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웹진›정읍의 진산 칠보산에서 만나는 피난골과 전설
Spot Light정읍 웹진 · 정읍 인사이드 · 2026-09-29 · 읽는 시간 6분

정읍의 진산 칠보산에서 만나는 피난골과 전설

능선 소나무숲과 족두리바위 전설을 품은 정읍의 숨은 산

정읍의 진산 칠보산에서 만나는 피난골과 전설
정읍 현지 사진

전북 정읍시 칠보면 축현리에 자리한 칠보산은 정읍시의 동쪽, 칠보면과 북면이 맞닿는 자리에 있는 산이에요. 내장산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읍을 지켜온 진산으로 불려온 곳이라고 해요. 산 높이에 비해 골이 깊어 예부터 피난골로 쓰였다는 이야기부터 들여다보면, 이 산이 품고 있는 시간이 꽤 두텁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지금부터 칠보산이 어떤 산이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정읍의 진산, 이름보다 깊은 산

칠보산
칠보산

칠보산은 정읍시 동쪽에서 칠보면과 북면을 나누듯 걸쳐 있는 산이에요. 정읍을 대표하는 산이라고 하면 흔히 내장산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칠보산은 정읍시의 진산으로 꼽혀온 산이라고 해요. 진산이라는 이름에는 그만큼 정읍이라는 고장을 오래 지켜온 산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이름이 덜 알려졌다고 해서 그 무게까지 가벼운 건 아니라는 걸, 칠보산의 진산이라는 위상이 보여주는 셈이에요.

칠보산의 특징 중 하나는 산의 높이에 비해 골짜기가 유난히 깊다는 점이에요. 이 지형적인 특성 덕분에 예부터 사람들이 몸을 피하는 피난골로 이 산을 이용해 왔다고 전해져요. 높지 않은 산인데도 골이 깊어 몸을 숨기기 좋았다는 건, 칠보산을 실제로 걸어봐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산을 오르며 능선과 골짜기의 높낮이를 함께 느껴보면, 왜 이 산이 예부터 피난처로 쓰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갈 거예요.

산 이름 앞에 붙는 '정읍의 진산'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이 산이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왔다는 걸 보여주는 말이에요. 내장산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점이 오히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조용한 산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해요. 정읍 시내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있다는 점도 칠보산을 찾기 쉬운 산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에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골짜기가 실제로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깊은 골짜기는 사람을 숨기고, 오래된 능선은 그 시간을 그대로 품는다

피난골에 새겨진 시대의 흔적

칠보산
칠보산

칠보산이 피난골로 불린 데는 실제 역사적인 사건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임진왜란 때는 농민군과 주민들이 이 골짜기로 몸을 피했다고 전해지고, 동학농민운동 시기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이 산으로 숨어들었다고 해요. 서로 다른 시대에 걸쳐 같은 산이 피난처로 쓰였다는 사실이 칠보산의 지형적 특성을 다시 한번 보여줘요.

전쟁과 혼란의 시기마다 사람들이 이 산을 찾았다는 건, 그만큼 몸을 숨기기에 적합한 지형이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시간이 훨씬 흘러 한국전쟁 때에는 칠보산이 다른 방식으로 쓰였어요. 빨치산들이 이 산을 보급 루트로 이용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역시 산의 깊은 골짜기와 능선이 만들어낸 지형 덕분이었을 거예요. 전쟁이라는 전혀 다른 시기에도 칠보산이 사람들의 이동과 은신에 활용되었다는 점은 공통돼요.

같은 산이 시대마다 다른 이름의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칠보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산으로 만들어줘요.

이렇게 보면 칠보산은 평화로운 시기의 산이라기보다, 어려운 시절마다 사람들을 품어준 산에 가까워요. 지금은 산행지로 걷는 능선이 한때는 누군가의 생존이 걸린 길이었다는 걸 알고 걸으면 느낌이 사뭇 다를 거예요. 걷는 걸음마다 이런 역사를 하나씩 떠올려보면 같은 산이라도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이제 실제로 어떤 길을 따라 오르면 되는지, 산행 코스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체크리스트
출발지는 정읍 시내 상동 왕솔밭
하산 지점은 부전동 수통목주유소 뒤편
능선길이라 편한 신발 준비하기
방문 전 정읍군청 관광과에 확인하기

왕솔밭에서 정상까지, 산행 코스 따라가기

칠보산
칠보산

칠보산 산행은 보통 정읍 시내 상동에 있는 왕솔밭에서 시작해요. 여기서 출발해 정상까지 오른 다음, 남쪽 능선을 따라 부전동 수통목주유소 뒤편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흔히 이용된다고 해요. 시작점과 하산 지점이 정해져 있는 편이라, 처음 칠보산을 찾는다면 이 코스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보면 좋아요.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코스인 만큼, 미리 동선을 확인해두면 산행이 한결 수월할 거예요.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숲이 우거진 길이 이어져요. 사람의 발길이 드문 산이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하니, 인적 드문 산길을 걷는 느낌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소나무 숲의 초록빛과 조용한 능선이 어우러진 풍경은 칠보산 산행에서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에요.

계절에 따라 숲의 빛깔이 달라지는 것도 다시 찾을 이유가 될 수 있어요.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꽤 넓게 트여요. 정읍 시가지와 내장산 줄기는 물론, 북면 구룡동과 보람리 일대, 회문산까지 눈에 들어오고, 내장산의 서래봉·불출봉·연지봉·망해봉과 입암산, 방장산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여러 산줄기가 한 번에 펼쳐지는 조망은 칠보산 정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에요.

오르는 길이 조용한 만큼,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더 크게 다가올 거예요.

1539보림사가 창건된 해(조선 중종 34년)

보림사와 족두리바위, 산에 남은 이야기

칠보산
칠보산

칠보산 중턱에는 보림사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어요. 조선시대인 1539년, 중종 34년에 이항이 창건한 절로, 그가 문도들과 함께 이곳에서 독서를 했다고 전해져요. 산행길에 잠시 들러 이런 역사를 떠올려보는 것도 칠보산을 걷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어요.

오래된 절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걸음을 잠시 멈추고 둘러볼 이유가 충분해요.

산마루에는 족두리바위라는 큰 바위가 있는데, 여기에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 내려와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게 된 한 신부가 혼례식 날 가마가 산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족두리를 벗어 던지고 몸을 바위 아래로 날렸다는 이야기예요. 지금도 그 이름으로 불리는 바위를 보면서 이 전설을 함께 떠올려보는 것도 산행의 색다른 포인트가 될 거예요.

바위 하나에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건, 산행길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에요.

칠보산 주변에는 이 밖에도 살펴볼 만한 장소들이 여럿 있어요. 신라시대에 의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석탄사를 비롯해 백암리 남근석, 정읍사 망부상, 상동 미륵불 같은 곳들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요. 산행 전후로 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이런 곳들도 함께 둘러보기 좋을 것 같아요.

칠보산 하나만 보고 가기보다, 주변 이야기까지 함께 챙기면 하루가 더 풍성해질 거예요.

Cityzine 팁
칠보산은 연중무휴로 찾을 수 있는 곳이에요. 산행 코스나 현재 상황이 궁금하다면 정읍군청 관광과(063-539-5231)로 문의해보세요.
이름보다 깊은 산, 칠보산에서 천천히 시간을 걸어보세요 🌲
#칠보산#정읍 칠보면#관광지#피난골#족두리바위
글 · Cityzine 편집부 · 2026-09-29 발행링크 복사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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