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웹진›눈 녹은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화순 만연사
Spot Light화순 웹진 · 화순 인사이드 · 2026-09-29 · 읽는 시간 7분

눈 녹은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화순 만연사

고려 희종 4년, 눈 내린 산속에서 시작된 창건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눈 녹은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화순 만연사
화순 현지 사진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자리한 만연사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를 품은 절이에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만연산 다른 이름으로는 나한산이라 불리는 산자락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곳이랍니다. 특히 창건에 얽힌 사연이 눈 내린 겨울날의 이야기라 유독 인상 깊게 다가오는데, 둘러보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절 구석구석이 훨씬 더 의미 있게 느껴질 거예요.

송광사의 말사, 만연산 자락에 자리한 절

만연사(화순)
만연사(화순)

만연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예요. 본사와 말사라는 관계는 규모가 큰 절을 중심으로 여러 작은 절들이 이어져 있는 한국 불교의 오랜 운영 방식인데, 만연사도 이 그물망 안에서 송광사와 연결돼 있는 셈이에요. 조계산 자락에 자리한 송광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 그 말사인 만연사를 찾아간다는 건 이 오랜 전통의 한 자락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해요.

본사와 말사의 관계를 알고 나면 만연사가 단독으로 뚝 떨어진 절이 아니라 더 큰 불교 조직망 속의 한 자리라는 게 실감 나게 다가올 거예요.

만연사가 자리한 곳은 만연산, 다른 이름으로는 나한산이라고도 불리는 산의 아래예요. 절 이름과 산 이름이 나란히 만연이라는 글자를 품고 있어서, 절과 산이 아주 오래도록 함께 불려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나한산이라는 별칭은 절 안에 나한전이라는 전각이 있다는 사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이라, 산과 절의 이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서로 의미가 통하는 느낌이 들어요.

뒤에서 살펴볼 창건 설화에도 나한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니, 이름 하나에도 절의 역사가 겹겹이 스며 있는 셈이에요.

만연사는 고려 희종 4년, 그러니까 서기 1208년에 만연선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져요. 고려시대에 세워진 절이니 그 역사가 800년을 훌쩍 넘는 셈이고, 지금까지도 대웅전과 나한전 같은 당우들이 남아 그 오랜 세월을 이어가고 있어요. 오래된 절을 찾아갈 때는 그 절이 처음 세워진 사연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느낌이 크게 다른데, 만연사는 특히 창건 이야기 자체가 무척 생생하게 전해지는 절이라 미리 알아두면 좋아요.

창건자인 만연선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절을 세우게 됐는지는 다음 이야기에서 자세히 풀어볼게요.

눈 속에서 피어난 창건 설화

만연사(화순)
만연사(화순)

만연사의 창건에는 눈 내린 산속에서 있었던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져요. 만연선사는 원래 무등산 원효사에서 수도를 하던 스님이었는데, 수행을 마친 뒤 조계산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해요. 그 길이 하필 만연산을 지나는 길이었고, 먼 길을 걷던 선사는 만연산 중턱에 이르러 피곤한 몸을 잠시 쉬어가고자 눈을 붙이게 됐다고 전해져요.

무등산과 조계산 사이를 오가는 여정이었던 만큼 결코 짧지 않은 거리였을 텐데, 그 길목에 자리한 만연산에서 잠시 쉬어간 일이 훗날 절 하나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니 참 인연이라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짧은 잠 속에서 만연선사는 특별한 꿈을 꾸었어요. 십육나한, 그러니까 부처에게 위임받은 제자들이 석가모니불을 모실 역사를 하고 있는 꿈이었다고 해요. 나한들이 힘을 모아 부처님을 모실 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을 꿈속에서 지켜본 선사는,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그 장면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열여섯 분의 나한이 함께 등장하는 꿈이었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 이 숫자는 훗날 산의 별칭인 나한산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목이에요.

