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웹진›화순 독상리석등, 암반에 새긴 48개의 소원
Spot Light화순 웹진 · 화순 인사이드 · 2026-09-27 · 읽는 시간 8분

화순 독상리석등,
암반에 새긴 48개의 소원

고려 재상이 하늘에 올린 기도가 새겨진 화순의 오래된 석등이에요

화순 독상리석등, 암반에 새긴 48개의 소원
화순 현지 사진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 가면 독상리석등이라는 특별한 문화재를 만날 수 있어요. 커다란 암반에 구멍을 파서 만든 이 석등은 고려 시대 시중을 지낸 문헌공 오대승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전해져요.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상리석등을 통해, 천 년 가까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

고려의 재상이 하늘에 올린 기도

독상리석등
독상리석등

독상리석등의 유래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옛 지리서에 기록되어 있어요. 이 책에는 현리 사람인 오대승이 관도, 즉 관청으로 이어지는 길 남쪽에 석등 48개를 만들어 밤마다 불을 켜 놓고 하늘에 절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오대승은 고려 시대에 시중이라는 높은 벼슬을 지낸 인물로, 문헌공이라는 시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런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진다는 것만으로도, 독상리석등이 오래전부터 특별하게 여겨지고 지켜져 온 자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렇게 밤마다 불을 밝히고 하늘에 기도를 올린 결과, 오대승의 내외 자손들이 모두 출세하고 계속하여 상부에 올랐다고 적혀 있어요. 한 사람의 지극한 기도가 후손들의 앞날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건너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셈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이다 보니, 독상리석등 앞에 서면 옛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품었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해요.

벼슬을 지낸 인물이 개인적으로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는 점에서, 당시 사람들이 신앙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도 함께 엿볼 수 있어요.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개인의 기도가 자손의 앞날과 연결된다고 믿었던 옛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특정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며 만든 석등이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상리석등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져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화순을 둘러보다가 이 석등 앞에 서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살펴보면 더 특별하게 다가올 거예요.

오래된 기록 속 이야기와 눈앞의 돌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 독상리석등을 직접 찾아가 볼 만한 이유가 되어줘요.

돌 위에 새긴 마흔여덟 번의 기도, 그 마음은 지금도 이 자리에 남아 있어요.

48개의 구멍에 담긴 불교적 의미

독상리석등
독상리석등

독상리석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암반 위에 파낸 여러 개의 구멍이에요. 자연 암반에 약간의 손질을 가해 만든 이 구멍은 지름 5~14cm, 깊이 2. 5~8cm 정도의 크기로, 기록상으로는 48개라고 전해지지만 실제로 세어보면 54개가 있다고 해요.

이 구멍마다 기름을 붓고 심지를 꽂아 불을 켰던 것으로 보여요. 크지 않은 구멍이지만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어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작업에 상당한 정성이 들어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48이라는 숫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48원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48원은 아미타불이 세운 마흔여덟 가지 서원으로, 생로병사가 없는 안락한 정토, 즉 극락정토를 이루겠다는 불교의 최고 이상을 담고 있어요.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만든 석등에 불교의 상징적인 숫자를 담았다는 점이 독상리석등의 독특한 지점이에요.

기록상의 숫자와 실제 구멍 수가 다르다는 사실도, 오랜 세월 이 자리가 여러 차례 손질되거나 변화를 겪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이렇게 민간신앙과 불교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은 고려 시대 신앙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로 꼽혀요. 하늘에 절을 올리는 전통 신앙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안에 불교적 세계관을 담아낸 것이니 두 신앙이 서로 배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구멍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이런 배경을 떠올려보면, 단순한 돌구멍이 아니라 옛사람들의 신앙심이 새겨진 자리라는 게 새삼 다가와요.

고려 시대 사람들의 신앙이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믿음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는 사실을, 이 작은 석등 하나가 잘 보여주고 있어요.

