란은 임진왜란이 한 차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불붙은 전쟁으로, 조선 팔도가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은 시기였어요. 그 전란을 몸소 겪고 돌아온 선비들이 향촌으로 돌아와 정자를 짓고 마음을 다잡았던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부춘정원림도 그런 흐름 속에서 세워진 정자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이 정자를 둘러볼 때는 풍경 좋은 쉼터로만 보지 말고, 전란을 이겨낸 한 시대의 흔적으로도 한번 바라봐 주세요.
청영정에서 부춘정으로, 헌종 때의 개축
청영정이 지금의 부춘정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처음 지어지고 한참 뒤의 일이에요. 헌종 4년 무렵이었던 1838년경, 청풍김씨 영동정공파의 후손인 김기성이라는 인물이 이 정자를 사들였다고 해요. 다른 집안이 지은 정자를 사들여 고쳐 지었다는 점에서, 부춘정원림은 한 집안이 아니라 두 집안의 손길이 함께 깃든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기성은 정자를 사들인 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새롭게 고쳐 지었어요. 정면 3칸, 측면 2칸 크기에 방 2개를 들인 팔작지붕 건물로 다시 태어났는데, 팔작지붕은 지붕의 옆면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형태라 격식을 갖춘 한옥에 많이 쓰이는 지붕 양식이에요. 이때 이름도 청영정에서 부춘정으로 바뀐 것으로 짐작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춘정원림이라는 이름 안에는 두 번의 이야기가 겹쳐 있는 셈이에요. 정유재란 뒤 희개가 세운 청영정이라는 처음 이야기와, 시간이 흘러 김기성이 다시 고쳐 지은 부춘정이라는 두 번째 이야기가 한 건물 안에 함께 담겨 있는 거죠. 정자를 둘러볼 때 이 두 시대의 흔적을 함께 떠올려 보면 훨씬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정자의 이름과 내력을 알고 나면, 이제는 그 정자가 품고 있는 풍경으로 눈을 돌릴 차례예요. 부춘정원림이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건물 자체만큼이나 주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거든요.
탐진강과 노거수 숲이 만들어낸 풍경
부춘정원림의 서쪽으로는 탐진강이 가깝게 흐르고 있어요. 탐진강은 남쪽으로 흘러가는 강인데, 정자에 앉아 있으면 이 강줄기를 가까이서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해요. 강을 끼고 자리 잡은 정자라는 점이 부춘정원림만의 특징이에요.
강가에는 붉은 소나무와 푸조나무, 개서어나무, 단풍나무 같은 오래된 나무들이 자라 숲을 이루고 있어요. 이 나무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노거수여서, 정자와 함께 오랜 세월을 지켜온 셈이에요. 이 숲이 사계절 내내 정자 주변을 감싸고 있어서,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정자의 풍경을 바꿔놓는다고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정자 맞은편 강변에 자미나무가 여러 그루 심어져 있어서, 여름철이면 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뤘다고 전해져요. 다만 지금은 그 자미나무들이 제거되고 그 자리에 제방이 축조되어 있어서, 예전과 똑같은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강 이쪽 편의 노거수 숲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 옛 풍경의 흔적은 지금도 느껴볼 수 있는 셈이에요.
강물은 늘 그 자리를 흐르지만, 강가의 풍경은 시절 따라 조금씩 모습을 바꿔요.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달라진 풍경까지 알고 나면, 이제는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지실 거예요. 마지막으로 부춘정원림을 찾아가고 둘러볼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정리해볼게요.
부춘정원림을 찾아가고 둘러보는 법
부춘정원림은 전남 장흥군 부산면에 자리하고 있어요. 도로명 주소에 부춘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정자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어진 길 이름으로 짐작해볼 수 있어요. 장흥에서 부산면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탐진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정자가 있는 마을에 닿을 수 있어요.
부춘정원림은 연중무휴로, 언제든 상시 개방돼 있는 곳이에요. 별도의 운영 시간 제한 없이 둘러볼 수 있다는 뜻이니, 시간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방문 일정을 잡으셔도 좋아요. 다만 유모차 대여나 신용카드 결제 같은 편의 서비스는 마련돼 있지 않으니, 이 점은 미리 참고해두시면 좋겠어요.
차로 이동하신다면 마을회관 앞에 주차할 수 있어요. 정자가 마을 안쪽에 자리한 만큼, 주차 후에는 걸어서 정자와 탐진강변, 노거수 숲을 천천히 둘러보시길 추천해요. 세부 사항이 궁금하다면 방문 전에 안내 전화로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정유재란을 이겨낸 선비의 마음과 탐진강의 오랜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진 부춘정원림, 장흥에 들르신다면 꼭 한번 걸어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