김이 오르던 그 자리에서, 만연사의 시간이 시작됐어요

잠에서 깬 선사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눈이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덮여 있었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선사가 누워 있던 자리 주변만 눈이 녹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고 전해져요. 이 광경을 예사롭지 않게 여긴 선사는 그 자리에 토굴을 짓고 수도를 시작했고, 그렇게 이어진 수행이 훗날 만연사 창건으로 이어졌다고 해요.

눈밭 한가운데 김이 오르던 자리가 곧 절의 첫 시작점이 됐다고 생각하면, 지금 만연사를 걷는 길이 그 신비로운 장면 위에 놓여 있는 셈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와요.

대웅전과 나한전, 그리고 오래된 유물들

만연사(화순)
만연사(화순)

만연사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당우로는 대웅전과 나한전, 요사채 등이 있어요. 대웅전은 절의 중심이 되는 전각으로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공간이고, 나한전은 앞서 창건 설화에 등장했던 십육나한을 모시는 전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창건 설화 속에서 나한들이 부처님을 모실 자리를 마련하던 꿈이 실제로 나한전이라는 전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이야기와 공간이 서로 맞닿아 있는 셈이에요.

요사채는 스님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가리키니, 이 세 당우만 살펴봐도 만연사가 신앙과 생활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1208만연사가 창건된 해(고려 희종 4년)

당우 외에도 만연사에는 부속 암자로 선정암과 성주암이 딸려 있어요. 큰 절 하나에 여러 암자가 딸려 있는 건 한국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인데, 만연사도 본절과 부속 암자가 함께 어우러진 구성을 갖추고 있는 거예요. 본절만 둘러보고 나오기보다 선정암과 성주암까지 함께 걸어보면 만연사가 품고 있는 공간의 규모를 더 온전히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암자마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을 테니, 시간이 넉넉하다면 발걸음을 조금 더 넓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만연사에는 오래된 유물들도 함께 전해지고 있어요. 향나무 원목으로 만든 삼존불은 고려 말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범종도 함께 남아 있다고 해요. 삼존불은 부처님과 그 좌우를 지키는 두 분을 함께 모신 형태를 가리키는데, 고려 말기 작품으로 추정된다는 건 그만큼 오랜 시간을 이 자리에서 지켜왔다는 뜻이기도 해요.

범종 역시 연륜이 오래됐다고 전해지니, 당우와 유물을 함께 살펴보면 만연사가 지나온 시간의 두께를 더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어요.

화순읍에서 만연사 찾아가기

만연사(화순)
만연사(화순)

만연사는 전남 화순군 화순읍 진각로 367에 자리하고 있어요. 화순읍은 화순군의 중심 지역이라 오가는 길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고, 절까지 가는 동안 만연산 자락의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이 길이 주는 매력이에요. 화순을 방문하는 김에 만연사까지 함께 둘러보는 일정을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절 하나만 목적지로 삼기보다 화순읍 일대를 함께 돌아보는 코스로 계획해보는 것도 추천해요.

만연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상시 개방돼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요. 별도로 정해진 개방 시간이 없다는 뜻이니, 방문 계획을 세울 때 시간 제약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어도 될 것 같아요. 다만 절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보다는 낮 시간대에 방문하는 편이 전각과 암자를 여유롭게 둘러보기에 더 좋을 수 있어요.

사찰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대웅전과 나한전을 천천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해요.

체크리스트
대웅전에서 석가모니불 살펴보기
나한전에서 십육나한 이야기 떠올려보기
선정암과 성주암까지 걸어보기
향나무 삼존불과 범종 찾아보기

주차는 가능하다고 안내돼 있어서 차를 가지고 가는 방문객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정확한 주차 공간의 규모나 위치 같은 세부 사항은 방문 전에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게 안전해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안내 전화로 미리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처음 찾아가는 길이라면 내비게이션에 정확한 주소를 입력해두고 출발하는 게 헤매지 않는 요령이에요.

Cityzine 팁
만연사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이라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찾아갈 수 있어요. 정확한 세부 사항이 궁금하면 안내 전화 061-374-2112로 미리 확인해보세요.
눈 녹은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따라, 화순 만연사에서 천천히 걸어보세요 🍂
글 · Cityzine 편집부 · 2026-09-29 발행링크 복사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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