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노닐던 자리,
요선정과 요선암 이야기
맑은 물 흐르는 반석 위, 신선을 맞이한다는 이름이 새겨진 곳이에요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에는 정자 하나와 커다란 바위 하나가 나란히 이름을 나누어 쓰는 자리가 있어요. 바로 요선정과 요선암인데요, 정자 앞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펼쳐져 있고 강기슭 반석 위에는 '요선암'이라는 각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어요. 이름에 담긴 뜻부터 그 앞에 남아 있는 불교 유적, 그리고 이 일대를 감싸는 계곡 풍경까지 하나씩 짚어가며 함께 둘러볼게요.
'요선'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
요선정과 요선암이라는 이름은 각각 邀僊 또는 邀仙이라는 한자에서 왔고, 그 뜻은 '신선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정자 이름과 바위에 새겨진 글씨 이름이 같은 데는 이유가 있는데, 강기슭 반석 위에 새겨진 '요선암'이라는 각자에서 정자 이름도 함께 따온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신선을 맞이한다는 이름을 가진 자리라니, 이름만 들어도 이곳이 어떤 풍경을 품고 있을지 궁금해지실 거예요.
오늘날에도 이 이름은 정자와 바위 모두에 그대로 남아, 요선정과 요선암이라는 두 이름으로 함께 전해지고 있어요.
이 글씨는 조선시대 시인이자 서예가였던 양봉래가 평창군수로 지내던 시절, 선녀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주변 경관을 즐기다가 새겨놓았다고 전해와요. 시인이 직접 붓을 들어 바위에 이름을 새겼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그 시절 이 자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여겨졌을지를 짐작하게 해줘요. 오래전 한 시인의 눈에 신선이 노닐 법한 자리로 비쳤던 곳을, 오늘의 우리도 똑같이 걸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지금도 강기슭 반석 위에서 이 각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글씨 하나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요선암을 둘러보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반석 위를 천천히 걸으며 어디쯤에 글씨가 새겨져 있는지 살펴보면, 옛사람이 신선을 맞이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어 했던 자리를 조금 더 실감 나게 느껴볼 수 있어요. 계곡을 낀 바위 지형이니 걸을 때는 발밑을 살피며 여유 있게 둘러보시길 추천해요.
바위 하나에 이름을 새기고 싶을 만큼, 마음을 붙잡은 풍경이었을 거예요.
철감국사와 징효대사, 불교와 깊은 인연
요선정이 자리한 곳은 불교가 크게 융성했던 통일신라시대에 철감국사 도윤과 징효대사가 자주 찾던 자리였다고 전해와요. 두 스님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자산 기슭에 흥령선원을 열었고, 그 인연으로 이 자리까지 자주 와서 포교 활동을 이어갔다고 해요. 그 당시에는 이 자리에 작은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니, 정자가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오가던 곳이었던 셈이에요.
불교가 크게 번성했던 시절의 흔적이 정자 이름과 별개로 이 자리 곳곳에 스며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징효대사가 이곳에서 열반했을 때는 1천여 개에 이르는 사리가 나왔다고 전해질 만큼, 불교와 깊은 인연을 지닌 자리로 이야기되고 있어요. 지금도 정자 주변에는 마애여래좌상과 작은 석탑 한 기가 남아 있어서, 이곳이 단순히 경치 좋은 정자가 아니라 오래된 신앙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는 곳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바위에 새긴 불상과 조그마한 탑이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지켜온 셈이에요.
정자에 올라 계곡을 바라보다가 주변의 마애여래좌상과 석탑까지 천천히 눈에 담아보면, 경치와 역사를 한자리에서 함께 만나는 셈이 돼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정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오래전 스님들이 오가며 포교를 하던 풍경을 상상해보시는 것도 이 자리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에요.
요선정 앞을 흐르는 맑은 계곡
요선정 앞에는 치악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옛 흥령선원 터 앞을 지나는 법흥천과 합쳐지면서 맑은 계곡을 이루고 있어요. 물줄기가 깊게 흐르는 강바닥에는 오랜 세월 물에 씻긴 커다란 바위들이 넓게 자리 잡고 있어서, 계곡 전체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물소리를 들으며 정자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곡을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와 넓게 깔린 바위들이 사계절 내내 다른 얼굴을 보여줄 만한 풍경이에요.
이 강기슭의 반석 위에 바로 '요선암'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래서 이 일대를 통틀어 요선암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정자에 앉아 계곡을 내려다보면 물소리와 함께 넓은 반석,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각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라서, 정자와 바위, 계곡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져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계곡을 낀 자리이다 보니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물의 양이나 주변 풍경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강원도 산간 지역답게 계절 변화가 뚜렷한 편이니, 방문 전 날씨나 계절감을 미리 가늠해보고 나서시면 그날그날 조금씩 다른 계곡의 표정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무릉도원면에서 만나는 요선정, 가기 전에
요선정과 요선암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도원운학로에 자리하고 있어요. 행정구역 이름부터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인데, 그 안에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을 지닌 정자와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묘하게 잘 어울려요. 지명과 실제 풍경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아서, 찾아가는 길에 이름부터 한 번 되새겨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영월군은 산과 계곡이 많은 강원도 산간 지역인 만큼, 요선정 주변도 오르내리는 길과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풍경일 가능성이 높아요. 자연 지형을 낀 곳이니만큼 걷기 편한 신발을 챙기고, 계곡 근처를 걸을 때는 미끄러지지 않게 발밑을 살피며 다녀오시는 걸 추천해요. 산길과 물가가 함께 있는 지형이니만큼 여유 있는 걸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시는 편이 좋아요.
정자와 요선암 모두 계곡을 낀 야외 공간이다 보니, 날이 맑고 물이 잔잔한 날 찾아가면 반석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층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시간을 넉넉히 잡고 나서면, 정자에 앉아 쉬었다가 계곡을 따라 걸어보는 여유까지 함께 누릴 수 있어요. 마음에 드는 자리를 천천히 찾아보면서 이 일대를 느긋하게 즐겨보세요.
맑은 물소리 곁에서 신선이 된 기분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오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