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웹진아산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4분

조선식과 일본식이 만난 정원,
아산 외암마을 건재고택

숙종 때 문신의 집에서 시작해 230년을 견딘 조선 후기 절충형 한옥

조선식과 일본식이 만난 정원, 아산 외암마을 건재고택
아산 현지 사진

충청남도 아산시 외암민속길에 자리한 건재고택. 이 집은 '영암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설화산 아래 외암리마을의 중심부에서 만날 수 있어요. 조선시대 문신이 태어났던 자리에서 시작해, 1869년 지금의 모습으로 지어진 이 집은 17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건축과 정원, 두 가지 측면에서 매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식 가옥과 일본식 조경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독특한 절충형 정원은, 조선 후기 사대부가의 생활과 미의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증거물이에요.

숙종 때 문신 이간, 그리고 건재 이상익

건재고택의 튼 ㅁ자형 건축과 정원
건재고택의 튼 ㅁ자형 건축과 정원

이 집의 역사는 조선 숙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조선의 문신 이간(1677~1727)이 이 땅에서 태어났는데, 그로부터 거의 2백 년이 지나 고종 6년인 1869년, 현 소유자의 증조할아버지이자 '건재'라는 호를 가진 이상익(1848~1897)이 이 집을 지금의 모습으로 지었습니다. 건재라는 이름 그대로 그는 이 집을 견고하게, 그리고 정성 들여 지었어요.

한 가족이 270년 이상 이 터를 지켜온 결과물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만나는 건재고택입니다.

튼 ㅁ자형 건축, 사랑채와 안채가 이루는 균형

설화산 계곡물이 흐르는 절충형 정원
설화산 계곡물이 흐르는 절충형 정원

건재고택의 건축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요. 문간채·사랑채·안채를 주축으로 하는 구조인데, 특히 사랑채와 안채가 'ㄱ'자형으로 마주하여 튼 ㅁ자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배치는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가족의 영역과 손님을 맞는 영역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도 마당을 중심으로 한 공동의 공간을 창출하는 우리 건축의 지혜를 담고 있죠.

안채의 오른쪽에는 나무광이, 왼쪽에는 곗간채가 배치되어 있고, 안채 뒷편 오른쪽에는 가묘(家廟)까지 갖추고 있어서, 생활과 제사, 그리고 저장의 기능이 모두 아우러진 온전한 사대부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선과 일본식이 만나는 정원

건재고택의 진정한 가치는 정원에 있어요. 일반적인 조선식 정원이라면 사랑채 앞마당을 빈 공간으로 두거나 화단을 꾸미는 방식을 선택했을 텐데, 이 집은 다릅니다. 건재 이상익은 자연경관을 주체로 하는 정원을 설계했어요.

소나무와 은행나무, 감나무 같은 수목을 마당 전체에 자연스럽게 심고, 여기에 일본 정원의 기법인 거북섬을 꾸민 것입니다. 전통과 외래 조경이 섞인 조선 후기의 절충형 정원이라고 할 수 있죠.

정원의 또 다른 특징은 그 위에 흐르는 물입니다. 설화산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명당수가 마당을 거쳐 연못으로 흐르는 구조인데, 이는 매우 특이한 조경 기법이에요. 보통은 연못을 따로 판 뒤 물을 담기만 하는데, 건재고택은 살아 흐르는 물의 운동성을 정원의 일부로 삼았습니다.

설화산 계곡물, 자연스럽게 심어진 나무들, 거북섬과 연못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산수화 한 폭이 펼쳐진 듯한 공간을 만들어냈어요. 현재 정원에 있는 2동의 정자는 원래 초가였던 것을 나중에 기와지붕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시대에 따라 집을 가꿔나가는 사대부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대대로 물려오는 유물 300여 점

건재고택이 지닌 또 하나의 가치는 그 안에 보관된 유물들입니다. 집안에는 도자기, 낙관, 서화, 현판, 생활용구 등 대대로 물려오는 유물 300여 점이 보관되어 있어요. 특히 사랑채에 보관되고 있는 '이간(李柬)'의 교지(朝鮮 숙종이 신하에게 내려주던 관직 임명장)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간이 이 땅의 입향조(入鄕祖, 한 지역으로 처음 들어온 조상)임을 증명하는 근거 자료가 되니까요. 2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가족이 소중히 간직해온 이 유물들은 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생활과 의식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전설 팁
건재고택의 정확한 개방 시간과 입장 정보, 방문 시 유의사항 등은 방문 전에 아산시 관광 정보나 외암마을 안내센터에 문의해서 미리 확인해보세요. 전통 가옥이라 계절과 기후에 따라 방문 권장 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선식 가옥과 일본식 정원이 한 공간에서 만나고, 설화산 물이 정원을 흐르는 건재고택. 170년을 넘게 지나오면서도 한 가족이 지켜낸 이 집에서 조선 후기 양반의 미의식과 생활을 만나봅니다.
#아산관광#외암마을#건재고택#조선한옥#전통정원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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