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뱃길에서 이름을 얻은 섬,
서거차도
백제 뱃길부터 여러 성씨의 이주까지, 서거차도에 담긴 이야기

전남 진도군 조도면, 그중에서도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섬이 서거차도예요. 진도군은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이루어진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조도면 역시 여러 유인도와 무인도가 함께 딸린 섬 지역이고 서거차도는 그 가운데 하나예요. 백제시대 뱃길에서 비롯된 이름부터 여러 성씨가 차례로 들어와 마을을 이룬 과정,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던 어장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작은 섬 하나에 곁들여진 이야기가 제법 많아서 하나씩 짚어보면서 다가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백제시대 뱃길에서 비롯된 이름
서거차도라는 이름은 아주 오래전, 백제시대 뱃길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백제 사람들이 제주도를 오가는 뱃길에서 이 섬을 거쳐 다녔던 까닭에 '거차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가운데서도 서쪽에 자리한 섬이라 하여 '서거차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져요. 이름 하나를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옛날 뱃길의 흔적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백제와 제주, 그러니까 옛 탐라 사이를 오가던 뱃길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바닷길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진도 앞바다에 흩어진 섬들이 그 경유지 역할을 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에요. 서거차도 역시 그런 뱃길 위의 한 지점으로 이름을 얻게 된 셈이니, 섬 이름 하나에도 오래된 해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예요. 진도 앞바다의 여러 섬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이런 옛길의 이야기를 곳곳에서 만나게 돼요.
지금은 진도군 조도면에 속한 여러 섬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름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 서거차도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섬을 둘러볼 때 이런 이름의 유래를 한 번쯤 떠올려 보면, 그냥 지나칠 뻔한 풍경도 다르게 보일 거예요.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서 섬을 보면 여행의 재미가 한층 더해질 것 같아요.
바닷길이 지나던 자리에, 이름도 함께 남았다
조도군도 여러 섬에서 모여든 사람들
서거차도에 처음 사람이 자리 잡은 것은 160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요. 한양조씨 조천배의 선조가 가장 먼저 이 섬에 들어와 터를 잡았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오랜 세월 사람이 살아온 섬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나는 대목이에요. 지금 서거차도를 걷다 보면 그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뒤를 이어 1700년대 초에는 밀양박씨, 김해김씨, 전주이씨, 인동장씨 등 여러 성씨가 차례로 들어와 함께 마을을 꾸렸다고 해요.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서거차도에 곧바로 들어온 게 아니라, 하조도와 상조도, 관매도처럼 주변 섬에 먼저 자리 잡았던 이들의 후손이라는 사실이에요. 조도군도 안에서도 섬과 섬 사이를 옮겨 다니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거차도 마을 역사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에요.
그러니까 서거차도는 한 뿌리에서 시작한 마을이 아니라, 조도군도 곳곳에서 흘러들어온 여러 집안이 한데 모여 만든 마을인 셈이에요. 이렇게 여러 갈래의 사람들이 한 섬에 모여 살아온 역사를 알고 나면, 마을 골목을 걷는 느낌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성씨마다 다른 이주의 사연을 떠올려 보며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서거차도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에요.
전국 최고의 어획고를 올렸던 바다
서거차도 주변 바다는 예로부터 어장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었어요. 그 덕분에 1937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어획고를 올린 곳으로 기록되기도 했다고 해요. 어장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어민들의 삶을 든든히 뒷받침해 온 바다였다는 뜻이기도 해요.
어획물이 풍부했던 시절에는 이곳에 파시, 그러니까 배 위나 섬 안에서 생선을 사고파는 임시 시장이 서기도 했다고 전해져요. 육지의 상인들과 어부들이 몰려들어 생선을 거래하던 그 시절의 활기를 상상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섬의 모습이 그려져요. 파시가 섰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어획량이 넘쳐났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서거차도 바다의 옛 명성을 실감하게 해줘요.
지금 서거차도를 찾아 바다를 바라볼 때, 이런 역사를 알고 보면 단순히 풍경 좋은 섬이 아니라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던 어장이었다는 사실이 더해져 감회가 남다를 거예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섬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것도 서거차도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에요. 섬의 바닷가를 걸으며 옛 파시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전해지는 이야기
서거차도에는 '해남양반 돼지밥'이라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해요.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이어져 온 이야기이다 보니, 정확한 줄거리는 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직접 들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는 것 자체가 서거차도의 오랜 마을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런 구전 설화는 문서로 정리되어 있기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전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섬을 찾았을 때 마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뜻밖의 재미를 만날 수도 있어요. 조도면의 다른 섬들에도 비슷하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함께 물어보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섬을 여행할 때 이런 옛이야기를 하나씩 수집해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될 수 있어요.
이야기의 자세한 줄거리까지는 여기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런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서거차도가 오랜 시간 사람이 살아온 섬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궁금하다면 방문했을 때 직접 여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오래된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섬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거예요.
백제 뱃길에서 시작된 이름부터 여러 성씨의 이주, 한때 전국 최고였던 어장까지, 작은 섬 하나에 이야기가 참 많이 담겨 있었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