48개기록상 구멍 수(실제로는 54개)

홍살문 안, 비각에 모셔진 석등

독상리석등
독상리석등

독상리석등은 높이 40cm, 길이 164cm, 너비 105cm 되는 암반 위에 자리하고 있어요. 이 암반은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비각 안에 모셔져 있고, 비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신성한 공간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세워져 있어요. 덕분에 석등이 비바람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으며 지금까지 그 모습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암반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은 만큼, 비각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도 석등의 존재감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편이에요.

비각과 홍살문이라는 구조 자체가, 이 석등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신성하게 여겨진 대상이었다는 걸 말해줘요. 겹처마 팔작지붕은 지붕의 처마가 두 겹으로 되어 있고 사방으로 경사진 형태를 갖춘 전통 건축 양식 중 하나로, 정성을 들여 지은 건물에 주로 쓰이는 형식이에요. 이런 비각 안에 석등을 모셔둔 것에서 후대 사람들 역시 이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관리해왔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홍살문은 예로부터 신성한 장소나 인물을 기리는 자리 앞에 세워지던 문으로, 이 문을 지나 비각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간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직접 방문하면 암반에 새겨진 구멍들과 비각, 홍살문을 차례로 살펴보며 옛이야기를 하나씩 확인해볼 수 있어요. 규모가 크지 않은 문화재이다 보니 천천히 둘러보아도 부담이 없고, 암반의 구멍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기름을 붓고 불을 켰다는 이야기가 훨씬 생생하게 다가올 거예요. 화순 동복면 일대를 돌아보는 여정에 이 자리를 넣어두면,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이야기를 만나고 갈 수 있어요.

홍살문 너머 비각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그 짧은 동선 자체가, 옛사람들이 이 자리를 대하던 마음가짐을 느껴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어줘요.

체크리스트
암반 위 구멍의 개수와 크기 살펴보기
겹처마 팔작지붕 비각과 홍살문 구조 둘러보기
방문 전 주차 가능 여부 확인하기
동복면 주변 다른 문화유산과 함께 묶어 일정 짜기

화순 동복면, 찾아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독상리석등은 화순군 동복면에 자리하고 있어요. 화순은 전남 지역에서도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고, 동복면 일대 역시 오랜 역사를 품은 마을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지역이에요. 화순을 여행하는 길에 동복면까지 발걸음을 옮기면, 독상리석등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켜온 문화재를 만날 수 있어요.

동복면은 화순군 안에서도 산과 들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이용 정보를 보면 독상리석등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서, 특별한 개방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어요. 주차도 가능하다고 안내되어 있으니 차를 가지고 가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여요. 다만 유모차 대여나 신용카드 이용과 관련된 편의시설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으니, 이 부분은 참고해두면 좋아요.

문화재를 둘러보는 데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걷기 편한 신발을 준비해가면 암반 주변을 살펴보기 한결 수월할 거예요.

화순 지역은 계절에 따라 산과 들의 풍경이 달라지는 곳이라, 언제 방문하느냐에 따라 동복면 일대를 돌아보는 느낌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독상리석등만 콕 집어 방문하기보다는 화순의 다른 문화유산이나 자연 경관과 함께 묶어 하루 일정을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자세한 위치나 찾아가는 길이 궁금하다면 방문 전에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걸 추천해요.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자리를 천천히 찾아가 보는 여정 자체가, 화순 여행에 색다른 의미를 더해줄 거예요.

Cityzine 팁
독상리석등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 방문 시간을 따로 맞추지 않아도 되고, 주차도 가능해요. 유모차 대여나 신용카드 이용과 관련된 시설은 없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으니, 궁금한 점은 화순군 문화관광 안내전화 061-379-3532로 미리 확인해보세요.
천 년 가까이 하늘을 향했던 불빛이 지금도 화순 동복면을 지키고 있어요. 화순을 여행할 때 잠시 들러 그 마음을 느껴보세요 ✨
글 · Cityzine 편집부 · 2026-09-27 발행링크 복사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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