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적십자사까지,
신포동 근대건축물
제58은행에서 적십자사, 요식업조합까지 이어진 신포로의 근대 건축물 이야기

인천 신포로23번길을 걷다 보면 이국적인 외관의 2층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끌어요. (구)인천일본제58은행지점이라는 다소 긴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금융 활동을 벌이기 위해 세워진 일본 제58은행의 인천지점이었어요. 은행에서 시작해 대한적십자사를 거쳐 지금은 요식업조합 사무실로 쓰이고 있으니, 건물 하나가 겪어온 변화만 따라가도 인천 근대사의 한 토막을 읽을 수 있어요.
신포로23번길에서 만나는 근대 건축물
이 건물은 인천광역시 신포로23번길 69-1에 자리하고 있고, 관광 정보에서는 관광지로 분류돼 있어요. 주소 끝에는 '제물포구음식업지부'라는 이름이 함께 붙어 있는데, 이는 지금 이 건물을 실제로 쓰고 있는 주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표기예요. 그래서 주소만 읽어도 이 건물이 과거에는 은행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다만 관광지로 등록돼 있다고 해서 전시관이나 박물관처럼 상시 개방된 공간은 아닐 수 있어요. 지금도 요식업조합 사무실로 실제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내부까지 자유롭게 둘러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이 건물을 보러 갈 때는 외관과 건축적 특징을 중심으로 천천히 살펴보는 쪽으로 계획을 잡아두면 좋아요.
은행에서 적십자사까지, 건물에 새겨진 금융사
이 건물의 뿌리는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둔 제58은행이에요. 제58은행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금융 활동을 펼치기 위해 인천에 지점을 열었고, 그때 세운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예요. 당시 인천은 개항장으로서 여러 나라의 자본과 은행이 드나들던 곳이었으니, 이 건물도 그런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후 제58은행은 여러 은행과 합병을 거치면서 이름이 야스다은행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광복을 맞은 뒤에는 조흥은행 인천지점으로 쓰이면서, 은행 건물로서의 역할을 계속 이어갔어요.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금융기관이라는 성격만큼은 꽤 오래 유지된 셈이에요.
변화는 1958년에 찾아왔어요. 조흥은행이 새 건물을 지어 옮겨가면서, 이 건물은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했어요. 그 뒤에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가 이 공간을 이어받았고, 지금은 요식업조합 사무실로 쓰이고 있어요.
금융기관에서 구호단체로, 다시 조합 사무실로 이어진 변화를 보면 한 건물이 겪은 시간치고는 꽤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행 창구였던 자리가 적십자사를 거쳐 조합 사무실이 되기까지, 이 건물은 한 번도 비어 있지 않았어요.
발코니와 이중 지붕이 만드는 외관
건물은 2층 규모로, 국내 근대 건축물 중에서는 드물게 발코니와 지붕창을 갖추고 있어요. 발코니는 건물 외관에 입체감을 더해주는 요소고, 지붕창은 지붕 아래 다락 같은 공간에도 빛이 들어오도록 해주는 구조예요. 이런 디테일 덕분에 멀리서 보기만 해도 다른 근대 건축물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지붕이 두 겹으로 경사진 이중 지붕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 때문에 건물 전체에서 프랑스풍 분위기가 느껴져요. 전반적인 외관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르고 있어서, 인천에 남아 있는 다른 개항기 건축물들과 비교하며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이런 건축적 가치 덕분에 이 건물은 근대 건축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신포동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법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여러 나라의 조계지가 들어서면서 근대 건축물이 유난히 많이 남아 있는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신포로 일대도 그런 흔적을 품고 있는 거리 중 하나로, (구)인천일본제58은행지점은 그 길 위에 자리한 근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예요. 그러니 이 건물 하나만 보고 돌아서기보다는, 주변의 다른 근대 건축물까지 천천히 함께 둘러보는 쪽을 추천해요.
신포로 일대는 신포시장으로도 잘 알려진 동네라서, 근대 건축물을 둘러본 뒤에 시장 구경으로 동선을 이어가기도 좋아요. 인천 구도심 특유의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찾아가다 보면,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옛 건물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다만 이 건물 앞에는 별도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은 걸로 안내돼 있어요. 그러니 차를 몰고 가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에 주차한 뒤 도보로 이동하는 쪽이 훨씬 편해요. 구도심 골목을 걷는 김에 다른 근대 건축물까지 함께 눈에 담아두면 하루 코스로 알차게 다녀올 수 있어요.
은행에서 적십자사까지, 한 건물에 쌓인 시간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오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