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축관 문루에서 천안삼거리 호숫가로,
영남루의 발걸음
노대하가 세운 문루가 두 번의 이전을 거쳐 지금 자리에 이르렀어요

천안시 동남구 충절로에 자리한 영남루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두 번이나 옮겨진 끝에, 지금은 천안삼거리공원 호숫가에 서 있는 누각이에요. 조선 선조 35년인 1602년, 당시 천안 군수였던 노대하가 세운 화축관의 문루로 추정되는 건물이라고 해요. 임금이 온양온천으로 행차할 때 잠시 머물던 행궁인 화축관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문루였던 영남루만 지금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누각 하나에 꽤 오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이니, 천천히 따라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화축관의 문루, 영남루가 세워진 사연
영남루는 조선 선조 35년, 그러니까 1602년에 세워진 건물이에요. 당시 천안 군수를 지내던 노대하가 화축관이라는 행궁을 지으면서 그 문루로 함께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행궁은 임금이 지방에 나갔을 때 잠시 머물기 위해 마련한 임시 거처를 가리키는 말인데, 화축관은 임금이 온양온천으로 행차할 때 쓰이던 곳이었다고 전해져요.
온양온천은 조선시대 임금들이 즐겨 찾았던 것으로 널리 알려진 온천이에요. 한양에서 온양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자리한 천안에 임금이 머물 행궁을 마련해둔 것도, 이런 지리적인 위치와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어요. 화축관이 지어진 뒤로 천안은 임금의 행차 때마다 거쳐가는 자리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을 거예요.
지금은 화축관 건물 자체는 남아 있지 않고, 그 문루였던 영남루만 남아 옛 행궁의 흔적을 짐작하게 해줘요. 건물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고 문루만 남은 경우라, 영남루를 볼 때마다 한때 이 자리에 임금이 머물던 행궁이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임금의 발걸음이 머물던 행궁은 사라지고, 그 문 앞을 지키던 누각만 남았어요.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의 짜임새
영남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이에요. 팔작지붕은 지붕의 네 면이 모두 경사지면서도 양 옆면 위쪽에 삼각형 모양의 박공이 남는 형태로, 조선시대 목조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 양식 가운데 하나예요.
누각을 받치고 있는 것은 12개의 돌기둥이에요. 나무 기둥이 아니라 돌기둥으로 누각 전체를 받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 영남루를 둘러볼 때 기둥 쪽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건물 앞면 중앙에는 층계를 두어 오르내릴 수 있게 했고, 사면에는 난간을 둘러 누각 위에서도 안전하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어요. 누각이라는 건물 특성상 사방이 트여 있는 구조인데, 난간이 있어 오르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 같아요.
우암 송시열이 남긴 기문
영남루 안에는 우암 송시열이 지은 기문이 남아 있어요. 기문은 건물을 짓거나 고친 내력, 그 의미 등을 적어 걸어두는 글을 말하는데, 조선시대 이름난 누각이나 정자에는 당대 문인이 지은 기문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암 송시열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성리학자이자 정치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에요. 그가 영남루를 위해 기문을 남겼다는 사실은, 이 건물이 세워질 당시부터 지역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줘요.
지금 영남루를 찾아가면 건물 안에 걸린 기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옛 글씨를 천천히 읽어보는 것도 영남루를 둘러보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한자로 쓰인 옛 기문이라 뜻을 다 헤아리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누각의 내력을 담은 글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중앙초등학교를 거쳐 천안삼거리공원까지
영남루는 원래 화축관 앞에 있었지만, 1919년에 중앙초등학교 부지로 한 차례 옮겨졌어요. 학교 부지 안에 자리하게 되면서 한동안은 지금과는 다른 풍경 속에 있었을 거예요.
그러다 1959년에 다시 지금의 자리인 천안삼거리공원 호숫가로 옮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어요. 두 번의 이전을 거친 셈인데, 옛 건물이 원래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전되면서도 헐리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천안삼거리공원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천안삼거리라는 옛 지명과 연결된 공원이에요. 천안삼거리는 예로부터 여러 갈래 길이 만나는 자리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 이 일대를 거닐다 보면 천안이라는 지역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오가던 길목이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껴볼 수 있어요. 영남루는 지금 그 공원의 호숫가에 자리해, 물가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천안삼거리공원 호숫가에서 영남루를 만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오랜 이전의 역사를 떠올려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